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차원 방정식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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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차원 방정식 풀어야 한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3.09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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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 경쟁에 ‘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운명은…
인터뷰/ 노화욱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장

흔들리는 한국 반도체
전문가 인터뷰

 

'점입가경(漸入佳境)’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노화욱 전 충북도 정무부지사(2006~2008사진)는 한마디로 현재의 상황을 표현했다.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는 2019년에 세워진 비영리 단체다. 노화욱 전 지사는 84SK하이닉스에 입사해 22년간 몸담았다.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에는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업체 100여곳이 회원사로 있다.

 

노화욱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장
노화욱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장

 

노 회장은 “2019년 일본 아베총리가 한국에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를 수출규제하겠다는 것을 보면서 한국 반도체 시장이 자립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보며 노 회장은 즉각 단체를 꾸렸다.

이어 그는 현재 반도체 소자기업(종합반도체회사IDM)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세계 메모리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많은 공정 안에 들어가는 소재, 부품, 장비는 전적으로 미국과 일본에 의존(75%)하고 있다. 가령 한국 반도체 장비회사는 국내 비중이 3%, 해외로 보면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베총리의 한국 수출규제는 우리에게 교훈이자 반면교사가 돼야 했다는 것.

4년 뒤 이번엔 미국이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에게 규제 방아쇠를 당겼다. 지난 30년을 풍미했던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가 깨졌다.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시켰고, 선진국들은 너도나도 리쇼어링(생산비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해외에 있던 공장을 자국으로 다시 불러오는 것)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반도체를 꺼내 들었다.
 

일본 '플라자합의'로 몰락

노 회장은 이를 두고 “1985년 미국이 일본 반도체 기업에 자행한 플라자합의가 떠오른다고 밝혔다.
미국은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의 엔화를 강제적으로 절상시켰다. 이듬해인 1986년에는 미일반도체협정을 맺어 일본기업들은 생산원가를 공개해야만 했다. 그 결과 당시 전세계 반도체 시장 1, 2위를 다투었던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은 지금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 사이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기업들이 1,2위를 각각 비메모리, 메모리 분야에서 차지했다.

노 회장은 미국은 반도체를 안보로 본다. 경제안보위원회 안보보좌관이 반도체 산업 전략을 짜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해 한국과 대만을 손아귀에 넣어야 한다. 반도체는 안보와 경제를 지키기 위한 최고의 군사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최근 미국 상무보가 내건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독소조항에 대해 한국 정부가 나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야도 한목소리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 회장은 그동안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50년 역사 동안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이끌어왔다. 친미를 택한 정부가 과연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금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고 비유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미국 테일러시에 기투자한 상황이라 발을 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는 셈법이 더 복잡하다. 2021SK하이닉스는 중국 대련에 있던 인텔 낸드플래시 공장을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인텔은 중국에서 공장을 철수한 셈이 됐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뉴욕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노 회장은 “SK하이닉스가 당시에는 옳은 판단이었겠지만 지금 보면 실수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왜 중국 공장을 철수하고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는지 그 행간을 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지원법의 최대 수혜자들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만약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플랜 B, 플랜 C를 내놓을 수도 있다. 반도체 소자기업(종합반도체회사IDM)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년의 세월 동안 내재화를 하지 않는 것이 결국 독으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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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산업의 상수와 변수는 무엇?

현재냐 미래냐, 기술이냐 시장이냐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풀어야 할 고차원 방정식의 상수와 변수를 정리해본다.

미국은 반도체 탄생국이다. 반도체 설계, 장비 부문이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미국은 생산공장이 부족하다. 미국이 대만과 한국에 구애를 보내는 것도 미국 내 공장을 갖기 위해서다. 메모리보단 파운드리 반도체를 독점하는 게 미국 정부의 속내다.

한국이 미국과 손잡는 것은 선진화된 기술미래를 택하는 것이다. 또 애플, 테슬라와 같은 완성품 최대 고객사가 있다.

반면 중국은 시장이고 현재.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판매처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기업은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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