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위에 조합장 선거 ‘HOT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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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위에 조합장 선거 ‘HOT 뜨거워’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2.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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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전후 연봉, 전용차‧운전기사, 인사권까지 한 손에
4년 전 전직 지방의원 8명 도전했지만 달랑 2명 당선
상임 삼선까지만-비상임 무제한…제천서 10선 도전도
설을 전후해 도내 곳곳에는 조합장 선거를 의식한 새해 인사 현수막이 내걸렸다.
설을 전후해 도내 곳곳에는 조합장 선거를 의식한 새해 인사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도심 사거리는 물론이고, 들판 곳곳, 심지어는 시골 동네 담벼락에도 새해 인사를 건네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이를 보고 대개는 지방선거는 작년에 끝났는데또는 누군지 인사성도 밝네라고 여겼겠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건 현수막들이다.

지방선거만 전국 동시가 아니다. 38일에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다. 충북에서는 농협 쉰다섯 곳과 축협 일곱 곳, 산림조합 열 곳, 낙농농협인삼농협원예농협한우협동조합각각 한 곳 등에서 모두 일흔여섯 명의 조합장을 뽑는다.

지역별로는 청주가 열다섯 곳으로 가장 많고 충주 열하나, 음성 아홉, 진천 여덟, 제천 일곱, 괴산 여섯 곳 등이고 나머지는 그 이하다. 물론 투표권은 조합원에게만 있다. 투표권을 가진 도내 조합원은 152156명이다. 4년 전 투표율은 79.2%에 달했다.

조합장 선거는 원래 조합별로 실시했으나, 고무신 선거에 돈 선거, 급기야는 경운기 선거로 통하게 되자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사무를 위탁했고, 2015년부터 전국 동시 선거로 전환했다. 올해는 221일과 22일 후보 등록을 앞두고 있으며, 37일까지 13일 동안 선거운동을 거쳐 8일 당선자를 가린다.


현역0 프리미엄 깜깜이선거

조합장 선거는 어찌 보면 그들만의 리그. 당사자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현직이 절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흔세 명의 조합장을 뽑은 지난 선거의 평균 경쟁률은 2.81이었고, 여덟 명은 단독 출마해서 무투표로 당선됐다. 지난 선거에서 현직이 이긴 비율은 70.4%에 달했다.

현직이 유리한 이유는 조직과 사업, 정보를 모두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은 예비후보 기간 없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오직 본인만 가능하다. 후보자 토론회도 없어서 깜깜이선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방의원 출신으로 지난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Q씨는 이번에도 하마평에 올랐으나 최근 출마를 포기했다.

Q씨는 현역에게 열 수는 접고 들어가는 선거다. 연락처를 손에 쥐고 한 달에 한두 번은 홍보 문자를 보내지만 우리는 명단은 구해도 연락처를 알 수 없고, 아무 때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준비가 덜 됐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신용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금이 막대해서 마음만 먹으면, 조합원에게 선심성 환원 사업을 할 수 있다. 연수 명목으로 관광을 시켜주고, 헐값에 영농자재 등을 공급하는 것도 현역 프리미엄이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의원 하느니 조합장이 낫다

임기가 4년인 조합장은 조합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억대 전후의 연봉에 업무추진비도 있으며, 전용차에 기사까지 딸린 경우가 많다. 규모가 가장 큰 청주농협은 본점 외에 열두 개 지점, 하나로 마트 두 곳을 비롯해 다수의 창고와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다. 조합원도 650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다 직원 인사권까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다 보니 지역유지들이 조합장을 선망하게 되고, 특히 지방의원 경력을 디딤돌로 조합장에 도전하는 인사들도 적잖지만, 성적표는 생각보다 초라하다.

실제로 4년 전 선거에는 기초의원 출신 여덟 명이 도전했는데, 현직인 안정숙(전 청원군의원청남농협), 조방형(전 청원군의원강내농협) 조합장만 재선에 성공했고, 나머지 여섯 명은 낙선했다. 이 중에는 전직 의장과 삼선 의원도 있었지만, 조합장 선거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재선한 안정숙, 조방형 조합장은 이번에 삼선에 도전한다. 여성인 안 조합장은 6자 구도가 예상되지만 조 조합장은 도전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조방형 강내농협장은 강내면 연정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주소 한 번 옮긴 적 없다. 군의원보다 조합장이 어렵다. 수익을 창출해 직원 월급 주고, 조합원들 영농 지원, 복지까지 책임지다 보니 어떻게 4년이 지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표 차 승부, 재대결도

비상임 조합장으로 10선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은 홍성주 봉양농협조합장(왼쪽). 청원군의회 의장 출신으로 단독후보로 삼선 도전 가능성이 높은 조방형 강내농협조합장.
비상임 조합장으로 10선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은 홍성주 봉양농협조합장(왼쪽). 청원군의회 의장 출신으로 단독후보로 삼선 도전 가능성이 높은 조방형 강내농협조합장.

조합장 선거에는 사연도 많다. 도내에서 최초로 2회 연속 무투표로 당선된 이길웅 남청주농협 조합장에게는 이번에도 도전자가 없을지 관심사다. 지난 선거에서 단 한 표 차로 당선된 최병은 진천축협 조합장은 삼선에 도전한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한 표 차로 고배를 마신 박승서 전 조합장 등 네 명이 거론된다.

홍성주 제천 봉양농협 조합장은 전국 기네스인 10선 고지에 도전하는데 아직은 경쟁자가 없다. 홍 조합장이 내리 10선에 도전하는 것은, 봉양농협이 연임제한이 없는 비상임 조합장제도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조합장은 서른다섯 살이던 1988, 전국 최연소로 조합장에 당선된 이후 무려 36년 동안 9선 조합장을 지냈다.

홍성주 조합장은 농협 뒤에서 자라면서 어려서부터 조합장의 꿈을 키웠다. 제대하면서부터 새마을지도자로 일하면서 마을을 위해 뛰었다. 4년 동안 농민들이 무엇을 위하는지 생각하며 뛰기에 한 번도 선거를 의식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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