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에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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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에 대처하는 법
  •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 승인 2023.02.0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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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20~30대 청년 커플이 사는 집에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 재개발을 앞둔 주택, 집주인은 낡은 보일러도 제대로 고쳐주고 있지 않다. 가스요금이 무서워 실내 온도는 19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1월에 낸 가스요금은 39만 원을 넘었다. 더 추웠던 1월 요금이 두렵다. 넉넉지 않은 그들의 삶은 얼마나 더 힘들까. 다행히 젊고 둘 다 벌고 있으니 버틸 거다. 그러나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많다.

폭탄이란 비유가 조심스럽기는 하다. 기후와 에너지 위기 앞에, 값싼 에너지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잊게 할 수 있다. 유한한 매장량의 화석연료, 끝없이 증가하는 수요, 그만큼 배출되는 온실가스. 더는 값싸게 화석연료를 써댈 수는 없다. 그래서 에너지 사용에 더 높은 비용은 내야 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 수요가 누구에 의한 것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누가 그 비용을 우선 부담해야 하는지도 묻자. 청년 커플이 불량한 주택의 난방을 위해 돈을 더 내야 할까?

가스를 수입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9조 원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입 비용은 크게 증가했지만, 그 비용을 모두 도시가스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탓이다. 사기업의 회계를 생각하며, 누군가는 도시가스 가격을 올려 미수금을 회수하지 않으면 회사 망한다고 걱정한다. 반면 누군가는 그게 공공의 역할이라며 그 덕에 도시가스 가격이 그나마 폭등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공공의 역할을 더 확대래, 누구도 돈이 없어서 추위에 떨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미수금’ 9조 원을 두고도, 한국가스공사는 회계상 1조 원의 이익을 냈다. 이 요지경은 9조 원을 적자가 아니라 미수금으로 처리했기에 가능했다. 말이 공기업이지, 한국가스공사는 이익을 내서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사기업처럼 운영된다. 물가 인상을 피해 지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을 유지하지만, 언젠가는 소비자들에게 미수금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이다. 그런 계산 하에 어려운 이들에게 난방비 폭탄을 안기면서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이다.

미수금’ 9조 원은 적자 처리해서 이런 황당한 배당부터 금하자. 그리고 적자로 처리된 비용은 정부가 적절한 수준에서 재정 지원해야 한다. 미수금을 놔두면 한국가스공사의 사채 발행으로 채권 시장 상황만 더 힘들게 할 일이다. 재정 지원이 에너지 공공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이는 지금 한전이 겪고 있는 적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다만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한국가스공사의 부담을 가중하는 민간 발전사 등의 가스 직수입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해외 가격이 쌀 때는 직수입하고, 비쌀 때는 한국가스공사에 의탁하는 기회주의 행태가 비용을 가중시킨다. 덧붙여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산업 생산 활동에서 사용하는 가스의 요금을 충분히 높여야 한다. 기업들은 산업용 요금이 가정용보다 높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이윤 추구 목적과 생존을 위한 소비에 같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더 불평등하다. 일정한 수준의 가정용 가스 사용은 보편적 서비스로 간주해야 한다.

둘째, 불량한 주택과 건물주의 횡포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겨우 19도를 유지하기 위해 40만 원을 쓰도록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건물주는 관심 없다. 하물며 보일러도 바꿔주지 않는데, 난방비 부담이야 세입자 몫인 집을 고치는데 투자할까. 정부가 나서야 한다. 건물주들에게 주택 성능 개선을 강제하고,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필요하면 수용해서 진행하자. 성능 좋은 공공임대주택도 확대하자. 대규모 재정투자를 피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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