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로또인줄 알았더니 애물단지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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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숙’…로또인줄 알았더니 애물단지였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4.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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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생활용숙박시설의 주거용 편법 거주 칼 빼 들었다
높은 경쟁률 뚫고 분양 받았는데…이제는 ‘마피’ 안 팔린다
오는 10월 14일까지 생숙 ‘오피스텔으로 전환’ 한시적 유예
주차장 확보 및 지구단위 계획 엇갈려 오피스텔 전환도 ‘막막’
수분양자들 ‘숙박업’ 실제하거나, 매년 이행강제금 내야 할 판

전국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 수분양자들이 잠을 못 자고 있다. 부동산 각종 커뮤니티에선 분양받은 생숙에 대한 고민 글이 넘쳐난다. 이른바 생숙의 눈물이다.

이렇게 된 데는 부동산 상승기에 생숙이 틈새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상황이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상승기에 각종 규제정책을 쏟아놓을 때 생숙은 더욱 빛을 발했다. 부동산 업자들도 생숙을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소개했고, 수분양자들은 생숙으로 월세나 숙박사업을 하기보단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인지라 단기차익매매를 노렸다. 당시 운 좋은 생숙 수분양자들은 전매제한이 없어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 수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일부 생숙은 수천대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또 생숙은 주택이 아닌 숙박시설로 보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도 아니다. 게다가 주택 수에도 포함이 안 된다. 분양 시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청주지역 최초의 생활형숙박시설로 주목을 받았다. 2021년 8월 분양당시 160실 모집에 13만 8000여 건이 몰려 평균 8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청주지역 최초의 생활형숙박시설로 주목을 받았다. 2021년 8월 분양당시 160실 모집에 13만 8000여 건이 몰려 평균 8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규제 틈새시장으로 인기

 

이쯤되면 생숙은 당첨만 되면 부동산 로또였다. 하지만 로또인줄 알았던 생숙이 애물단지가 된 건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의 금리인상 여파로 한국은행 또한 역대급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생숙의 수분양자들은 대부분 실거주자보단 계약금 정도만 마련하고 상당 부분 대출을 일으킨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에 금리 급등은 이들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이 하락했다. 하지만 생숙의 경우 법적으로 실거주도 할 수 없어 수분양자들은 더 곤란한 처지가 됐다. 생숙 수분양자들은 급기야 마이너스 피 5000만원을 내걸고 있지만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21년 국토교통부는 생숙을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하는 것에 대해 규제발표를 했다. , 정부는 내년 1014일까지 2년간 생숙 수분양자들을 위해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한시적으로 받아주기로 했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면 이행 강제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기한을 넘길 경우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이행 강제금을 매년 내야 한다. 이행강제금은 시세의 10%. 만약 분양가 10억의 생숙이라면 1억원을 내야 한다. , 생숙의 원래 용도대로 숙박임대사업을 하면 이행 강제금은 필요없다.

생숙은 2012년 복지부의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법을 개정해 도입됐다. 취사를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시설이다. 하지만 생숙을 적법한 용도변경 없이 주거용 건축물로 사용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있자 국토부는 2021년 불법전용 방지방안을 내놓았다. 신규 시설은 생숙에 적합한 별도 건축 기준을 제정하기로 하고, 주택 불법 사용은 사전 차단한다고 밝혔다.

 

청주 최초 생숙은 어찌되나

 

지난 20218월 분양한 현대엔지니어링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100% 분양을 완료했다. 160실 모집에 138000여 건이 몰려 평균 862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 관계자들은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청주시에서 처음으로 공급되는 하이엔드 생활숙박시설이자 힐스테이트 브랜드 단지라고 소개했다. 실제 ‘165펜트하우스타입2실 공급에 12007명이 몰리며 6004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청주 지역에 처음 공급되는 생숙으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가경동 복합터미널 부지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지상 8~48층에 전용면적 165~187의 크기로 입주예정일은 20254월이다.

