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나의 찬란한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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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나의 찬란한 40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4.05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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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국장

청주의 한 독서 모임에 2주에 한 번 새벽에 나가고 있다. 워킹맘에겐 혼자 있는 시간이 절실 한데다 차를 끌고 새벽공기를 가르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왠지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 된 듯한 기분도 든다. 물론 좋은 책을 다수의 이들과 나누는 기쁨이 가장 크다. 독서 모임에 나가니 의무감에라도 책을 손에 잡게 된다.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독서 모임에서 만난 언니들은 여자는 40대가 가장 빛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멈칫했다. 나의 40대는 여전히 늘 해야 할 숙제들이 쌓여있는데, 무엇으로 빛날 수 있을까.

나이 40이 되면 적어도 기자 일은 그만둘 것이라 30대 내내 생각했다. 그런데 40이 훌쩍 넘었는데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나이 오십을 넘긴 언니들은 40대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모양인 게 슬프다고 대꾸했다. 여전히 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이건 내가 늦게 결혼하고, 늦게 출산한 대가다), 노후도 불안하다. 직장에서 일은 더 줄지 않고 늘고 있다. 가정에서도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책임감이 커진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의 사회적 불안과 사회보장의 과제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냈다. 연구팀은 지난 202284일부터 18일까지 만 45~643575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불안에 관한 인식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응답을 한 만 45~64살 중년층은 사회적 불안의 정도가 평균 3.80점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중년층을 30~64살까지를 구분하되 30~44살을 전기 중년, 45~64살을 후기 중년으로 봤다. 그 가운데 후기 중년층의 사회적 불안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들의 불안은, 나의 불안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찬란했던 20대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좌절감 때문일까, 아니면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허무함 때문일까.

경쟁사회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어느 정도 중간관리자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40대는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있다. 50대 은퇴를 앞두기 전 40대에 무언가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또 새로운 인생 후반기를 살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새 일을 찾아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다. 이처럼 40대는 현재를 살아가기도 급급한데 미래를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노년이 초라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안고 있다.

예전엔 마흔이 되면 뭔가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인생은 늘 자신만의 숙제가 있나 보다. 생을 다할 때까지. 어쨌든 남은 나의 40, 찬란하게 빛나고 싶다. 당장 뭐부터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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