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독립운동가 선양, 金 중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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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독립운동가 선양, 金 중단 왜?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3.22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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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전 충북도지사, 독립운동 성지로 만든다며 세 가지 사업 추진
김영환 현 지사, ‘충북의 대표 독립운동가 10인 동상건립’ 이유없이 중단

 

2020년 6월 완공된 충북의 여성독립운동가 흉상
2020년 6월 완공된 충북의 여성독립운동가 흉상

 

민선7기 충북도가 추진하던 독립운동가 선양사업이 아무 설명없이 중단돼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시종 전 충북도지사는 대한민국 100주년을 기념해 충북을 전국 최고의 독립운동 성지로 자리매김 하겠다며 세 가지 사업을 진행했다. ▲충북의 여성독립운동가 10인 흉상제작과 전시실 건립 ▲대한민국임시정부 행정수반 8인의 동상과 기록화 제작 및 기념관 건립 ▲충북의 대표 독립운동가 10인 동상 및 기림벽 건립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 일련의 사업들은 2018년 시작돼 올해 마무리된다. 현재까지 충북의 여성독립운동가 흉상제작, 대한민국임시정부 행정수반 8인 동상건립 사업은 완료됐다. 그러나 충북대표 독립운동가 10인 동상건립은 민선8기 들어 김영환 지사가 취임하면서 중단됐다. 단체장이 바뀌면 당연히 ‘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지만 이런 사업은 필요하며 중단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친일파 발언을 한 김 지사가 의도적으로 취소한 게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충북도, 5년간 사업 진행
 

충북도는 첫 번째 독립운동가 선양사업으로 충북의 여성독립운동가 10인의 흉상을 제작해 2020년 6월 충북미래여성플라자 1층에 설치했다. 이들 10인은 윤희순·어윤희·박자혜·임수명·이화숙·연미당·오건해·신순호·신정숙·박재복이다. 이들은 충북을 본적으로 하거나 연고가 있으며 동상 제작과 관련해 유족 동의를 마친 사람들이다.

이 사업은 행안부 공모에 선정되면서 착수했다. 총 사업비는 6억원. 역사적으로 남성 독립운동가에 비해 여성은 철저히 소외돼 왔다. 대부분 충북의 여성독립운동가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 사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전국 처음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추진된 행정수반 8인의 동상과 기록화제작 사업이다. 도는 2022년 4월 이승만·박은식·이상룡·홍진·이동녕·송병조·양기탁·김구의 동상을 청남대에 설치하고 기념관도 세웠다. 기념관은 청남대 대한민국임시정부 광장 한편에 조성됐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충북의 대표 독립운동가 10인 동상과 기림벽 건립이다. 올해 7월 청주 3·1공원 옆에 설치할 예정이었다. 10인은 황학수·이상설·유인석·한봉수·홍범식·이광·신규식·홍진·류자명·신채호 등이다.

현재 청주 3·1공원에는 동상이 있다. 충북도는 지난 1980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3·1공원에 민족대표 33인 중 충북출신 6인의 동상을 건립했다. 신홍식·권동진·손병희·권병덕·신석구·정춘수 등이다. 그러나 1996년 청주지역 범시민사회단체는 친일파 정춘수 동상을 철거해 지금은 5인 동상만 있다. 도는 2021년 5인 동상 오른쪽 뒤편 부지에 대표 독립운동가 동상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자문위원회를 운영했다.

자문위에는 당시 한시준 독립기념관장, 장기영 광복회 충북도지부장, 구완회 세명대 교수, 박걸순 충북대 교수 등이 들어갔다. 자문위는 의병 2인, 계몽운동 3인, 임시정부 5인 등 독립운동 계열별 분포와 지역안배 등을 고려해 인물을 선정하고 동상 건립장소를 결정했다.

이시종 전 지사는 이 날 회의에서 “그동안 임시정부 행정수반 동상과 기념관 건립, 이상설 선생 기념관 등 다양한 선양사업을 추진했으나 동상이 지역별, 시군별로 산재해 있어 아쉬웠다”며 충북의 대표독립운동가를 기억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자 역사문화교육 체험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도는 지난해 5월 바로 업체를 선정해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하고 기본구상안을 수립하겠다는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충북출신 민족대표 5인의 동상이 있는 청주 3.1공원
충북출신 민족대표 5인의 동상이 있는 청주 3.1공원

 

‘용두사미’된 독립운동가 선양사업
 

하지만 지금 이 사업은 추진되지 않는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김영환 지사가 취임한 후 지사께 이 사업을 보고했다. 그랬더니 독립운동가 선양은 필요하나 동상건립 이외에 더 좋은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자고 하셨다. 청주 3·1공원 사용을 위해 청주시와 협의하던 중이었다. 현재 중단한 건 아니고 보류상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를 보류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문위에 참석했던 사람들도 지난해 7월 이후 충북도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동상건립 비용 20억원도 이미 도의회를 통과해 문제가 없었다고 자문위원들은 말했다.

박걸순 교수는 “충북도의 독립운동가 선양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아무런 논의도 없이 중단한 것이라면 정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장기영 광복회 충북지부장은 “충북의 도세는 약하지만 훌륭한 독립운동가는 전국에서 가장 많다. 대한민국을 지켜온 순국 선열들에 대해 보고 듣고 배우는 공간이 필요하다. 충북도가 해온 여성독립운동가 흉상건립, 대한민국임시정부 행정수반 동상건립 사업은 전국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대표 독립운동가 동상건립을 위해 부지선정까지 했는데 이렇게 중단해서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충북 독립운동가 선양사업은 세 번째만 마무리하면 완료되는 것이나 충북도가 중단해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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