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년간 다듬기만 해서 기우는 현상까지 발생
2월 26일, 충북도는 도청 본관 앞에 있는 가이스카 향나무를 가지치기했다. 매년 있던 다듬기 수준이 아니라 이 나무가 향나무라는 것을 입증할 만큼의 최소한만 가지 끝에 남겼다. 잘라낸 줄기와 침엽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고물상에서나 볼 수 있는 집게 차가 현장을 정리했다.
휴일이었지만 차를 주차하느라 도청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수군거렸다. “도대체 누가 어떤 지시를 내렸기에 이렇게 무참하게 나무를 자르느냐”며 현장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이범찬 충북도 청사시설팀장은 “1937년 도청 본관을 짓고 가이스카 향나무를 심은 이래 단 한 번도 수형을 바로잡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채광이나 통풍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자라면서 뒤편이 부실해져서 나무가 기울 수도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범찬 팀장은 또 “도청 본관이 2003년 국가지정 등록문화재 55호로 지정됐음에도 ‘경관을 가린다’는 지적이 있어서 본관 앞 열네 그루의 가지를 쳤다”며 “얼마 전부터 시작한 야간 경관조명도 가지치기로 인해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 정원 연구로 임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광희 전 충북도의회 의원도 “사진을 보니 가이스카 향나무 수형 잡기를 위한 가지치기가 맞다”라며 “삼각구도의 수형을 몽글몽글하게 바꿔서 채광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범찬 팀장은 “별도의 예산을 세운 것도 아니고 공공운영비에 있는 관리예산에서 필요한 경비를 지출했다”라며 “당연히 자격과 면허를 갖춘 조경전문업체가 최대한 보기 좋게 다듬은 만큼 곧 모양을 잡아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