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붙은 집에 누가 들어가 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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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닥다닥 붙은 집에 누가 들어가 살겠어?
  • 김영이
  • 승인 2023.03.30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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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사직동 사거리 ‘로열클래스’ 동간 거리 너무 짧아 ‘숨 막힌다’
햇빛 잘 안 들어오고 편의시설도 전무...4개 동 중 2개 동은 공사 중단
준공된 2개 동에 입주는 달랑 ‘두 집’, 텅 비어 외롭고 매매 안돼 불안
건축주 필지 쪼개기 꼼수에 청주시 하자 없다며 허가...청주 흉물 우려

 

청주시 사직동 사거리에 들어선 11층 짜리 ‘로열클래스’. 2015년 허가가 났으나 아직도 공사 중단이다. 분양도 쉽지 않아 청주의 거대한 흉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주시 사직동 사거리에 들어선 11층 짜리 ‘로열클래스’. 2015년 허가가 났으나 아직도 공사 중단이다. 분양도 쉽지 않아 청주의 거대한 흉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주 한복판에 저렇게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가 들어섰다니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설령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도 도시 미관을 고려했다면 청주시가 고민을 했어야죠. 다른 것들은 민원을 이유로 불허까지 불사하면서 왜 저 건물은 허가를 내줬는지...” -청주시 서원구 주민 A

저 건물을 볼 때마다 청주의 대표적인 흉물이 될 거란 생각밖에 안 듭니다. 세상에 앞집이 손 닿을 만큼 바짝 붙어 있는 아파트를 누가 사겠습니까. 전세를 놔 달라거나, 팔아달라고 하는 데 거절했습니다”-청주 한 부동산 공인 중개사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사거리 청주여중 뒤편에 우뚝 선 11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다세대주택이다.

흰색의 이 건물은 그냥 스쳐가면 평범한 건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볼수록 건물 간격이 왜 저렇게 좁지?”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가까이 가서 보면 더 황당하다. 도로 맞은편 교보생명 쪽에서 본 건물 1층의 분양사무실에 유치권 사무실이라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분양사무실은 텅 빈 채 분양 안내 전화번호만 달랑 붙어 있다. 이것으로 일단 문제가 있는 건물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건물을 끼고 돌아가니 눈에 펼쳐진 광경은 가관이었다. 공사가 중단된 현장에는 각종 건축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고 심지어 건축폐기물과 생활 쓰레기를 담은 자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이를 보는 시민들은 혀를 찬다. “아무리 사유재산이라고 해도 8년째 공사가 중단되고 분양이 안돼 장기간 텅 비면 청주의 거대한 흉물이 될 게 뻔한데 청주시는 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건물 간격이 왜 저래? 손 닿는다 손’. 건축주의 쪼개기 사업 꼼수로 동간 거리가 4~5m에 불과, 사생활 보호는 엄두도 못낼 지경이다.
‘건물 간격이 왜 저래? 손 닿는다 손’. 건축주의 쪼개기 사업 꼼수로 동간 거리가 4~5m에 불과, 사생활 보호는 엄두도 못낼 지경이다.

 

앞집이 손 닿을 만한 거리?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6-19 일대 3851에 건립된 로열클래스라는 이름의 이 건물은 2015년 건축허가가 났다. 건축 용도는 업무시설(오피스텔, 도시형 다세대주택, 1종 근린생활시설)이다. 건축주는 인천에 있는 케이종합건설, 설계자는 세차례나 바뀌어 공사 과정에서 부침이 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16개월, 길게 잡아도 2년이면 끝냈어야 할 공사가 8년이 넘도록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곧 돈인데 사업주에겐 최악의 수라고 업계에선 진단한다.

4개 동으로 구성된 로열클래스는 오피스텔 68.26~117.24짜리 88세대, 다세대주택 87.44~133짜리 34세대 등 총 122세대와 제1종 근린생활시설(소매점) 221.81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11층 높이 건물의 동간 거리는 좀 과장해서 말하면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깝다. 4~5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창문을 열면 앞집의 내부가 훤히 보이고도 남을 정도다. 사생활 보호를 기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입주민 생활 편의시설도 전무하다.

