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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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8
  • 글 : 이재표, 삽화 : 최나훈
  • 승인 2023.02.2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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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 ‘공핵관의 난’ 때문에 의장 되다
삽화 : 최나훈
삽화 : 최나훈

삼국지는 열 명의 환관, 십상시(十常侍)의 난으로 시작된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만 굴러간다지만 만화경 같은 세상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가끔 비슷한 풍경을 보여줬으니.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도 무속의 기운이 감도는 비선 실세와 문고리 사인방에 의한 국정 농단으로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불과 11년이 흐른 2028, 역사적 교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세상은 마스터(Master)를 자처하는 흰 수염 사내와 공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를 뜻하는 공핵관들로 시끄러웠다. 심지어는 너도나도 핵심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공핵관 호소인까지 창궐했다.

국력당은 삐걱거리며 굴러가는 수레와도 같았는데 드디어 바퀴 한쪽이 빠지는 변고가 발생했으니 분당 사태다. 20283, 비대위원장 체제를 마감하기 위해 치른 당 대표 선거가 화근이었다. 한마디로 수많은 공핵관 호소인들 중에 누가 진정한 공핵관인지를 가리는 진공(眞孔) 감별선거였다.

공 대통령이 미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100% 당원투표로 룰을 바꾸고, 여론조사 1위 출마예정자, 국력당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1위 출마예정자의 입후보 등록을 저지시켰다. “공심 후보가 아니라 공 대통령에게 힘을 주는 공힘 후보가 되겠다는 다짐도 소용이 없었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집요하고 노골적이었다.

문제는 공심을 쏟아부었음에도 공핵관 김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핵관 김 후보는 네 명이 겨룬 본선 1차 투표에서 35%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에는 한참 못 미쳤다. 2위 간 후보는 28%, 3위 천 후보는 25%, 4위 황 후보는 11%를 득표했다. 결국 1,2위 후보를 놓고 2차 투표를 진행했는데, 0.74%p 차로 승부가 갈렸다. 당선자는 간 후보였다. 의원총회에서 공핵관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우리 당내에도 대선에 불복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아직 대통령 임기가 4년이나 남았는데 이대로는 못 갑니다.”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요. 평민당 DNA를 가진 당원들을 대거 입당시켜서 보수의 피를 희석시킨 결괍니다.”

간 대표가 몸 담았던 당은 전부 다 망했어요. 우리도 그 꼴 나기 전에 빨리 새로운 집을 짓는 수밖에 없다니까요!”


국력당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가칭 공심당(公心黨)’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지더니 국력당 국회의원 75%가 탈당해 공심당에 입당했다. 대통령의 마음 공심(孔心)이 아니라 사사로움이 없는 마음 공심(公心)’이라고 설명했으나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대통령마저 공심당에 둥지를 트니 여당은 공심당이 되고, 국력당은 3당으로 추락했다. 호사가들은 한 달 동안 일어난 국력당 분당 사태를 무신정변(戊申政變)’ 또는 공핵관의 난이라고 불렀다.

민주시의회 국력당이라고 이 난리를 피해갈 수 없었다.

2026년 민주시의회 개원 당시 의석은 국력당 열네 석, 평민당 열세 석, 사민당 두 석, 그리고 추첨제로 뽑힌 의원이 열세 명이었다. 하지만 공심당 창당 이후에는 공심당과 평민당이 각각 열한 석으로 동수가 됐다.

국력당에서는 아홉 명만 공심당으로 건너갔는데, 평민당 의원 두 명도 난리 통에 공심당으로 이적한 것이다. 전반기 2년 동안에도 공심당을 기웃거리며 해당 행위를 하던 두 사람이었다. 간 대표가 새로운 깃발을 치켜든 국력당에는 간 대표를 도왔던 다섯 명만 남았다. 민주시민들은 당파싸움이 지긋지긋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평민당은 전반기에 단 한 석 많은 국력당이 의장을 맡았고, 이제는 평민당과 공심당이 동수가 됐으니, 후반기 의장은 평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심당은 전반기 의장을 맡은 건 국력당이고, 공심당은 완전히 새로운 당이니 의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3당이 된 국력당 의원들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민당과 추첨제 의원들은 시범 운영하고 있는 추첨제가 2년 동안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만큼 후반기 의장은 추첨제 의원 중에 맡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토론과 쪽지투표를 거쳐 뽑힌 후보는 오민심 의원이었다. 국력당 남 의원이 오민심 의원을 찾아왔다.


우리 다섯 표는 오 의원에게 주기로 뜻을 모았어요. 공심당은 쳐다보기도 싫고, 그렇다고 평민당이 예뻐 보일 리도 없고. 아니 그것보다도 오 의원이 진짜 잘할 거라 믿고 지지하는 거예요. 후반기에는 진짜 시민들을 위한 의회 만들어 봅시다.”


두 사람은 양손을 굳게 잡았다. 2028622, 의장 선거 투표함 뚜껑이 열렸다.


공심당 홍길동 의원 열 표, 평민당 이몽룡 의원 아홉 표, 추첨제 오민심 의원 스무 표, 기권 세 표로 오민심 의원이 민주시의회 후반기 의장에 당선됐습니다.”

땅땅땅!”


*다음 호에 9화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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