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산부인과 야간당직 포기
상태바
충북대병원 산부인과 야간당직 포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3.03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위험 환자 병원 찾아 대전, 천안, 세종으로 가야
국립대병원 중 첫 야간진료 포기, 무엇을 의미하나

출산 디스토피아
의료시스템 붕괴 현실로

3월부터 충북대병원 야간진료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현재 5명의 교수가 순번제로 당직을 서고 있었는데 2월 말에 1명의 교수가 그만두게 됐기 때문이다. 또 응급실만을 맡았던 의사 또한 2월 말에 그만둔다. 그러다보니 4명의 교수가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

이에 대해 충북대병원 홍승화 산부인과장은 “3월부터 야간진료에 일부 공백이 생기게 된다. 사직으로 인해 한 사람 몫인 한 달에 6~7일은 야간진료를 못하게 됐다. 지금 남아있는 4명의 교수들이 공백을 메우기엔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충북대병원은 3월부터 한달에 6~7일 산부인과 야간진료를 할 수 없게 됐다. 사진 충북대병원 정문.
충북대병원은 3월부터 한달에 6~7일 산부인과 야간진료를 할 수 없게 됐다. 사진 충북대병원 정문.

 

국립대 가운데 24시간 충북대병원이 최초로 야간진료를 포기하게 된 셈이다.

충북대병원은 3차 의료기관으로 도내에서 유일하게 고위험 응급 환자 치료를 담당했다. 조기분만이나 임신중독, 미숙아출산 등 응급 위기에 처한 산모와 신생아들이 이제 세종충남대병원이나 대전, 천안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분만은 촌각을 다투는 위급상황인지라 자칫 산모와 아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홍 과장은 이를 우려해 그동안 교수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인턴을 마친 후 교수를 준비하는 단계인 펠로우(수련의)를 하고 있는 후배들이 일단 교수를 지원해야 하는데 몇 년 사이 워라밸 문화가 퍼져 대학병원 교수직 매력이 떨어졌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업무 및 외래진료에다 야간당직까지 서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가 과도한 데 비해 처우가 일반 개원의에 비하면 너무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당장 개원의와 대학교수 1년 차 연봉이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것. 교수 1년차 연봉은 약 13000만원이다. 속초의료원은 응급의 지원자를 구하지 못해 연봉 4억원을 내걸었고, 최근 의사를 구했다. 더구나 대학병원의 경우 고위험 환자들이 오기 때문에 의료사고 등의 부담감 또한 커질 수밖에 없어 의사들은 이중고를 겪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현재 4명의 교수들 가운데 이미 2명의 교수들의 나이가 62, 63세로 불과 정년을 2~3년 앞두고 있다.

홍 과장은 충북이 국립대병원 중 처음으로 야간진료를 일부 포기하게 됐지만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 지금으로선 다른 국립대병원보다 연봉을 더 주거나 근무환경을 더 좋게 해줘야 하는 데 어떠한 당근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도에서는 이에 대해 어떠한 답을 줄 수 없다. 빨리 의사가 뽑히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소극적으로 답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0년 후 분만 전 기도하고 애 낳아야 한다

인터뷰/ 하태규 충북도의사협회 산부인과지회장·하안유산부인과 원장

 

현장에서 느끼는 출산율 저하는 정말 심각하다. 일단 환자 전체수가 확실히 줄었다. 해가 갈수록 더 줄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산부인과들이 별별 노력을 다하는 데 전체 파이가 줄다보니 한계가 있다.”
 

 

하안유산부인과를 운영하면서 충북도의사협회 산부인과지회장인 20년차 개원의 하태규 원장(사진)의 말이다. 충북도의사협회 산부인과 지회에는 약 60명의 의사들이 모여있다. 지난 118일 정기적인 협회 회의 자리에 김영환 지사가 방문했다. 하 회장은 모임이 결성된 이후 처음 지사가 왔다. 이날 현장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느끼는 위기감 및 지역의 응급의료체계가 붕괴될 위험에 대해서도 전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저출산을 막기 위해 16년간 200조를 썼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재 출산율이 방증이다. 하 원장은 한 나라의 출산 당시 사고율만 봐도 선진국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만큼 분만에 관한 고도의 기술을 갖는 건 선진국의 척도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점차 붕괴되고 있다. 당장 충북도만 해도 분만을 포기하는 병원이 늘고 있고, 3차 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에서도 야간진료를 일부 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점점 더 상황이 나빠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까지 엉뚱한 곳에 돈을 썼다. 저출산을 극복한 일본과 프랑스의 경우 일단 산부인과에 막대한 지원부터했다. 산모들이 바우처제도를 활용해 비용 걱정없이 다양한 의료혜택을 볼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 원장은 “10년 전부터 이러한 사태에 대해 의사협회에서 엄청나게 외쳤지만 귀기울이지 않았다. 인프라가 붕괴되기 직전이 되니 이런 상황을 다들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 10년 후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 산모들은 출산하기 전 기도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 그만큼 숙련된 의사를 만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의 경고는 섬뜩하지만 과하지 않다. 일단 의대생들을 산부인과를 지원하지 않는다. 각종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도 크고, 제왕절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의료숫가가 낮아 돈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의료 소송에 휘말리면 폐업을 고려해야 한다.

하 원장은 지금 도내 산부인과 개원의들의 평균 연령이 50대 후반이다. 이들이 10년 후에도 메스를 들 수 있을까 싶다. 새로운 인원이 충원돼야 하는데 산부인과를 다 기피하다보니 자원이 없다. 당장 충북대병원이 의사를 못 구하지 않나. 고위험 환자들을 충북에서 충북대병원에 보내지 못하고 대전이나 천안으로 보내야 한다. 이미 인프라가 붕괴된 것이다. 앞으로 10년 뒤 더 센 후폭풍이 밀려올 것이다고 예견했다.

이어 그는 충북도 차원에서 의료 공백에 대한 대책을 의사협회와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