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전쟁…한국 반도체 최대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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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전쟁…한국 반도체 최대위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3.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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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지원법 독소조항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발목 잡아
업계 관계자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하길 강요…어려운 문제다”
여아 “반도체 사활 걸고 지켜야”한 목소리, 산업통상자원부 나서

흔들리는 한국 반도체
반도체는 이제 안보다

 

미국 정부가 지난 2월 말 공개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두고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최대고민에 빠졌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바로 반도체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도 중국도 어느 한쪽도 버릴 수 없는 것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지원법을 보면 미국식의 반도체 굴기인 반도체 동맹을 통해 한국기업들에게 미국 or 중국인지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당장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 정부에서 15000만달러(2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고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미국이 내건 불합리한 독소조항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살펴보면 반도체 기업들이 예상을 넘는 이익이 나면 보조금의 75%까지 환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보조금 수령 기업의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설비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도 포함됐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규제로 최대위기에 처했다. 

 

공장은 중국에 있는데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계속해서 자금을 빠르게 투입해 증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도체 생산라인이 노후화돼 경쟁력을 잃는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낸드플래시의 40%, SK하이닉스는 D램의 50%를 중국에서 만든다.

그렇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을 택하고 미국을 버릴 수 있을까. 미국의 장비 및 설계를 최대 70%까지 의존하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선 결국 미국이 짜놓은 반도체 동맹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에 포함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미국, 대만, 한국, 일본, 네덜란드 뿐이다. 그중에서도 파운드리 1위인 대만의 TSMC와 메모리 반도체(D램과 낸드플래시)의 전세계 70%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공장에서 시스템LSI’를 생산 중이다. 또한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170억 달러를 투입해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이 만나 구두로 15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이들 기업들이 미국 상무부에 내야 할 최종 보고서 날짜도 차이가 있다. 첨단반도체(5나노 이하)기업인 삼성전자는 331일까지 보조금 지원서를 제출해야 하고, SK하이닉스는 626일까지 답을 줘야 한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30여 년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소위 줄타기를 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성장했는데 지금은 그 질서가 깨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기본적으로 사이클 산업이다. 불황과 호황이 반복되면서 생산량 감산과 증설이 되풀이되는 데 여기에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됐고 가장 큰 변수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또 사이클 산업이다보니 호황과 불황 편차가 커 초과환수를 최대 75%까지 내놓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

 

미끼 물어야 하나 뱉어야 하나

 

뿐만 아니라 첨단 반도체 제조 설비를 공개하라는 미국 상무부의 요구는 WTO가 합의한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하는 처사다. 바이든 정부는 2021년에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고와 판매 등 공급망에 대한 내용을 제출하라고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에 미 정부는 보조금 지원을 미끼로 던지고, 기업들에게 예상 현금 흐름, 수익률, 고용 계획, 미래 투자 계획 등을 요구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 차원에서 미국 내 상업생산시설에 대한 접근권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반도체 공정 정보를 공개하라고 한다며 우려를 표한다.

한편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산업도 불황이다. 재고가 역대 최고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반도체 재고율은 265.7%, 19973(288.7%) 이후 25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단일 품목이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산업구조에서 이 같은 상황은 한국경제에 직격타다. 한국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해 무역적자가 12개월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실적은 두 달 연속 거의 절반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있고, 대중 무역수지도 5개월 연속 적자다. 청주에 공장이 있는 SK하이닉스와 이와 관련한 도내에 있는 수많은 소재, 부품, 장비 업체에게도 경고등이 켜졌다. 당장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은 감축경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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