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AI, 인간의 창의성을 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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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AI, 인간의 창의성을 넘보다
  • 천정한 문화잇다 대표,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외래교수
  • 승인 2023.03.1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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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산업을 막론하고 화제가 되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열풍은 출판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월 출간된 책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은 출판기획자가 쓴 기획안을 바탕으로 GPT가 글을 쓰고 번역과 교정, 교열을 거쳐 7일 만에 책이 나왔다. 그 화제성 때문에 책은 출간 후 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온라인에 올라온 북리뷰들을 살펴보니 거친 문장과 산만함,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표현 등이 지적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닌 AI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책의 본질적 내용이나 작품성보다는 기술적 경이로움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는 평이 대체적이었다.

국내에는 이번 사례가 처음이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챗GPT가 쓴 책이 흔하게 유통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 올라온 책 중 200권 이상을 챗GPT가 쓴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6년 일본에서는 AI가 쓴 SF 단편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 호시 신이치 문학상 예선을 통과했고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샤오빙은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를 출간했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사피엔스> 10주년 기념판에 GPT가 쓴 서문을 함께 올리며 “AI 혁명은 우리가 알던 방식의 인류 역사가 끝났다는 신호다. 역사상 처음으로 힘의 중심이 인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지 모른다라고 적었다.

그동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온 창작활동이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그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면서 어쩌면 머지않은 시간 내에 인간보다 월등한 창의적 사고와 예술적 표현이 반영된 작품을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많은 사람이 놀라움과 우려감을 가지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하는 일련의 창작활동을 창의적 작품으로 보기보다 방대한 정보와 언어를 학습한 모방의 조합 형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2019GPT-210GB의 글과 800만 웹페이지, 15억 개 단어를 학습했고 2020GPT-3는 약 1조 개의 단어를 학습해 이전보다 1000배 향상된 1750억 개의 매개 변수, 45TB의 학습데이터가 작동되는 시스템이다.

학습된 데이터를 단순히 조합하여 나타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마치 새로운 창작행위를 한 것처럼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일 뿐 창의성을 가질 수 없고 언어기반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숱한 오류와 허구성 때문에 결국 예술적 창작활동은 앞으로도 인간의 영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류는 자연을 모방해오면서 오랜 시간의 경험과 기억, 근거를 바탕으로 진화해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예술의 기원을 모방은 인간 본성에 내재한 것으로서 인간은 처음부터 모방에 의하여 지식을 습득한다라고 했다.

세계적인 예술가, 광고기획자들은 당신의 창조성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가?’ 라고 질문을 했을 때 공통적으로 기존의 것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라고 말한다. 인공지능 챗GPT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언어를 모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그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 일 것인가?

GPT에게 인공지능의 창작활동이 출판에 미치는 영향을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 작가의 창작성과 예술적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GPT와 같은 기술은 인간 작가의 창작 활동을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하며, 이를 활용하는 출판산업은 출판 생태계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창의성과 예술적 가치를 존중하고 보존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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