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자본 ‘언론을 짓고 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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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자본 ‘언론을 짓고 부수다’
  • 변상욱 전문기자
  • 승인 2023.04.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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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지역언론사 40~50%는 건설사가 ‘독점주주’
건설노조 ‘건폭’ 주장 435건에, 노조 대변은 5건
편집권 독립‧독자권리보호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지역 언론의 경영난과 재정적 취약함을 비집고 잠식한 건설자본은 이제 중앙언론으로 진출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2023년도 전북도민일보 제1차 이사회 개최라는 제목의 기사는 “2023년도 전북도민일보 제1차 이사회가 310일 오전 11시 본사에서 개최됐다로 시작한다. 언론사 경영에서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가 열림을 알리는 사고(社告)나 다름없는 기사다. 기사 맨 아래에 이사회 참석자들의 면면이 소개되어 있다.

이날 이사회에는 전북도민일보 김택수 회장과 임환 사장을 비롯해 김인수 전북대 명예교수, 김병수()호남고속 대표이사, 소재철 ()장한종합건설 대표이사, 김영량 ()우미 대표이사, 김관수 호남제일고등학교 이사장, 조병두 부일건설() 대표이사, 박종완 계성종합건설() 대표이사, 한상남 ()준건설 대표이사 등 10명의 이사와 이직현(()호남고속 경리상무) 감사가 참석해 성원을 이뤘다.” (출처: 전북도민일보(http://www.domin.co.kr))

언론사 이사회인데 건설사 대표가 5명이다. 건설사, 운송회사, 학교 등이 두루 등장하니 다양성이 있는 듯 보이지만 등장하는 고교는 고속버스 회사(유한회사)의 계열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속의 경제성장과 국토개발이 압축적으로 진행되면서 건설사와 고속버스회사, 물류기업은 특수 관계로 묶여 있다.

운송과 도로, 주차터미널, 물류와 창고. 결국 부동산이란 자산과 관련이 있다. 그걸 묶어내려니 관련 정부 부처 이름이 건설교통부이다. 또한 건설사는 투자펀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골재, 레미콘, 원목 등 건설주택 관련한 자재 회사들도 방계 건설자본으로 볼 수 있다.

언론사와 건설자본의 관계를 파악하려면 한국 언론의 지배구조의 상황과 변화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오늘이 20225, 창간 27주년 기획으로 탐사한 기사 내용을 보면 8년 전과 비교해 대주주가 바뀐 언론사는 8곳이다. 5곳이 건설사, 2곳이 사모펀드, 1곳이 운송회사가 새로 대주주가 됐다.

서울신문, 헤럴드, UBC, 전자신문건설사 아시아경제사모펀드 KBC건설사에서 금융투자회사 매일신문천주교재단에서 지역 운송회사

대주주 변동이 신고된 8개 언론사를 포함해 한국 언론사의 지분을 소유해 지배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건설자본의 상황은 대략 아래와 같다. 언론사 지분을 가진 건설사들이다.

SBS: 태영건설 헤럴드경제: 중흥건설 광주방송: 호반건설 서울신문: 호반건설 TV조선: 부영주택 브릿지경제: 부원건설 G1 강원민방: SG건설 영남일보: 동양종합건설 경기방송: 호주건설 인천일보: 부영주택 울산방송: 삼라건설 광주매일: 남양건설


건설자본 전국 잠식 중

한국기자협회보는 2019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라 지역종합일간지 최대주주와 소유지분율은 <>와 같다고 공개했다.

주요 지역 언론사(신문 및 방송)40~50%는 건설사가 대주주이고 범() 건설자본으로 따지면 그 비율은 더 늘어난다. 또한 대부분 지역의 토착기업이 최대주주이다. 지역 언론의 경영난과 재정적 취약함을 비집고 잠식한 건설자본은 이제 중앙언론으로 진출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지역 언론의 이런 소유구조 아래 해당 언론사들은 중앙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부동산 또는 개발 관련 입법 상황을 전하고 논평한다.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의 개발 정책 수립, 시행 과정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여론을 대변한다. 과연 그 언론사의 관련 보도는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그걸 방증할만한 언론계의 내홍과 기사의 왜곡변질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분양광고인지 기사인지 분간이 어려운 분양대행광고 형식의 기사, 건설사 홍보성 기사이다.

<‘중흥건설’, ‘고양 덕은 중흥S-클래스 파크시티’ 22일 견본주택 개관>- 헤럴드경제 20191118

2021년 호반건설에 인수된 전자신문은 호반건설 인수 직전 1년간 호반그룹 관련한 동정기사를 한두 건 정도 내보냈으나 인수된 이후에는 40건을 넘어섰다는 게 앞서 소개한 미디어오늘 탐사보도의 취재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부풀어 오른 우리나라 부동산의 거품은 어느 정도는 건설사언론사지역정치인관료의 카르텔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걸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벌어지는 양상은 정부가 개발 정책뿐 아니라 세무,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건설자본을 지원하며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 더는 안돼!”정부, 매입 후 임대 검토>- 매일경제 2023111

<“세금 털어서 미분양 아파트 매입하겠다고요?”>- 디지털타임스 2023120

<정부, 미분양 아파트 매입 기준 원점서 검토한다>- 이데일리 2023130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우선 매입해 건설사 부담을 덜어준다는 정책을 두고 언론 보도는 지지’, ‘우려’, ‘정부 재검토의 순으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충분한 검토 없이 건설자본의 아우성을 반영한 정책이 진행되려다 현실적 어려움과 비판에 부딪혀 주춤한 때문이다.

