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지키려 숲 베고, 공원 만들려 절 허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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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지키려 숲 베고, 공원 만들려 절 허물고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4.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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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충동 주민들 “매봉공원 내 화암사 제발 그대로 두라”

역설적이지만 공원 용지를 지키기 위해 숲의 나무를 베고 개발을 허용했다. “재산권을 보장하라는 토지주들의 요구에 따라 도시공원 일몰제를 적용한 결과다.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매봉지구에서도 민간 사업자가 부지의 30% 미만을 아파트(한화포레나 1849가구)와 도로 등으로 개발하고, 나머지엔 근린공원(42759)을 조성해 기부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인위적인 공원을 만들기 위해 주차장도 닦고 관리동도 지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매봉산 기슭에 있는 절도 허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모충동 주민들이 1만 명에 가까운 반대 서명을 받고, 곳곳에 현수막도 내걸었다. 314일에는 시청 브리핑실에서 매봉산 화암사를 지켜 달라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화암사 전경
화암사 전경

이문주 모충동 주민자치위원은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다. 새해에 떡국 행사를 한다면 쌀을 내놓고, 동네 장학금으로도 해마다 수천만 원을 쾌척하는 절이라며 시유지를 절에 매각할 수 없다면 장기임대로라도 사찰을 보존하라고 요구했다.

이문주 자치위원은 큰절이라 베푸는 게 아니다. 비구니 스님 두 분이 재()를 지낸 과일은 죄다 경로당에 돌리고, 폐기물 딱지가 붙은 가구를 주워다 생활할 정도로 청빈하게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법행 화암사 주지는 동네에 보시하는 건 소문 낼 일도 아니다. 화암사는 대지가 140평에 불과한 작은 사찰이고, 시유지가 되기 전에도 토지주였던 씨 문중에서도 배려해주셨다. 100여 년 된 사찰이고, 나도 여기에 20여 년째 뿌리를 내리고 살다 보니 공탁금을 들고 나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화암사 철거에 반대하는 현수막
화암사 철거에 반대하는 현수막

화암사는 문화재 사찰이기도 하다. 인근 청화사가 폐사된 뒤 이 절 소유의 고려시대 석조비로자나불좌상(충청북도 유형문화재 316)을 관리하고 있다. 또 고려 후기 것으로 추정되는 70cm 높이의 석조나한상 두 구와 조선 전기에 간행된 것으로 보이는 목판본 <십지경><금강경> 두 권, <수륙무차평등재요> 등의 서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 문화재 지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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