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의회, 친일문제 두고 갈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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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의회, 친일문제 두고 갈등 커져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03.2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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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손상현 의원, 김영환 지사 비판 예정에 국힘은 ‘자유발언’ 차단
충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손상현 의원이 ‘자유발언 불허’에 반발하는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범 초기에 의장단 구성 문제로 잠시 갈등을 빚고 잠잠하던 충주시의회가 친일 문제로 여야가 논란을 재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8명 의원 전원은 지난 23일 개최된 충주시의회 제272회 임시회 마지막 날 제2차 본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같은 당 손상현 의원이 신청한 '일제 잔재물 청산을 통한 역사인식 확립' 제목의 사전 자유발언이 허용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충주시의회는 국민의힘이 11석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힘 소속 박해수 의장은 손 의원이 접수한 사전 자유발언 내용에 정치적 발언이 포함됐다는 해석에서 양당의 원내 대표 간 합의를 요청했다. 이후 내용의 일부 수정이 있었지만 국힘이 받아들이지 않아 손 의원의 자유발언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 측에 따르면 당초 정치적 주장의 경우 발언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여야 합의가 있었다.

먼저 손 의원이 제출한 것은 전체 1894글자로 이루어졌다. 그 내용에는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해 나갈 이시기에, ‘오늘 지난날의 아프고 어두웠던 민족의 역사를 망각하고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라고 스스로 친일파로 커밍아웃하신 김영환 도지사의 망언을 규탄하며 왜 이런 망언들이 정부 고위 관료들의 입에서 나오는지 새삼스럽게 일제의 마지막 총독을 지내고 우리 민족에게 저주를 남기고 떠난 아베 노부유키가 한 말이 생각난다”는 주장이 담겼다.

손, 반발 시위 이틀째

이에 국힘은 김 지사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 사과를 했기에 정치적 발언이라고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손 의원과 민주당은 김 지사 관련 부분을 삭제했음에도 자유발언을 허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수정된 전문을 보니 김 지사 관련 부분이 없어진 것은 확인됐다. 다만 아베 노부유키를 지적한 부분 뒤에 이어지는 문장 속에 “아직도 유령처럼 떠다니는 식민사관을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역사가 사회지도층들의 망언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고 생각된다”는 내용은 유지됐다.

충주 관아공원에는 ‘군수 서회보 선정비(오른쪽)’와 그 옆에 새로 만들어진 ‘친일 매국노 서회보’라는 단죄문이 함께 세워져 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나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고 쓴 뒤 각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9일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친일파라는 민감한 표현을 써서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도민들께 걱정을 끼친 것은 저의 불찰이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징용 제3자 배상안은 용기있는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역사에 남을 일을 했다. 통 큰 결단은 불타는 애국심에서 나온다. 나는 한일외교를 복원하고 미래를 향한 외로운 결단을 내린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 윤 대통령을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말과 함께 반어법이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손 의원의 자유발언 기회가 끝내 주어지지 않자 민주당 의원 전원이 본회의에 불참했고, 손 의원은 27일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의회와 접하고 있는 시청앞 광장에서 1인 반발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사전 자유발언을 불허한 의장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하라.”는 내용의 큰 푯말을 들고 있다. 그는 시정 조치가 있을 때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힘 11석, 민주 8석

손 의원은 충청리뷰와 통화에서 해당 자유발언은 순수한 동기에서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3월 1일 관아공원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식에서 친일파 공덕비가 버젓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로 인해 충주 관내 친일파 공덕비 현황 등을 파악해 보겠다는 뜻에서 발언 신청을 한 것”이라고 동기를 설명했다. 아울러 “시에 관련 자료를 조사해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손 의원에 따르면 충주에는 현재 친일파 관련 비석으로 관아공원 내 군수 서회보 선정비, 충주향교에 전석영 불망비, 호암지 위령탑, 충주 수리조합장 영목정일씨 사업성공 기념비 등이 파악되고 있다.

관아공원을 가보니 ‘군수 서회보 선정비’가 세워져 있다. 그 옆에는 ‘친일매국노 서회보’라는 제목의 단죄문이 판넬로 만들어져 박혀 있다. 이는 지난 삼일절에 ‘충주 3.1운동기념사업회’가 만든 것이다. 설명에 “서회보는 충주군수로서 의병 탄압에 앞장섰고 일본 식민지정책에 적극 협력해 일제로부터 1912년 한국병합 기념장과 1915년 아이쇼 일왈 즉위기념 대례기념장을 받았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제9대 충주시의회의 여야 갈등은 두번째인 셈이다. 상임위원장 등을 놓고 며칠간 논란을 빚다가 부의장과 예결위원장 및 상임위 의석수 배분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타결해 8개월 여 지나왔다. 8대에서 국힘은 7석으로, 12석의 민주당에 밀려 의장단은 물론 상임위원장도 갖지 못하며 삭발 시위까지지 벌였다. 4년 동안 첨예한 부분에서 여야는 대척점에서 부딪히는 등 갈등의 연속이었다.

이번 친일 관련 논란으로 재점화 된 충주시의회 여야 대치가 어떤 결말을 낳을지 주목되는 상황이지만 복지환경위원회의 해외 연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힘과 민주당 각각 3명씩 구성된 해당 상임위는 지난 27일, 4월 6일까지 11일간 일정으로 배낭여행 형식으로 독일 방문길에 올랐다.

해외연수 목적은 선진국의 지속가능한 생태환경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간 탐구라는 설명이다. 연수단은 의회사무국 직원 2명을 포함해 8명이며 예산은 약 2600만원이다. 연수단에 포함된 의원들은 귀국 후 각각 A4 용지 10장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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