국가 주요 정책은 입안과 시행에서 여러 분야 및 업종의 이해관계가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걸 위해 언론의 비판적 보도와 현장 취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한쪽으로 기울고 언론마저 하나의 업종에 의해 지배당해 여론이 독과점될 경우 정책은 편향되기 마련이다. 해당 업종과 자본을 소유한 경영진에 유리하게 법과 제도 등이 구축되고 독과점에 의한 병폐가 발생하며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기계적 균형마저 상실

최근 정부는 건설 현장 노조를 건폭이라 규정했다. 노동조합을 이념적 불온세력으로 규정하고 폭력조직으로 몰아가는 것은 역사 속에서 파시즘 권력의 초기 증세와 유사한 심각한 사안이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는 정부의 편향을 걱정하지 않고 정부와 함께 편향된 시각을 드러냈다.

<윤석열 건폭 435vs 건설노조 5, 받아쓰기조차 기울었다>- 미디어오늘 2023228

435 5라는 편향은 언론사의 자유롭고 가치중립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다. 주요 언론사 상당수가 건설자본의 소유이고 자본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수익을 기대하는 언론의 기회주의적 행태 때문이다. 노조 등 노동계가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이런 취급을 받지만, 건설자본이 받는 대우는 사뭇 다르다. 이것 역시 지역 언론 보도 내용만으로도 쉽게 확인이 된다.

<분양 입찰 기준 불만에 지자체장 찾고 비판 보도까지 낸 청주방송 대주주>- 미디어오늘 20221221

분양 입찰 기준에 불만 있다며 지자체장을 찾아가 항의하고 소유 언론사를 통해 지자체 비판 보도까지 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키워드를 바꿔가며 검색해도 포털에 등장하는 것은 매체 비평지 미디어 오늘기사뿐이다. 이슈의 발생과 전개가 전혀 보도되지 않는 상황이 보도가치에 따른 공정한 판단 때문이라 보기는 어렵다.

다음은 부산 지역 언론계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 기소 의견 검찰 송치>- 미디어스 2022718

<부산일보 노조, ‘피의자김진수 사장 자진사퇴 요구>- 미디어스 2022719

언론사 사장 지위를 이용한 부적절한 투자와 횡령 의혹으로 고발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수사 후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는 내용이다. 더 들여다보면 부산 기반 유력 건설사 동일스위트김은수 대표(부산일보 독자위원)와의 유착 의혹이 등장한다. 상장을 앞둔 벤처캐피탈 지분을 원가에 양도받은 후 해당 언론사의 동일스위트에 우호적인 보도가 이어졌다는 게 지역의 시민언론단체인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의 비판이다.

부산 민언련은 부산일보의 독자위원회 64%가 기업인이고 부일CEO 아카데미 원우들도 지역 고위공무원, 기업인, 정치인이라며 지역의 유력 일간지라는 부산일보의 독자위원회와 부일CEO아카데미 그 어디에도 평범한 부산시민과 노동자 목소리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언론과 건설사의 유착 의혹을 가능케 한 구조적 문제를 조명해야 한다. 단순 발생 소식으로 전하기엔 구조적 문제가 크다고 밝혔다. -미디어 오늘 20211018


자본, 편집권 침해 무방비

IMF 이후 언론, 특히 지역 언론은 지금껏 생존위기를 겪고 있다. 언론사 내부에서는 차라리 재원이 든든한 토착 건설사가 인수해 줬으면 하는 바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이것은 중앙의 신문,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건설 또는 금융 자본에 의해 계속 잠식될 것이다. 이를 막을 현실적 방안도 법적 명분도 없다.

결국 자본이 언론에 투자해 대주주가 된 후 편집권을 견제 없이 침해하는 것이 문제다. 현행법은 사주와 경영진이 담합하면 신문사 인수와 합병이 제동장치 없이 실행되고 나중에 지자체장에게 형식적인 신고만 하게 되어 있어 허술하다.

그래서 대주주가 되어 신문사업자 또는 인터넷신문사업자의 지위를 승계하는 건설금융 자본 등이 담당 시도지사에게 신고(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신문법에 규정돼 있음)하는 과정에서 편집의 자유와 독립, 독자의 권리 보호 등을 실현하기 위해 편집제작·운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건 최소한의 견제장치일 뿐이다. 건설 또는 건설에 재원을 대는 사모펀드 등 범 건설자본의 언론 소유가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 건강한 지역 여론의 형성에 긍정적이지 못하다면 궁극의 견제는 카르텔을 향해야 한다. 정치와 자본, 토호세력, 안주하려는 언론의 카르텔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지역 언론이 시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

●변상욱

CBS 퇴임 이후 언론판에서 주가가 더 올라 섭외 1순위로 꼽히는 프리랜서 언론인이다. 군사정권이 CBS의 보도기능을 박탈한 시절 PD로 입사해 프레스카드 없는 무자격기자로 현장을 누볐다. 이후 CBS 보도국 대기자로 여러 뉴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고,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앵커를 맡기도 했다. 저널리즘과 철학을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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