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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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9
  • 글 : 이재표 삽화 : 최나훈
  • 승인 2023.03.02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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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이신작칙(以身作則)’으로 규칙을…
삽화 : 최나훈
삽화 : 최나훈

민주시의회 의원 절반은 오민심 의원의 의장 당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전체 마흔두 석 중에서 각각 열한 석을 차지한 공 대통령의 공심당과 제1야당 평민당 의원들이 특히 그랬다. 진흙탕의 개처럼 이전투구(泥田鬪狗)한 결과임에도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몰랐다. 언론들도 오민심 의원의 당선은 어부지리(漁父之利)’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시민들의 기대는 컸다. 2년 동안 추첨제 의원들이 보여준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하루아침에 집권 여당에서 제3당으로 전락한 다섯 석의 국력당도 상임위원장 한자리를 얻기 위해서 추첨제 의원들과 연대했다. 추첨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전반기까지 공고했던 양당 구도는 이렇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양당 패거리로 나뉘어서 한 마리가 짖으면 개떼처럼 무조건 왈왈대던 의원들도 각자의 머리로 전략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인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생은 솔직한 것이어서 각자의 인격과 실력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삐져나왔다. 이 잣대는 진보와 보수가 아니었다.

오민심 의장은 제일 먼저 의원 연구모임을 자율화했다. 국력당 6선이던 전반기 의장은 회의실 사용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본인의 허가를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제가 뭐냐, 누가 나오냐, 내용은 뭐냐물어보면서 어떤 토론회는 야당끼리 떠드는 건 안 된다며 회의실 사용을 불허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일장 연설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했다. 그래서 의장의 별명은 골드(金)라떼였다.

오민심 의장은 의원들의 토론이나 세미나는 시간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신고하고 조정하는 것 외에 일절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2년 전 개원 초기에 추첨제 의원들끼리 분임토의로 만들었던 민주주의 5대 원칙은 민주시의회 전체의 선진화를 위한 5대 원칙으로 진화했다.
 

정당으로 패거리를 만들지 않고, 쉽사리 다수결로 결정하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결론을 내려는 토론에 참여할 의지와 능력을 갖는다.

언제든지 생각을 바꿀 수 있으며,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을 칭찬한다.

충분히 토론한 뒤에는 다수의 결정에 따르는 의사결정 구조를 수용한다.

개인적 감정을 떠나 허심탄회한 토론으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다.


의장의 특권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오민심 의장은 1호차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400만원, 4800만 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도 5분의 1이하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맹렬하게 반대하는 이들은 의회 사무국 직원들이었다.


의장님, 업추비를 불용처리하면 예산이 줄어듭니다. 다음 의장님도 생각하셔야죠.”

아니 1호차를 안 타시면 그 차는 차고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신다는 겁니까? 제발 그냥 타세요.”


오민심 의장이 아무리 설명해도 직원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오 의장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는 6개월여가 걸렸다. 오 의장은 먼저 업추비를 한 달 평균 50만 원 이하로 사용했다. 5분의 1이 아니리 8분의 1 수준이었다. 식사를 8000원 이하에 맞추고, 화환이나 부의금을 줄이니 금액이 전폭적으로 줄었다.

전임 의장은 업추비 모든 항목에 의정 개선을 위한이라고 썼으나, 오 의장은 행사 명칭을 정확하게 기록했다. 1호차를 타지 않는 것도, 공무원들이 염려했던 것만큼 복잡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민심 의장은 여느 때처럼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다.

관용차를 아예 타지 않으려고 자차(自車)를 이용해 봤지만, 행사장에서 주차가 문제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에게 내 차 좀 세워줘라며 차키를 던지고 행사장으로 뛰어간 적도 있다. 오민심 의장은 원칙을 세웠다.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행사장도 대중교통이나 자차로, 다만 주차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에만 1호차가 아닌 업무용 차량으로. 때마침 연한이 된 1호차는 결국 폐차됐다. 그렇다고 의장의 권위가 손톱만큼이라도 손상된 것은 아니었다. 사무국 직원들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오민심 의장님 쫌 멋지지 않아요?”

특별하지. 사실 나랑은 초등학교 동창이야. 우린 다 평범했거든. 오 의장도 나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아는 척 안 했어.”

그러고 보니 오 의장님도 훌륭하지만 그 전 의장들이 이상했던 거 같아요. 참 이상한 사람들.” 


*다음 호에 10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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