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50년 만에 미술관으로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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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50년 만에 미술관으로 부활할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3.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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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벙커 충무시설로서 가치 없어져, 올해 7월 개방
1973년에 지어진 200m 700평 규모 대규모 비밀 시설
​​​​​​​“유휴공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자"여론

충북도청 인근 대성로 122번길엔 거대한 벙커가 잠자고 있다. 1973년 암반을 깎아 지은 벙커의 공식명칭은 충무시설이다. 길이 200m, 700평의 대규모 시설이다. 곳곳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방도 10여 개가 있다. 충무시설이란 전쟁을 대비해 만든 일종의 비밀 군사 훈련 시설이다. 벙커는 일 년에 3~4번 을지훈련 장소로 개방됐을 뿐 평상시엔 문이 늘 굳게 잠겨있었다. 하지만 벙커 문이 50년 만에 열리게 됐다.
 

충북도청 인근 대성로 122번길엔 50년 된 벙커가 있다. 1973년 암반을 깎아 지은 ‘벙커’는 길이 200m, 약 700평의 대규모 시설이다. 김영환 지사는 이 곳을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충북도청 인근 대성로 122번길엔 50년 된 벙커가 있다. 1973년 암반을 깎아 지은 ‘벙커’는 길이 200m, 약 700평의 대규모 시설이다. 김영환 지사는 이 곳을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공간혁신이 르네상스

 

김영환 지사는 최근 레이크파크 르네상스계획을 발표하면서 도청 인근 벙커를 미술관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김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도청 인근 공간을 혁신할 것이다. 이것이 르네상스다. 우선 도청 내부 공간을 변화시킬 것이고, 벙커도 개방할 것이다. 벙커가 수십년째 방치돼 있었는데, 이를 미술관으로 활용하면 엄청난 문화상품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벙커 문이 열리게 된 것은 취재해보니 김 지사가 이 곳을 문화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의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먼저 도청 민방위팀의 지속적인 건의가 있었다. 김은관 충북도 비상대비민방위팀장은 충무시설은 기본적으로 보완 및 습도 관리가 중요하다. 지금 시설은 1973년에 암석을 깨서 지어지다보니 시설이 노후화됐다. 각종 컴퓨터 장비 등이 이곳에서 작동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2019년부터 벙커 이전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김영환 지사 취임 후 작년 10월에 또 건의했고 이번에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인 벙커 개방이미 요구

 

지금 벙커를 충무시설로 쓰지 않을 경우 도청 인근에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 김은관 팀장은 오는 7월까지 충무시설의 임시이전을 완료할 것이다. 2년 후 충북도 후생복지관 지하에 들어갈 것이다. 지금의 벙커는 7월부터 개방된다. 충무시설로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고전적인 벙커를 가진 곳은 현재 전국에서 강원도와 충북이 유일하다. 대부분 도청을 새로 지으면서 지하에 충무시설이 들어갔다. 강원도도 신청사 건립을 추진중이어서 만약 그렇게 되면 충북도청만이 유일하게 옛 벙커를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미 2019년께 충북문화예술포럼에서 벙커를 문화예술인들에게 개방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이를 추진했던 김기현 전 충북문화예술포럼 대표는 벙커를 개방해 이곳에서 문화예술인들이 다양한 전시 및 공연을 하자고 건의했다. 청주문화재여행행사 때 벙커를 활용하면 청주만의 특색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일반적인 작품을 걸긴 어렵지만 미디어 아트는 최적의 장소다. 이번에 개방한다면 먼저 시범적으로 전국의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전시를 여는 것부터 해보자라고 설명했다.

도청 벙커가 개방된다고 하자 문화예술계가 들썩이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일단 7월에 개방하고, 공간에 대한 활용방안은 좀 더 구체화 되면 발표할 것이다.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나 제주에 있는 '빛의 벙커', 제주 아르떼 뮤지엄 얘기도 많이 듣고 있다라고 에둘러 말했다. 김영환 지사 또한 이 공간의 활용성에 대해 강조해 향후 죽은 공간의 부활인 르네상스가 이곳에서 실현될지 기대를 모은다.
 



벙커를 빛의 벙커
20년 전 만든 비밀기지,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탈바꿈

 

빛의 벙커’. 제주도에 있던 옛 국가기관의 통신시설이었던 벙커는 국내 유일 미디어아트 예술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이 없던 벙커에 이 들어오자 공간은 되살아났다. 이제 제주도 성산지구에 가면 꼭 찾아가야 할 1순위 장소가 됐다. 티모넷이 운영하는 '빛의 벙커'는 2018년 11월 개관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방문객 수는 190만명이다. 거장의 작품에 소리와 빛을 입혀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경험을 만들어준다. 티모넷은 유효공간의 재생을 이끌어냈다. 
 

제주도 아르떼 뮤지엄은 ‘빛의 벙커’로 유명하다.
 ‘빛의 벙커’는 죽은 공간을 재생시켰다. 

 

이러한 성공사례는 충북도가 벤치마킹할만한다모 씨는 최근 제주도 여행에서 '빛의 벙커'를 보고 충북도에도 벙커가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티모넷은 제주도에 있는 '빛의 벙커'외에도 새로운 공간을 공모받아 공간을 재생시킬 예정이다. 또 서울 워커힐호텔에 있는 대극장을 '빛의 씨어터'로 바꿔 관람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주제로 유효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바꾼 곳 중에 제주 아르떼 뮤지엄이 유명하다.  제주 아르떼 뮤지엄은 오래된 스피커 공장을 개조했다. 디스트릭트 주식회사가 만든 제주 아르떼 뮤지엄은 디지털 인터렉티브 아트 뮤지엄을 표방하고 있다. 디스트릭트는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한 혁신적인 공간을 선사한다. 이미 디스트릭트는 국립중앙박물관, 디올 성수 등의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작업한 바 있다. 디스트릭트는 현재 제주도, 여수, 강릉 총 3곳에서 아르떼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고, 부산 영도구에도 개관을 준비 중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지하도나 벙커의 공간혁신을 이러한 기업들과 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충북도 벙커 또한 빛의 벙커’나 제주 아르떼뮤지엄처럼 공간 혁신으로 대박이 날지 아니면 그냥 개방으로 그칠지는 오롯이 지역사회와 지사의 역량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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