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출산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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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출산 디스토피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3.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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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국장

도내 산부인과 관련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은 “10년 전에 아기를 낳은 것이 참 다행이다라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 숙련된 의사를 만날 확률은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일단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없는 데다 의사의 공력을 쌓는 물리적 시간도 짧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도내에서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는 16개다. 그 가운데 11곳이 청주에 있다. 단양군의 경우 아예 산부인과도 분만병원도 없다. 도내에서 분만 병원이 없는 곳은 단양을 비롯해 옥천군, 보은군, 증평군, 괴산군, 음성군이다.

청주에 있는 병원들의 의사 평균 연령은 50대 후반이다. 그러고 보니 내 친구들과 후배들이 출산했던 병원들은 문을 닫았거나 이제는 부인과 진료만 하고 있다.

어쨌든 현장에 있던 이들이 10년 후엔 은퇴할 것이고, 그 사이를 메워줄 의사들은 없다. 당장 2차 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이 야간당직을 3월부터 한 달에 6~7일은 포기한다고 밝혔다. 의사 1명이 사직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충북 도내 분만 의료 시스템 붕괴는 이제 자명해졌다. 고위험 환자들이 당장 어느 늦은 밤 대전, 청주, 세종의 병원들을 떠돌아다녀야 한다. 도내에서 갈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방관만 할 수 있을까. 지사는 공공연히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충북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아이를 낳는 것부터 이처럼 난관이 있으니 차후 잘 기르기까지 바랄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한 많은 정책과 사업들. 그리고 이에 들인 많은 돈들은 다 어디로 스며든 것일까. 암담하다.

저출산 문제는 현실을 자각했을 땐 이미 늦은 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그렇고, 어쩌면 기후위기도 그렇게 이상 자연현상으로 눈 앞에 도래할 것이다.

우리는 이 모든 문제를 이미 알고 예견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인근 나라들은 이른바 적절한 곳에 돈폭탄을 쏟아부으며 해결점을 찾았다. 일본의 경우 2020년 기준 출산율은 1.33명이다. 프랑스는 1.83명이다. 우리나라는 38OECD국가 중 꼴찌인 0.78. 이들 국가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해 드는 정신적, 물리적 비용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 나섰고, 저출산을 막아냈다.

일단 충북도에서도 저출산부터 산후조리, 보육 전반에 관한 모든 업무를 일원화하는 부서가 필요하다. 지금 충북도만 해도 관련부서는 많지만 어떠한 질문에 뾰족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자기 부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사의 맘은 급한데 담당부서는 업무가 파편화돼 있다 보니 심각성을 나몰라라 하는 것 같다.

전국 국립대 병원 중 첫 의료공백이 충북에서 발생했다. 의료 인프라 붕괴의 첫 신호탄이 충북에서 터졌다. 그 의미를 지사에게 정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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