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4
상태바
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4
  • 글: 이재표 삽화: 최나훈
  • 승인 2023.01.18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4화: 민주 시내버스의 무지개 전환
삽화: 최나훈
삽화: 최나훈

오민심 의원은 뚜벅이다. 운전실력은 베스트 드라이버지만 운전대를 놓은 지 10년이나 됐다. 가정방문 학습지 교사 시절에는 차가 필수였다. 하루에 서른 가구 정도를 방문하는 데다 교재까지 날라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치킨집을 시작하면서 차를 팔았고 그 뒤로는 차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았다.

학창시절 이후로 25년 만에 다시 시내버스를 타기 시작하면서 종점만 확인하고 승차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예상 밖의 경유지로 돌아가거나 아예 거꾸로 가는 버스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척척박사다. 목적지까지 최단 시간에 가는 환승 전략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민주시는 20211월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버스 노선 결정권을 민주시가 가져오되 회사들의 결손을 시 예산으로 메꾸는 제도다. 시내버스가 서민의 발이 되기 위해서는 비수익 노선에도 버스를 배차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2026년에는 6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준공영제 지원금으로 들어갔다. 더 큰 문제는 수억 원을 들여 2년 동안 노선 연구용역을 맡겼음에도 T자형 옛 중심도로에 몰려있는 노선은 분산되지 않았다.

결국 민주시의회는 준공영제정상화특별위원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시내버스의 달인 오민심 의원은 간사를 맡았다. 말이 정상화지 위원회 안에는 준공영제 무용론을 주장하며 백지화가 답이라는 주장이 우세했다. 특히 택시업계를 주름잡던 6선 의원이 교통 분야 전문가 행세를 했다.


민주시의 시내버스 수송 분담률은 2015년을 기점으로 매년 2~3%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가구당 자가용 대수는 1.5대를 넘어섰습니다. 이쯤 되면 시민의 발은 시내버스가 아니라 자가용입니다. 그런데도 민주시가 준공영제를 서두르는 바람에 밑 빠진 독에 매년 6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을 늘려달라는 게 대다수 주민의 의견입니다.”


오민심 의원도 마땅한 대응 논리를 찾을 수 없었다. 원인을 찾아갈수록 해법은 더 비비 꼬였다. 민주시는 2014년에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민원군과 도농통합이 이뤄져 면적이 8.4배로 커졌다. 건설자본은 서부개척시대처럼 임야나 농지를 대지로 바꾸며 외곽개발로 질주했다.

민주시 행정도 세수증대를 외치며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을 때렸다. 외곽 땅값은 치솟았고, 그 위에 고층건물을 올리니 개발이익은 열 배, 백 배가 됐다. 외곽이 팽창하는 만큼 원도심은 텅텅 비어만 갔고, 원도심을 살린다고 다시 공적자금을 쏟아붓는 상황이었다.

주거지역이 넓게 퍼져만 가니 시내버스 노선도 부챗살처럼 펼쳐지기 마련이었다. 버스 480대는 한정돼있는데, 하루 한두 번씩이라도 비수익 노선에 의무 배치하다 보니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으로, 점점 노선 효율성은 떨어졌다.

오민심 의원은 우문현답만이 해결책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자성어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되어 다가온 것이다.

일곱 명의 특위 위원들에게 1주일 동안만이라도 현장조사를 다니자고 제안했지만 따라나선 위원은 스물일곱 살 무명 래퍼 이어진 의원뿐이었다. 두 사람은 한 달 내내 무제한으로 갈아탈 수 있는 시내버스 정기권 사용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때부터 21조의 시내버스 탑승 조사가 시작됐다. 두 사람은 1주일 동안 예순넉 대의 버스를 갈아탔고 백마흔네 사람을 만났다. 그들의 얘기다.


내가 민주 토박이인데 여기 노선이 생길 때까지 이런 동네가 있는 줄도 몰랐지.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들어오는데, 사흘째 빈 차일 줄 알았는데 오늘은 그래도 손님들이 탔네.”


, 버스가 들어오니께 안 들어오는 거보다야 낫쥬. 그런데 하루 딱 한 번이니까 나갈 일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두 아니구. 나갔다가 들어올라면 일 끝나도 한참 기다려야 되구. 그렇쥬 뭐.”


너무 돌아요. 여기 아파트 단지 사이로 빙글빙글 리을() 자 모양으로 돌아나가니까 이 동네 빠져나가는 데만 15분이 넘게 걸리는데 출근길에는 속 터지고 답답해 죽겠어요. 가끔 멀미도 나고요.”


두 의원은 외곽순환도로를 빠르게 도는 순환버스와 역세권 역할을 할 중대규모 환승센터, 주요도로를 다니는 중심노선, 파생되는 지점과 종점을 왕복하는 노선, 마을을 다니는 초미니 마을버스, 그리고 벽지노선은 버스와 환승이 가능한 콜택시로 대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를 민주 시내버스의 무지개 전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빨주노초파남보! 래퍼인 이어진 의원은 역시 라임에 강했다.

- 빨리 가기 위해 외곽도로로 도는 순환노선

- 주요 간선도로를 따라 다니는 중심노선

- 노선이 절대 부족한 신흥 주거지역 신설노선

- 초미니 버스가 동네 곳곳을 도는 마을노선

- 파생하는(갈라지는) 지점과 종점만 오가는 왕복노선

- 남북과 동서로 외곽과 간선을 잇는 연결노선

- 보완적 관계에서 운행하는 읍면지역 환승택시

 

*다음 호에 5회가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