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없는 ‘청풍호 벚꽃축제’에 어리둥절
상태바
벚꽃 없는 ‘청풍호 벚꽃축제’에 어리둥절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3.04.12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사장에 걸린 패러디 문구에 관광객들 “어이없다”

제천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벚꽃축제를 성대히 준비했지만, 정작 주인공인 이 실종한 황당 축제로 치러졌다.

제천시는 금요일인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청풍면 물태리 일원에서 17회 제천 청풍호 벚꽃축제를 개최했다.
 

 

하지만, 실제로 청풍호반에 벚꽃이 만개한 시점은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앞선 지난 4월 초인 데다가 주중에 비까지 내려 축제 기간에는 흉측한 꽃의 잔재들만이 상춘객을 맞았다. 이 때문에 화려한 벚꽃의 향연을 기대했던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실망감을 나타내며 서둘러 축제장을 떠났다.

청주에서 온 박모 씨는 청주는 1주 전에 이미 벚꽃이 져서 아쉬웠던 차에 청풍호에서 벚꽃축제를 한다고 해서 처가 식구들과 어렵게 일정을 맞춰 행사장을 찾았다와 보니 벚꽃은 이미 진 채 시끄러운 행사 음악만 들려 흡사 야바위장 같았다고 꼬집었다.

이미 벚꽃이 지고 난 뒤에 축제를 강행한 제천시의 뒷북 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행사 기간 내내 이어졌다.

청풍면민 김모 씨는 이상 기온으로 개화 시기가 들쭉날쭉인 게 한두 해 일이 아님에도 개화 시점을 오판한 시의 안일한 행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고, 정모 씨는 벚꽃이 주인공인 축제 기간에 꽃을 볼 수 없다면 축제를 취소하는 게 시민과 관광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제천시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초청 이벤트를 취소할 수 없어 축제를 강행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제천시 관계자는 갈수록 이상기온이 심화하는 추세여서 벚나무의 정확한 개화시기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 후 첫 벚꽃축제여서 공연과 이벤트를 성대히 준비했고, 이미 확정된 공연자들의 일정을 바꾸거나 취소하기도 어려워 부득이 행사를 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시는 벚꽃이 사라진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익살스런 문구로 축제의 아쉬움을 달래려 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방문객들에게 반감만 보탰다는 지적이다.

행사를 주최한 제천문화재단은 축제 개막 며칠 전부터 벚꽃이 낙화하자 고심 끝에 올해는 벚꽃이 너무 빨리 폈어 연진아. 이상기온이 분명했고 제천시에서 정성껏 마련한 축제, 그래도 아름답더라’, ‘나의 벚꽃 없는 벚꽃축제장에 온 것을 환영해, 연진아’ ‘미안하지만 활짝 핀 벚꽃은 준비 못했어등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의 명대사를 패러디한 현수막 문구를 급히 준비하는 등 가라앉은 행사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이에 일부 방문객들은 현수막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며 속절없는 계절의 아쉬움을 사진으로 달래려 했지만, 대다수 방문객들은 병 주고 약 주려는 주최 측의 처사에 불쾌감과 불만을 드러냈다.

관광객 지모 씨(세종시)벚꽃을 보지 못해 가뜩이나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말장난 같은 현수막 문구를 보고 순간 화가 치밀었다이런 대우를 받으려 두 시간 넘게 차를 몰고 제천까지 왔나 생각하니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모 씨(경산시)지금껏 전국의 많은 축제장을 찾았지만, 이런 졸속 축제는 처음 본다앞으로 다시는 제천에 여행 올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야시장 대신 청풍면 10여 개 직능단체가 참여한 주민장터가 운영돼 지역 농특산물, 향토음식, 간식 등을 판매했다.

물태리 마을회관 앞 주 무대에서는 청풍 호숫가 오케스트라 제천어린이합창단과 자전거를 탄 풍경(이상 7) 어린이 마술 퍼포먼스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밴드 공연(이상 8) 색소포니스트 박동준 밴드의 공연(9)이 열렸다.

제천시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후원한 이번 축제는 제천문화재단과 청풍면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주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