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보호작업장 딜레마, 제품 만들고 보호도 해야
장애인의 직업
갖고 싶어도 저 멀리…
사회에서 한 인간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계를 책임질 직장이 필요하다. 적어도 최저생계비를 받는 직장. 그런데 이러한 직장은 장애인들에겐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충북에서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직장은 정말 손에 꼽힌다. 대부분 생계를 꾸리지 못할 ‘적은’ 월급을 받고 일한다. 그마저도 아무 노동도 하지 않는 이들에 비해선 상황이 낫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장애인 노동에 대해 취재했다./들어가는 말
“올해 아이가 A장애인보호작업장에 취직했어요. 부모로서 아이가 이제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죠. 하지만 월급봉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무리 훈련생이라지만 월급이 한 달에 10만원, 취직을 한다 해도 월급이 40만원이더라고요. 기본적인 생활도 할 수 없는 돈인데 그나마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건지…. 마음이 착잡합니다.” 장애인 아이를 둔 한 부모의 말이다.
장애인들 대다수는 집에 있다. 상황이 좋으면 주간보호센터에 간다. 지금 주간보호센터도 포화상태다. 운이 좋으면 장애인보호작업장에 취직할 수 있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소위 ‘일신상의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직장을 잃지 않는다. 장애인 부모들 사이에서 장애인보호작업장에 들어가면 ‘공무원이 됐다’고 말한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사회복지사가 시설을 운영하면서 장애인들을 고용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장애인 보호도 해준다. 보통 장애인 근로자들은 4시간 일하고, 4시간 정도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간을 보낸다. 보호시설인 동시에 직업재활시설인 셈이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은 먼저 훈련기간을 거친 뒤 장애인을 근로자로 채용한다.
27개의 직업재활시설
충북도내에도 27개 직업재활시설이 있다. 2022년 기준 이용장애인 수는 897명이다. 훈련생들의 평균 훈련비는 한 달 12만 3000원이고, 전체 근로자들의 평균 급여는 61만 9000원이다. 시설마다 정부 보조금이 평균 연간 5285만원 운영비 명목으로 나온다.
이러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최저임금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최저임금법 제7조의 ‘예외조항’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근로사업장, 보호작업장, 직업적응훈련시설로 나뉜다. 근로작업장은 고용인원이 최소 30명 이상이다. 장애정도도 비교적 심하지 않은 편이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높다.
충북엔 보람동산이 운영하는 보람근로원이 유일한 근로작업장이다. 주로 LG에서 작업 물량을 납품 받는다. 고정 거래처가 있다보니 보람근로원은 최저임금을 맞춰주고 있다. 보람근로원엔 현재 총 68명이 일하고 있으며 평균 급여는 119만원이다(일하는 시간이 다 다르다). 보람근로원은 장애인 부모들 사이에서 ‘삼성’으로 불린다. 그만큼 처우가 좋다는 뜻이다.
로봇이랑 경쟁할 수 없어
그에 반해 보호작업장은 굳이 비유하자면 ‘자영업자’랑 처지가 비슷하다. 하정인 충북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장은 “보호작업장이 왜 돈을 벌지 못할까요? 답이 너무 뻔해요. 쉽게 대기업에 밀린 자영업자라고 보면 돼요. 장애인들의 근로능력이 떨어지는데다 사회복지사들이 제품 판매 및 판로 개척, 마케팅을 동시에 해야 하는 데 많이 부족해요. 게다가 장애인 ‘보호’업무도 해야 하고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점차 자동화되고 있어서 그나마 있던 단순 임가공 일들도 줄고 있죠”라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충주에서 ‘WELCO’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로 보호작업장을 운영한 지는 20년이 됐다. “시설을 운영하는 데 운영비로 5000만원 가량 받아도 전기세 및 공공요금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요.”
보호작업장이 처한 어려움들은 대개 비슷하다. 자본주의의 관점에서보면 대기업에 밀린 중소기업이고, 마트에 밀린 구멍가게 처지라는 것. 장애인을 근로자로 채용해 수익을 내 월급을 제대로 주고 싶어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적용 제외의 그늘
그래서 장애인보호작업장의 시설장들은 어쩔 수 없이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적용’제외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공식적으론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쓰는 것이다. 장애인 근로자들 가운데 작업능력이 떨어지는 일부를 솎아내 ‘최저임금적용’제외를 하는 것이다.
김윤경 담쟁이보호작업장 시설장은 지난해부터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 김 시설장은 “최저임금을 다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으니까, 일부 장애인 근로자들을 최저임금적용제외자로 만들게 돼요. 장애인근로공단에서 나와 능력 평가를 하죠. 이 때 시설장 입장에선 테스트에서 잘못해서 비겁해도 최저임금을 받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게 늘 제 마음을 옥죄었어요. 지난해 1월부터 이러한 꼼수를 쓰지 않고 모든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맞춰주자고 선언했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최저임금을 맞춰주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김 시설장은 “담쟁이보호작업장에서 생산한 국수는 대기업에서 만든 국수보다 3배 이상 비싸요. 남는 국수를 활용하기 위해 우암동과 분평동에 국수가게를 냈죠. 국수가 하루에 50만원치 팔리면 월급을 맞춰줄 수 있지만 하루에 보통 25만원치 팔려요. 매상을 올리려면 ‘일일점장’제도를 운영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매일 밤 월급 때문에 잠 못 잘 때가 많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