“힘들었지? 잠깐 쉬어! 완벽하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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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지? 잠깐 쉬어! 완벽하지 않아도 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1.12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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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 각리초 4학년 3반 아이들이 낸 그림책 ‘우리, 마음’
이담이 교사 “아이들 힘들 때 언제든 꺼내보게 하고 싶어”

교실에서 나눈 아이들의 마음이 모여 근사한 그림책 한 권이 탄생했다. 5년 차 교사인 오창 각리초 이담이 교사(29)는 지난 한 해 큰 일을 벌였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로망을 반 아이들과 실현한 것이다. 작년 11월에 <우리, 마음·담담북스> 그림책을 발간했다. 그는 4학년 327명의 아이들을 작가로 대우했고, 이에 화답하듯 아이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기꺼이 꺼내보였다.

이 교사는 직접 1인 출판사 담담북스를 내고 정식 출판과정을 밟았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우리 마음>책을 검색할 수 있도록 ISBN인증도 받았다.

이담이 교사는 힘들고 지친 어느 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나만의 책이 되어주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의 글은 크게 슬픔과 기쁨으로 나뉘어 있다. 이 교사는 먼저 대형 캔버스 2개를 준비했다. 캔버스에 아이들은 감정을 담아 물감 칠을 했다. 그렇게 완성된 틀은 그림책의 겉표지가 되었다. 27명의 어린이 작가들은 슬픔과 기쁨의 감정을 각각 작은 종이에 담아냈다. 종이는 작았지만 아이들 마음의 우물에서 길러진 말들은 크고 깊었다.

 

이담이 교사는 아이들과 지난 한 해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이담이 교사는 아이들과 지난 한 해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교실안에서 나눈 속마음

 

마음나누기 수업을 통해 그렇게 아이들의 말은 시가 되고 멋진 글이 됐다. 몸이 아픈 아이는 그에게 무심코 건네는 건강하라는 말이 갖는 불편함에 대해 토로하고, 앞으론 언제나 같이 있자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 마음>그림책 장면들 

 

공부할 때 모든 문제를 맞춰야 할 것 같아 불안한 또 다른 아이는 문제를 틀리면 무서운 말이 쫓아오듯이 엄마에게 혼날까봐 두렵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돼!’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가끔 쓸모없다고 느끼는 어떤 아이는 부서진 벌집처럼 찐득한 눈물이 나올 때 무엇이든 쓸모는 있어라고 외친다. 그러면 고쳐진 벌집 안에 꿀처럼 마음이 쫀득해진다. 또 다른 아이는 엄마에게 혼날 때, 소중하지 않다고 느낄 때 마음은 꽉 막힌 고속도로 같지만 넌 정말 소중한 존재야!’이 말을 들으면 뚫린 고속도로처럼 마음이 상쾌해진다고 말한다.
 

<우리, 마음>그림책 장면들 

 

아이들은 미술 공동수업을 한 뒤 남은 재료들을 모아 꼴라주 형태로 그림을 완성했다. 이 교사는 처음에는 자기 마음을 꺼내 보이는 걸 힘들어했어요. 마음을 색깔로도 나타내보고, 벽에 전지를 붙이고 목판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교실은 금세 지저분해졌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스스로 재료를 선택하고 자신의 경험치를 끌어올려 이야기를 완성했죠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그렇게 만들어진 작업을 열심히 학교 컴퓨터로 프린트했다. 또 이미지들에 어울리는 글씨를 배치했다.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배치돼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왔다.

이 교사는 그림책 작가를 오랫동안 꿈꿔왔다. “서울 홍대 근처 썸북스출판사가 운영하는 그림책 작가 수업을 올해부터 듣기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몇 번 퇴근 후 서울에 올라가서 수업을 들어요. 이현아 선생님의 그림책 수업을 듣고 학교 교실에서도 다양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정식출판등록을 하려고 보니까 출판사도 내야 하고 절차가 좀 복잡하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언제든지 그 때 그 시절을 꺼내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좀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죠.”

출판사를 내기 위해 이 교사는 겸직신고를 했다. 책은 비매품이다. 이번 책은 충청북도교육도서관의 학생 책 출판 지원 프로그램 지원금을 받아 제작했다. 부족한 비용은 이 교사가 사비를 털었다.

 

도서관에서도 전시회도 개최

 

아이들의 솔직한 언어에 많은 어른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림책에는 학부모들의 추천글이 수록돼 있다. 아이들의 말에 부모들은 응원과 위로를 동시에 건넸다.

<우리, 마음>그림책은 오창호수도서관에서 12월에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교실 안에서 작업했던 모습을 담은 영상자료와 실물 작품, 또 아이들이 관람객들을 위해 만든 티매트와 엽서 등도 함께 했다.

이 교사는 전시회 기간 그림책을 보고 위로 받았다는 어른들이 많았어요.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돼, 넌 정말 소중한 존재야이 말들이 사람들 마음에 와닿은 것이죠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몽실몽실 상상 프로젝트였다. 아이들이 지금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자라는 의미를 담아 직접 정했다.
이 교사는 마지막으로 책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과 한 때 어린이였던 모든 어른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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