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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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5
  • 글: 이재표 삽화: 최나훈
  • 승인 2023.02.03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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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엄청 편햐. 이젠 마음놓고 대녀”
삽화= 최나훈
삽화= 최나훈

추첨제로 민주시의회에 입성한 오민심, 이어진 의원이 콜라보로 만든 민주 시내버스의 무지개 전환은 시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민주시가 16개월에 걸쳐 용역비 4억 원을 들인 노선 개편안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현실적이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일수록 무릎을 하고 칠만큼 그 개념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자다가 봉창(封窓) 두드리는 소리를 하는 이들은 시내버스라고는 타본 적도 없는 중년 남성 중에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시의 시내버스 체계는 그만큼 불편했다. 무려 93%의 버스가 전통적인 T자형 노선을 경유할 정도로 편중돼있는 반면에 190개에 달하는 노선 수는 인구가 민주시의 두 배인 인근 태전시의 110개보다 73%나 많았다.

그만큼 하루에 한두 번, 많아야 서너 번이라도 다니는 것에 의미를 두는 노선이 많다는 얘기였다. 그러니 출퇴근 외에 낮에도 업무로 이동할 일이 잦은 직장인들에게는 반드시 승용차가 필요했다. 오민심 의원의 남편도 직장생활을 할 땐 그랬다. 오민심 의원은 남편이 10여 년 전에 들려줬던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출근했다가 낮에 시내에 나가는데, 주차가 불편할 것 같아서 시내버스를 탔거든. 그런데 마침 민철이한테서 전화가 온 거야. 받았지. 그런데 대뜸 서울이냐?’고 묻는 거야.”

왜요? 뜬금없이.”


남편은 실없는 사람처럼 혼자 키득거리더니, 애써 웃음을 참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버스 안에서 다음 내리실 곳은 민주시청, 민주시청입니다이라고 안내방송이 나왔거든. 근데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만 듣고 서울 지하철 안내방송인 줄 안 거야. 민철이가 시내버스를 타봤어야지. 하하하.”


오민심 의원은 이게 뭐 웃을 얘긴가 싶었다. 남편은 재미있는 얘기도 지루하게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남편이 혼자 재미있어 한 상황도 이해가 됐다. 서울 지하철과 달리 민주시 시내버스에는 학생과 노인들의 비중이 높았다. 안내방송이 나온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적잖을 터였다. 오민심 의원은 시내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시를 쓴다는 한 지역 시인의 시가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런 시였다.


시내버스 생태계


시내버스 승객 중 희귀종은

삼사십대 남자

멸종위기종은

자리를 양보하는 청소년

이미 멸종된 것은

오라이를 외치던 차장.


지역신문들은 무지개 노선에 대해 그럴듯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비꼬았다. ‘순환노선과 중심노선이 만나려면 대규모 환승센터가 필요한데, 용지도 찾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논리였다.

오민심 의원과 이어진 의원은 향후 예산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하려고 5분 자유발언을 준비했다. 1991년 민주시의회가 부활한 이후로 35년 만에 두 명이 함께 자유발언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상천외하게도 오민심 의원의 연설과 이어진 의원의 랩이 라임을 이루는 형식이었다.


빨- 빨리 가기 위해 외곽도로로 도는 순환노선, 주- 주요 간선도로를 따라 다니는 중심노선, 노- 노선이 절대 부족한 신흥 주거지역 신설노선 초- 초미니 버스가 동네 곳곳을 도는 마을노선…♬


다음날 지역신문들은 1면 상단을 두 의원의 사진으로 도배했다.

두 의원은 여세를 몰아 무지개 노선을 단 한 지점에서만이라도 시범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가까스로 준공영제운영위원회를 설득했다. 예산은 보완적 관계에서 운행하는 보라택시’ 20대에 대한 연간 보조금 3억 원이 전부였다.

민주시의 도심 남쪽 끝인 조은삼거리의 시유지에 미니 환승센터를 만들었다. 환승센터라야 두 개의 노선을 구분하는 표지판과 차선이 전부였다. 통합 이전의 민원군 지역인 미완면과 문이면으로 가는 노선은 각각 한 개로, 면 소재지까지만 왕복 운행하기로 했다. 모두 일곱 대의 차량이 5~7분 간격으로 환승센터와 면 소재지를 왕복하니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릴 일이 없었다. 면 소재지에서 마을까지는 보라택시가 별도의 요금 없이 환승으로 다녔다.


엄청 편햐. 아무 때구 병원두 댕기구. 이젠 마음 놓고 대녀. 집앞까정 택시가 데려다주구.”


현장 조사 때 하루에 한 번이라두 버스가 들어오니께 안 들어오는 거 보단 낫다던 미완면 먹뱅이에 사는 할머니가 아들에게 전화로 걸어 외친 말이다.


*다음 호에 6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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