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원로 “그동안 잘 읽었으나 이젠 글씨가 안 보여서”
“이거 또 무슨 등기가 왔네요” 언론사에 오는 등기우편은 달갑지 않습니다. 언론 중재를 요구하거나 혹은 내용증명, 아예 소송부터 시작하자는 소장(訴狀)일 수도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손글씨로 주소를 쓴 봉투 안에는 역시 손글씨로 쓴 편지 한 장과, 편지지에 고이 싼 10만 원이 들어있었습니다.
저희도 함자를 들어 익히 알고 있는 임○○ 선생이었습니다. 편지는 “충청리뷰분들에게. 안녕하십니까? 훌륭한 신문 만드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몇 년간 신문을 애독하면서 그 수고에 답하지 못하여 아주 죄송했습니다”로 시작됐습니다. “한동안 기증지를 받아봤는데, 이제는 아흔이 되어 안경을 쓰고도 큰 제목만 읽는 처지”라면서 “아주 작은 성의를 전하는 것조차도 면구스럽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앞으로 신문은) 저 대신 읽을 수 있는 분들에게 보내시는 게 좋겠습니다”라며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라는 인사로 끝을 맺었습니다. 3월 2일로 썼던 날짜는 8일로 고쳐져 있었는데요. 써놓고 부칠 때를 놓쳐 1주일이 흐른 듯싶었습니다.
처음 봉투를 뜯은 직원은 그런 줄도 모르고 ‘삐뚤빼뚤’ 봉투를 함부로 뜯었다고 속상해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20대 직원도 눈물이 글썽글썽했습니다.
“고맙기는요. 저희가 고맙죠.” 누군가의 입에서 혼잣말이 나왔습니다. “이런 맛에 산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어려워도 신문은 제대로 만들자”고 다짐도 했습니다.
PS:
“임 선생님 올 한해도 더욱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르신들과 시각장애인, 신문을 읽을 틈이 나지 않는 분들읗 위해 읽어주는 신문 제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편지 덕분에, 그 시점이 더 당겨질 수도 있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2023년 3월 17일
충청리뷰 가족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