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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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12
  • 충청리뷰
  • 승인 2023.03.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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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민주시를 위한 시장후보 경선

오민심 의장은 시장 출마를 결심하자마자 이를 공론화했다. 203065 지방선거에 나서는 민주시장 후보군 가운데 처음이었다.

오민심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고심 끝에 민주시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러 여건상 출마를 접어야 할 수도 있고, 더 좋은 후보에게 양보할 수도 있지만 일단 출마할 뜻을 품은 이상 곧바로 시민들에게 고백한다고 했다. 정치인이 출마와 관련해 속내를 드러내는 일은 당연한 것 같지만 이례적인 일이다.

공심당으로 당을 옮긴 현역 김만수 시장도 일찌감치 재선 도전을 결심했지만 오직 민주시민만 바라보고 시정에 전념할 뿐 다음 선거는 생각할 여력도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평민당에서는 나민호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민호 전 차관은 그동안 지역과 중앙을 오가며 쌓은 행정 경험과 인맥을 이제는 고향을 위해 봉사하는 데 쓰겠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연막을 쳤다.

분당 전까지 여당이었던 국력당은 당세가 쪼그라들어 마땅한 후보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만수 현 시장과 경선을 치렀던 남우상 전 민주시 부시장이 크고 작은 행사장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남우상 전 부시장은 시민이 불러주신다면 언제든지 봉사할 각오는 돼있지만 정치에는 조금도 욕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더 좋은 후보에게 양보할 수도 있다는 오민심 의장의 언론 인터뷰는 진심이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주시NGO연석회의에서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의 진영에서 단일후보를 내자는 제안이 나왔다.


“1995년부터 아홉 명의 민주시장을 선출하는 동안 거대 양당은 주고 받기 식으로 권력을 나눠왔습니다. 아홉 명 중 여덟 명이 퇴직 관료 출신이라 점에서 그들은 정년 연장의 꿈을 이뤘지만, 시민의 꿈은 매번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거대 양당이라서 문제라는 게 아닙니다.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사회적 약자가 무시되는 게 문제죠. 진보정당 후보든, 시민후보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무슨 얘긴지는 알겠는데요. 현실적으로 양당 정치의 벽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습니까? 진보정당들도 2016년 선거까지는 도지사 후보, 시장 후보도 내곤 했지만, 그 이후로는 중대선거구로 뽑는 시의원 선거만 바라보고 있잖아요.”

추첨제로 당선된 오민심 민주시의회 의장이 시장 출마를 선언했잖아요. 여기서부터 시작합시다. 사민당, 녹색당, 민중당 등에서도 후보를 찾아보고, 후보를 내든 내지 않든 시민후보 단일화 과정에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보정당들은 쉽지 않은 얘깁니다. 작은 정당이고, 진보를 추구한다는 점은 같지만, 선거는 정당의 독트린을 가장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후보를 내는 것, 그 자체가 목표일 수도 있거든요. 우리는 중앙당과 협의해 보겠습니다.”


두 달여 동안 시민사회와 각 정당은 각각 숙의의 과정을 거쳤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후보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시민후보 경선에 참여하기로 했다. 민중당은 전국 모든 도청소재지에 시장 후보를 낸다는 당론에 따라 독자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경선은 시민사회, 사민당, 녹색당에서 경선대의원을 30명씩 추천해 투표한 결과를 50% 반영하고, 민주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점수 50%를 가산하기로 했다. 사민당은 치과의사인 오재만 도당위원장을 후보로 추천했다. 녹색당은 후보는 내지 않지만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테니, 핵심의제를 공약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드디어 경선이 시작됐다. 오민심 후보는 누가 시민후보가 되든 간에 진정한 지역자치를 이룰 수 있도록 선거 과정은 물론이고, 선거 이후에도 연정을 꾸리자고 제안했다. 오민심 후보는 후보로 나서는 것도 단 한 번이고, 혹여 당선이 된다고 해도 4년 후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 지역 신문기자가 비아냥거리듯 물었다.


이번 한 번뿐인 것은 분명하죠. 아무한테나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혹여 당선돼도 한 번만 하겠다는 것은 배수진을 치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환심을 사려는 득표전략인가요?”


오민심 후보가 단호하게 답했다.


아니요. 평소의 소신입니다. 낙선한다면 당연히 준비하고 있는 다음 타자에게 순번이 가야죠. 안타를 치고 나갔다고 해도 또 다음 타석에 들어오는 건 아닙니다. 다들 한 번 더 당선돼서 마무리하겠다고 하죠. 4년 안에 못한 건 8년 해도 어렵습니다. 정말 훌륭한 성과는 후임이 계승하겠죠.”


시답잖은 농담을 풀어놓던 기자가 흠칫 놀랐다.


*다음 호에 13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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