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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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 우석훈 경제학자
  • 승인 2023.02.22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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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상으로만 보면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2000년대 들어서 시작된 것은 아니고, 80년대 중후반에 이미 합계출산율 2 이하로 내려왔다. 꽤 오래된 이 현상이 이제는 추세로 굳었다. 모든 수치가 출산율이 앞으로도 내려갈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은 출산과 재산의 관계다. 5년에 하는 인구 총조사만으로는 명확하게 이걸 보기가 어렵다. 관련 논문들은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들을 주로 한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결혼은 중산층 이상만이 하는 것이고, 출산은 그런 사람들에게서만 생겨나는 사회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30대 인터뷰를 해보면, 실업 상태에서 결혼을 계획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이 될 때까지 결혼을 유보하겠다고 대부분 답한다. 물론 비정규직 부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그 상황이면 결혼 계획을 유보하거나 비혼 선언을 한다. 비혼 선언의 비율은 아직 통계적으로는 모른다. 다만 한국 문명에서 중산층 신화는 이제 끝나가고, 비혼 선언을 한 솔로들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일본은 제치고 세계 1위가 된 수치가 두 개 있다. 자살율과 출산율이 그렇다. 1위였던 일본의 자살율을 우리가 넘어선 후 20년 후 압도적인 세계 1위다. 합계출산율은 최근 일본이 1.4 정도로 반등을 했다. 여기에 또 하나 추가될 수치가 경제 성장률이다. IMF 예측치로는 올해 한국이 일본보다 아래로 내려간다. IMF 이후로 처음이다. 장기 전망은 더 어렵다. 지금 같은 인구 구조로는 멀지 않아 실질 경제가 아니라 잠재 성장률 자체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장은 마이너스인데, 자살율은 세계 1위인 경제,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그 동안 경제 성장을 했던 것인가?

저출생으로 인해서 생겨날 문제는 고령화와 연결되면서 사회 거의 전 부문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10년 전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했던 직장이었던 선생님의 인기가 급락하는 중이다. 교대에 가고 싶어하는 학생 자체가 줄어든다. 지금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이나 기관도 별로 없다. 그 충격을 우리가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우리의 지역 경제가 받아낼 수 있을까?

한때 우리는 자본이 노동에 비해서 희소한 자본 희소사회였지만, 이제는 점점 더 사람이 희소해지는 노동 희소사회로 전환되는 중이다. 이런 변화는 모두의 문제지만, 사실상 이걸 자기 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성 문제를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단체도 있다.

장애인도 당사자가 존재한다. 각 지역이 가면 지역 경제 부흥을 자신의 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단체도 있다. 저출생의 당사자는 누구인가? 영유아 혹은 어린이? 그들의 부모? 손자 안 낳는다고 성인이 된 자식들 명절 때마다 달달 볶는 노인들? 누가 당사자인가? 아무도 당사자가 아니다. 그나마 이나마라도 아직 출산이 제로로 수렴하지 않는 것은, 집 물려줄테니까 결혼하고 아이 낳으라는 중산층들 아닐까? 집값이 내려가면 그런 경제적 동인도 줄어들게 된다.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지금 우리는 그 패러독스 안에 들어가 있다. 일본은 이 문제만 전담하는 장관을 만들면서 흐름에 반전을 만들었다. 인구 12천 시대에 ‘1억총활약상을 만들었다. 그래봐야 무슨 일이 있겠느냐고 코웃음을 쳤지만, 몇 년 뒤 흐름의 반전이 생겨나기는 했다.

이렇게 낮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혼수가 아직 존재하고, 사실혼에 대한 제도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고, 관련 부처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누군가 나쁘거나, 누군가 어리석어서 그런 게 아니다. 모두와 상관 있는 모두의 문제라서 그런 거다. 굳이 내가 뭔가 한다고 해서 나에게만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에 우리가 갇혀 있다. 한국 문명은 지금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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