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온라인 공연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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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온라인 공연이 뜬다
  • 이숙정 전문기자
  • 승인 2023.02.0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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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향, 한국문화예술위 ‘아르코온라인극장’ 시초
정동극장‧제작사들 네이버‧유튜브 활용 유‧무료서비스
불평등 해소 새로운 길…중소기획사엔 자금‧기술장벽
2022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영상화사업 촬영 현장. 사진 제공=국립극단
2022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영상화사업 촬영 현장. 사진 제공=국립극단

202211, 정동 월요랜선극장에 공개된 뮤지컬 <쇼맨> 온라인 공연 댓글창에 관객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렇게 찬란한 무대를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퀄리티 미쳤다. 이게 공짜라니’ ‘제발 돈받으셔도 좋으니 중계 또 해주시면 좋겠어요

현장성이 중심인 뮤지컬을 온라인으로 접한 관객들은, 새로운 소통 방식을 부담없이 즐기고 소비하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대면과 현장성이 생명인 공연계를 흔들었다. 짧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두 시간 이상 수십, 수백의 사람들과 한 공연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모험이 됐다. 공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답이 안 나오기는 마찬가지였다.

100석도 안 되는 소극장은 한 줄에 한두 명의 관객을 앉히는 상황에서도 공연을 이어갔다. 그마저도 버틸 힘이 없는 극단은 아예 공연을 포기했다. 대극장 공연도 조기에 막을 내리거나 중간에 공연을 마무리해야 했다.


연극을 온라인으로 본다고?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219월 네이버TV를 통해 아르코 온라인극장을 처음 선보였다. 202111월에는 국립극단이 국내 극단으로는 최초로 OTT(미디어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 온라인 극장을 오픈했다. 녹화한 공연을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연 전체를 촬영하는 수준이었지만 온라인으로 선보이는 작품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아르코 온라인 극장은 2021년 한해에만 연극, 무용, 뮤지컬, 전통 공연 등 40편의 작품을 매주 2회씩 네이버TV를 통해 선보였다. 또한 작품별로 평균 4000명 정도의 관객이 온라인 관람을 했다고 밝혔다. 정동국립극장 역시 2022년 선보인 4개의 대표작을 국립 정동극장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특히 공연장이 휴관하는 월요일, 공연 실황 전막 영상을 무료로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2211월 온라인 극장 개관 1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은, 1년간 17개 영상을 제작했으며 4,769명이 관람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작품에는 수어통역, 자막해설이 포함됐다. 관객들은 관람료 9900원으로 국립극단 감상할 수 있다. 국립극단은 지난 1년간 온라인 극장을 통해 관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소통에 움직이는 공연계

온라인으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본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던 관객들도 생각보다 질 좋은 온라인 공연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제작사들은 오프 공연에 앞서 온라인으로 공연을 선보이며 관객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아예 특정 회차 오프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공연도 등장했다. 공연제작사 신스웨이브의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147개국 관객 35000명이 관람하기도 했다.

자체 플랫폼이 없는 제작사들은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연계 상징적인 작품 지하철 1호선20217월 네이버TV로 온라인으로 송출되면서 플랫폼의 다각화라는 과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뮤지컬 모차르트(2020)’ ‘몬테트리스토(2021)’ ‘베르테르(2020-2021)’ ‘젠틀맨스 가이드(2020)’ 등 오랜 시간 국내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굵직굵직한 작품들도 온라인으로 관객과 만났다. 이 공연들은 네이버TV 후원 라이브를 통해 유료 상연됐다.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은 공연들이 온라인 극장에 올라오고 관객들은 비용 부담을 덜면서 작품의 감동을 이어가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경우, 2020년 공연장 R석의 관람료가 12만원. 이에 반해 202112월 네이버TV 후원라이브 경우, 온라인 스트리밍 관람권은 25000원이었다. 단 관람 조건이 관람 당일에만 한정된다거나 정해진 시간에만 관람할 수 있는 등 제한이 있다. 최근에는 관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여러 캐스팅의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문화 불평등 해소 새로운 통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본격화된 온라인 공연은 관람 약자와 문화 소외 지역민들이 좀더 쉽고 편리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공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국립극단 김광보 예술감독은 202211, 온라인 극장 기자 간담회를 통해 온라인 극장을 통해 수어통역 배리어 프리가 적용된 영상을 볼 수 있고, 서울과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도 국립극단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온라인 공연이 넘어야할 산은 여전히 많다. 온라인 공연 수익이 나는 경우가 몇몇 대형 뮤지컬 작품에 국한되어 있고, 온라인 플랫폼에 40%까지 수수료를 내야하는 시스템 역시 걸림돌이다. 제작사의 입장에선 오프 공연 못지않은 온라인 공연 제작 비용 또한 문제다. 특히 중소극단이나 지역극장은 온라인 공연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람 엔터테이먼트 전재완 대표는 중소기획사나 극단은 자본력이 없고 기술이 떨어지지는 등 여러 제반 요건들이 열악하기 때문에 온라인 공연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수요자의 처지에서 온라인 공연은 공간, 시간, 비용면에서 분명 유용한 선택지다. 지역과 장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괜찮은 대안이기도 하다. 아직은 온라인 공연이 오프 공연을 대체하는 새로운 공연방식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번 생긴 온라인 공연의 수요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 관계자는 “2019년 이후 꾸준하게 온라인 공연에 대한 수익이 늘어나고 있어 온라인 공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앞으로도 관객들이 지역이나 거주지에 상관없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숙정

공연전문 객원기자이자 비정규 에세이스트. 인터넷 매체 <민중의 소리>에 공연, 문화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오디오 플랫폼 <나디오> 오디오 작가로 활동 중이며, 화성시 문화재단 뉴스레터에 칼럼을 썼다. 포토 에세이집 <나도 처음이야, 중년>, 비정규직 노동자 취재기 <세상을 바꾸는 2%, 나는 비:정규직입니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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