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미호강의 원래 이름 ‘동진강’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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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미호강의 원래 이름 ‘동진강’을 되찾자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3.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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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일제잔재 청산 의지 다져야
충북도, 미호천을 미호강으로 변경에만 매달려 원래 이름 복원 외면
미호천은 일제가 만든 이름, 김정호 대동지지 등 고지도에 동진강 명시

 

일제 때 미호천으로 지어진 뒤 지난해 강으로 승격한 미호강. 고지도, 고문헌에 표기된 ‘동진강’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일고 있다. 작천보에서 바라 본 전경.
일제 때 미호천으로 지어진 뒤 지난해 강으로 승격한 미호강. 고지도, 고문헌에 표기된 ‘동진강’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일고 있다. 작천보에서 바라 본 전경.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에 이은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굴욕외교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정상회담에서 대승적·선제적강제동원(징용) 해법 발표에도 일본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윤석열 정부의 덮어놓고 미래로식 접근이 일본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과거사 퇴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일본 저자세, 굴욕외교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청주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일본식 지명을 우리 고유의 이름으로 되찾은 몇몇 사건들이 있었다.

본정통과 오정목이 대표적이다.

1911년 일제가 청주읍성을 철거하고 본정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후 수십년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불러온 본정통을 성안길로 명명했다. 성안길은 청주의 대표적 중심상업지역이며 청주읍성 안에 있는 큰 길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청주시 북문로3가의 일본식 이름인 오정목도 원래 지명인 방아다리로 바꿨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본래의 이름을 되찾은 것은 청주문화사랑모임등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호강 승격에만 올인한 패착

 

청주에는 충북 중부권역 최대의 강이 있다. 미호천으로 불리다가 지난해 강으로 승격한 미호강이 그것이다. 국가하천 미호강은 금강 제1지류이며 전체 유역 면적은 1,854로 충북 전체 면적의 25%를 차지하는 대표적 하천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77일 충북도의 건의를 받아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미호천을 미호강으로 변경했다.

()과 천()을 구분하는 별도의 법적기준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유역면적이 넓고 유로연장이 긴 대규모 하천을 강으로 부른다.

국가하천(73) 상위 25개 하천 중 20개가 강이며 미호강은 20번째, 유역면적으로는 12번째다.

충북도는 미호천 수질 3급수로의 악화, 수량 절대 부족, 친수여가시설 거의 전무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2021물이 살아있는 미호강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약 반영에만 매몰된 나머지, 강 승격에만 매달렸지 일본식 이름을 원래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외면했다.

원래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은 충북도에서 애초 환경부에 강 승격을 건의하면서 원래 이름인 동진강으로의 변경을 추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게 큰 과오라며 충북도가 원래 이름인 동진강으로의 명칭 변경은 추후 역사적 고증과 여론수렴을 통해 가능하다고 한 만큼 후손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으려면 시대적 요구인 명칭 복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호강의 원래 이름이 동진강이라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사)운초문화재단 관계자들이 명칭 복원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미호강의 원래 이름이 동진강이라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사)운초문화재단 관계자들이 명칭 복원 결의를 다지고 있다.

 

고지도 어디에도 없는 미호천

 

미호강은 유로연장 89.2(국가하천 64.5, 지방하천 24.7)으로 음성군 망이산에서 발원해 세종시 연동면 합강리에 이른다. 하천 폭은 200m 이상인데 500~1000m에 이르는 곳도 50%에 달한다.

연관 지자체는 충북·세종·경기·충남 등 4개 시·, 청주·진천·음성·괴산·연기·안성·천안·증평 등 8개 시·군이다.

미호천이란 이름은 현존하는 옛 지도와 조선시대 때 발간된 지리책 어디에도 없다는 게 동진강 명칭복원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측의 설명이다. 청주읍지에도 각각의 물줄기의 맥은 청안, 진천, 괴산, 회인의 경계에서 나와 작천으로 합류한다. 상류는 오근진이 되고 하류는 진목탄이 되며 연기와의 경계인 동진에 와 닿는다고 기록돼 있다.

그렇다면 미호천이라는 명칭은 언제 어떻게 생겼는가.