당시 분양가는 10억원 내외였다. 한때 프리미엄이 1억원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반응이 썰렁하다. 네이버 부동산에 몇 개의 매물이 올려져 있지만 거래는 거의 안 되고 있다. 청주지역 모 부동산 중개업자는 매물이 올라와 있지만 실제 거래는 안 되고 있다. 찾는 사람들이 없다. 아직 마이너스 피는 없지만 웃돈을 주고 살 사람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오창지역에 분양중인 생숙 ‘스카이 베이 더파크 청주’조감도.
오창지역에 분양중인 생숙 ‘스카이 베이 더파크 청주’조감도.

 

오창에도 생숙 준비중

 

오창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생숙인 센트럴 허브가 내년에 준공예정이다. 센트럴 허브는 8평 내외로 초소형 단지다. 오창과학산업단지내 들어서는 센트럴 허브는 지하 5층 지상 22층 규모로 숙박시설은 1064실이다. 오창에는 스카이베이 더파크 청주또한 생숙으로 지금 분양을 하고 있다. 스카이베이 더파크 청주는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양청리 794-2 일원에 위치하며 지하 3~지상 21층의 총 140호실이 공급될 예정이다. 48A~C, 71,735개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생숙 수분양자들의 유일한 살길은 오피스텔로 전환을 보고 있다. 정부 또한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기준을 완화시켰다. 예를 들어 바닥난방이 설치된 전용면적 85생숙도 오피스텔로 바꿀 수 있게 했다. 원칙대로라면 기존 오피스텔은 전용 85를 넘으면 바닥난방을 설치할 수 없다.

따라서 최근 분양한 생숙 단지들은 실거주하거나 합법적으로 임대를 주기 위해 오피스텔 용도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용도 변경이 쉽지 않다.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 용도로 변경할 수 없는 지역도 있고 구분소유자가 있는 단지(각 호실 분양)의 경우 공용부분 용도변경 등을 하려면 개별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주차 및 소방시설을 비롯한 바닥 시공, 복도폭, 통신실 설치 등 구조 설계가 기본적으로 변경돼야 한다.

지자체별로 정한 주차대수 등도 생숙과 오피스텔의 기준이 다르다. 오피스텔이 생숙보다 기준이 더 까다롭다.

 

오피스텔 전환하고 싶어도 안돼

 

실제로 청주시 가경동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의 경우 오피스텔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차장 대수를 지금보다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이 오피스텔 전환을 위한 신청을 해야 본격적인 검토가 된다. 일전에 수분양자들 몇몇이 오피스텔 전환 문의를 해왔다. 오피스텔 전환을 하려면 주차장 대수가 부족해 현재 설계를 규정에 맞게 변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창 지역의 생숙인 센트럴 허브스카이 베이 더파크 청주의 경우 홍보 대행사 측에서는 생숙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향후 오피스텔로 전환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차후 정확한 확인과정이 필요하다. 또 스카이 베이 더파크 청주의 경우 생숙을 할 경우 개인이 숙박업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위탁업체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생숙이 들어서는 지역이 중심상업지역이기 때문에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전체 건축 연면적의 70%이하만 가능하다. 가령 10층짜리 건물이라면 7개층은 오피스텔로 해야 하고 3개 층은 생숙으로 둬야 한다, 주차장 대수 문제는 설계도가 정확히 들어와 봐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청주지역 3개의 생숙 수분양자들이 오피스텔로 전환하기 위한 공식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6개월 남은 유예 기간 내 오피스텔 전환을 하지 못하고 매수자도 찾지 못할 경우 생숙의 수분양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숙박시설 운영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이 숙박시설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 위탁업체를 이용해야 하는데, 국내 숙박시설 운영 업체도 많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안타깝게도 생숙은 지금은 누구도 원치 않는 물건이 됐다라며 팔 수 있으면 파는 게 좋다. 안되면 유예기간 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해서 월세 수익이라도 받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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