좁은 부지에 건물만 다닥다닥 들어섰지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은 편의점(계획)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다. 만약 분양이 완료돼 입주가 다 된다면 입주민들은 다른 아파트 주민들처럼 단지 내에서 레저나 운동할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왜 이렇게 허가가 났을까. 한 마디로 건축주의 꼼수에 청주시가 선제적 대응 행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축주 꼼수가 가져 온 재앙

 

사업부지를 한 필지로 해 공동주택을 지으면 30세대가 넘어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럴 경우 주차장, 어린이 놀이시설 등 주민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건축주는 이 대지를 4개로 쪼개 각각의 대지에 업무시설 허가를 받았다. 각각의 대지에는 30세대가 넘지 않아 건축법을 적용받아 건축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이곳은 준주거지역이어서 일조권 적용을 받지 않는다. 동간 거리 1m 이상만 띄우면 된다.

건축주는 이런 점을 악용했고 청주시는 이 경우 발생할 부작용이 충분히 예상되는 데도 법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준 것이다.

이 중 2, 3(단지)은 착공 6년 만인 20212월 준공검사가 나 오피스텔 50세대. 다세대주택 13세대는 현재 전세 입주자를 찾거나 분양 중이다.

하지만 2, 3단지의 승객용과 자동차용 엘리베이터는 준공 16개월 만인 지난해 6월과 8월 정기 안전 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아 운행 중지당했다. 재검사에서 합격처분을 받은 3단지는 지난 110일부터 운행 재개됐으나 2단지 자동차용은 검사를 받지 않아 여전히 운행 중지 상태다. 준공검사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엘리베이터 시공이 부실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공사 중단된 건물에 쌓여 있는 건축자재 등 쓰레기
공사 중단된 건물에 쌓여 있는 건축자재 등 쓰레기

 

공유면적 많고 분양가 높고

 

1(단지)은 건축주가 사망해 공사가 중단됐으며 지난해 4월 경매에 부쳐져 오는 4월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4(단지)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한 유치권 관계자는 “1동의 경우 경락자가 공사를 마무리하고 분양가도 27000만 원대에서 2억 원대로 낮춘 파격적인 분양가를 제시하지 않는 한 지금의 수렁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32평형이라고 해도 공유면적이 많아 일반 아파트의 24평형보다도 작아 경쟁력에서 불리하다위치는 좋은 데 제반여건이 따라주지 못해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분양팀에서는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의 면적이 천차만별인데도 32평형 122세대를 분양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과장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밤에 불 켜진 집은 달랑 두 채

 

기자는 금요일인 지난 24일 밤 830분쯤 이곳을 찾았다. 준공이 난 2, 3(단지)에 몇 채나 입주했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시간 불이 켜진 집은 달랑 두 채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두 집만 불이 켜진 것을 확인한 순간 한편으론 걱정이 앞섰다. 주변에서 예상하듯 정말로 분양이 안 돼 대책 없는 청주의 흉물이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2021년 준공된 2, 3동(단지)에 달랑 두 집만 입주해 있다. 3월 24일 오후 8시30분 불 켜진 모습
2021년 준공된 2, 3동(단지)에 달랑 두 집만 입주해 있다. 3월 24일 오후 8시30분 불 켜진 모습

 

한 주민은 직장이 가까워 6개월 전에 분양받아 입주했는데 다른 집이 텅 비어 외롭고 매매가 안돼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청주 부동산업계에서는 분양에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한 중개사는 “8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치면서 공사가 수차례 중단되고 분양팀도 여러 번 바뀌어 신뢰가 안 간다햇빛도 제대로 안 들어가고, 발로 건너뛰어도 될 만큼 동간 간격이 짧은 그런 집을 누구에게 소개할 수 있겠느냐고 중개 제의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건축 자재비 10억 원을 받지 못해 유치권 행사에 들어간 한 업체 관계자는 분양이 되면 (공사비를) 주겠다는 말만 믿고 기다려 왔는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작년 말부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분양이 아주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막막하다고 허탈해했다.

현재 이 건물과 관련한 건축주나 설계자, 감리자 등은 전화 연락이 안 되고 이중 몇은 설령 연락이 돼도 최근 상황을 잘 모른다며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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