1910년 일제 강점기 토지조사사업에 근거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조선총독부는 1914년 각 도()의 장관에게 보낸 통첩을 통해 여러 명칭으로 불려지고 여러 한자로 쓰이는 하천의 명칭 통일 지시(조선총독부 관보 제638, 관통첩 제3431914.9.16. 각 도 장관)를 내렸다. 우리의 전통적 지명이 없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그 근거로 4년 후인 1918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근세한국오만분지일지형도(近世韓國五萬分之一地形圖)에서부터 미호천(美湖川)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미호천 본래의 명칭이 동진강이라는 사실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해동역사(1823)에는 동진강은 그 근원이 충주의 망이산으로부터 나와 남쪽으로 흘러 진천현의 남쪽을 지나고, 또다시 서남쪽으로 흘러 연기현의 남쪽에 이르러서 금강으로 들어간다고 금강의 북쪽 근원으로서 동진강을 기록하고 있다.

김정호의 대동지지(1865)에는 작천은 서북쪽 20리 청안의 반탄에서 서남쪽으로 흘러 오근진, 작천, 진목탄, 망천, 부탄이 되고 연기를 지나 동진강이 된다고 적혀 있다.

1872년의 연기현지도 역시 동진강으로 표기돼 있다.

 

고지도에 표기된 동진강

 

심지어 1882년 일본에서 발행된 조선전도와 조선내란지도에도 동진강으로 표기돼 있다. 이는 일제 강점기 이전에는 동진강이 국제적으로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명칭이 변경되기 전 발행된 증보문헌비고(1903~1908)가 청주 작천은 북쪽 20리에 있고 동진강의 상류라며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을 동진강으로 통칭했으며 이는 일제의 이름 변경을 입증하는 중요자료가 되고 있다.

 

일본 지도에도 동진강 표기

 

미호천()의 옛 명칭이 동진강이라는 사실은 202010()운초문화재단(이하 재단)에 의해 밝혀졌다. 재단은 고문헌, 고지도 등을 통해 미호천이 아닌 동진강이었다는 역사적, 지리적, 환경적 사실을 확인하고 이때부터 청주시의회와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복원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왔다.

20211월 청주시 미호천 유역 이장협의회장 8명으로 동진강 명칭복원 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재단은 미호강으로의 변경을 재고해 줄 것을 같은 해 11월 충북도에 공식 요청했다. 이에 당시 이시종 지사는 우선 강으로 승격시킨 뒤 추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명칭 변경 추진이 가능하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충북도가 20223월 환경부에 명칭 변경을 공식 요청하자 재단은 4월 환경부에 명칭변경 재고를 청원했지만 환경부는 이를 무시하고 미호강으로 변경, 발표했다.

이후 재단은 충북도, 충북도의회, 환경부. 대통령실에 명칭 변경의 부당성과 옛 명칭인 동진강으로 복원해 달라는 청원을 냈으나 추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명칭변경을 추진할 사항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KBS 진품명품 감별사 이상태 박사가 특강에서 동진강 명칭 복원을 강조하고 있다.
KBS 진품명품 감별사 이상태 박사가 특강에서 동진강 명칭 복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태 박사 동진강 재확인

 

재단의 동진강 복원 운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29월 세종시·청주시 역사문화단체는 공동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미호강 일제 잔재 청산 및 동진강 복원추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또 세종·충북 역사문화 바로잡기 추진위원회는 202212KBS 진품명품 감별사 이상태 박사 초청 미호강의 본 명칭은 동진강이다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가졌다. 각계 인사 250여 명이 참석해 명칭 복원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 자리에서 이 박사는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며 미호강의 이전 이름인 미호천은 일제가 만들어낸 이름이며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역사바로잡기 차원에서 반드시 동진강 명칭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국제문화대학 석좌교수이자 한국영토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국사편위원회연구실장, 사료조사실장, 한국고지도연구학회 회장을 등을 지낸 우리나라 고지도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운초문화재단 류귀현(84) 이사장은 고지도나 지명 관련 고서 등 어느 곳에도 미호천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 민족정신의 말살정책으로 동진강을 미호천으로 격하시켜 지금까지 불려왔다아직도 늦지 않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동진강 이름을 되찾는데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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