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 파출소장 할래? 경감 팀원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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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 파출소장 할래? 경감 팀원 할래?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2.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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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승진 도입으로 경위 8년 지나면 자동 경감 승진 조직 비대
충북 경찰 전체의 20.9%···경위는 35.2%로 중간간부 절반 넘어
다른 부처 공무원보다 승진 늦어 불이익···자치경찰확대가 대안

 

경찰 계급에서 무궁화 두 개는 경감이다. 경감은 경찰 계급 11개 등급 중 다섯 번째로 핵심 중간 간부다.

지금도 3급서(군 지역)에서는 112상황실장을 빼고는 과장직을 맡아 중축 역할을 하고 있다. 경찰 내부는 물론 지역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서장(총경) 다음 직책이어서 이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런데 이들 경감 계급이 흔들리고 있다. 조직에서는 발에 차이는 게 경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계륵신세가 됐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충북지방경찰청 제공

 

경찰 계급은 순경경장경사경위경감경정총경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경찰청장) 11개로 분류된다. 순경~경사는 비간부, 경위 이상은 간부로 불린다.

이해하기 쉽게 경위는 파출소장, 경감은 3급서 과장 또는 지구대장으로 보면 된다.

 

계급보다는 보수가 우선

 

2012년 경감 근속승진제 도입으로 일정 기간 근무연수를 채우면 자동으로 승진하면서 경감이 넘쳐나고 있다. 경위 임관 후 8년이 지나면 경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에는 시험을 보거나 심사로만 승진시켜 전체 정원을 조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험 외에도 대상자 중 연간 40%를 근속 승진시키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의 경우 총 경찰 인원 3840명 중 경감은 805명으로 20.9%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인력의 5분의 1이 경감인 셈이다. 반면 비간부인 순경은 434(11.3%), 경장 547(14.2%), 경사 571(14.8%), 경위 1356(35.3%)이다. 중간 간부인 경위·경감이 절반이 훌쩍 넘는 56.2%를 차지한다. 피라미드형이 돼야 할 조직체계가 항아리형이라는 기형조직이 돼 버린 것이다.

이는 행정기관 등 타 기관과 비교해 승진이 늦어 개선, 보완하려는 데서 발생했다. 민광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장은 근속승진이 도입됐어도 순경에서 경감이 되기까지는 적어도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야 한다그러나 경감과 같은 급수인 행정기관 6급은 10~15년이면 가능한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순경(9), 경장(8), 경사(7)로 퇴직하는 선배들이 수두룩했다. 그때는 알아서 먹고 사는 세상이어서인지 월급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월급으로만 먹고 사는 세상이 돼서 승진에 매우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경감이 많다 보니 경감 팀장 밑에 경감 팀원이 근무하는 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봉급만 많이 받으면 어디서, 누구 밑에서 근무하든 상관없다는 얘기다.

실제 계급 파괴를 인정하는 배경에는 보수가 있다. 경위에서 경감으로 1계급 승진하면 월 25~30만 원에 각종 수당까지 합치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한 계급이라도 더 빨리 승진해 봉급 많이 받고 연금도 더 많이 수령하는 실리를 택하는 것이다.

 

근무 제대로 할까 우려

 

경위 달고 파출소장 할래 아니면 경감 달고 순찰차 탈래?“라고 물으면 대부분 후자를 택한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에는 정년퇴직 60세라고 해 봐야 젊다고 생각하는데 체면보다는 비록 순찰차를 타더라도 봉급을 더 많이 받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그러나 나이 들어 경감 팀원이 돼 순찰차를 탈 때 근무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팀원이 팀장과 계급은 같은데 나이가 많을 경우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지곤 한다.

3급서 지구대의 경우는 동네 후배가 지구대장으로 오자 근무하기가 불편하다며 다른 곳으로 옮겨줄 것을 내신하는 일도 있었다.

한 경찰 간부는 지금 벌어지는 근속 승진 후유증은 5~6년 후면 해소될 것이라며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서 정상적인 조직 운영을 위한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은 자치경찰 확대

 

이를 위한 방안으로 자치경찰 확대가 거론된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일원화 모형으로 추진 중인 자치경찰을 이원화해 2024년 세종·강원·제주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경찰사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나누되 국가경찰이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를 받아 자치경찰사무를 수행하는 모형이다. 행안부는 시범운영 성과가 좋으면 2026년 전국적으로 전면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 간부는 이원화 모형이 되면 조직이 확대돼 자연스럽게 경감 잉여인력을 소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차제에 행정기관에서 맡고 있는 안전, 여성청소년 분야 업무도 일정부분 경찰로 이관해 효율적으로 통합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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