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 중도금 대출 위해 매매목적물 담보는 사회통념상 어긋난 “특혜”
박종일 조합장 “정상적 절차에 의해 담보제공...불법·배임행위 없었다” 해명
청주시 오송읍 오송역세권 개발을 둘러싸고 조합과 조합원, 시공사, 업무대행사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업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우려도 제기된다.
오송역세권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역 일대 70만 6976㎡(21만 3500여 평)를 환지방식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시공 및 업무대행을 맡은 K건설에 대해 조합이 최근 업무대행 계약 해지를 강행,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유통상업용지 매각 과정에서 체비지 담보 대출을 둘러싼 적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 문제를 명확히 털고 가지 않으면 오송역세권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를 ‘핵폭탄’이라는 것이다.
돈 한 푼 없이 땅 삼켰다?
오송역세권지구 도시개발조합(이하 조합)은 2021년 2월 19일 사업지구내 체비지인 유통상업용지 2필지 4만 786㎡(1만 2337평)를 ㈜데오로글로벌에 654억 4000만 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데오로글로벌은 계약금 64억 원을 납부한 후 1차 중도금 64억 원은 약정일 2021년 5월 30일까지 납입하지 못했다. 데오로글로벌은 4개월 15일을 지체하다가 같은 해 10월 15일에 1차 중도금을 냈고 2차 중도금은 2022년 3월 31일에, 3차 중도금은 같은 해 8월 31일에 납입했다.
그런데 데오로글로벌이 낸 1, 2, 3차 중도금이 체비지인 유통상업용지를 담보로 해 받은 대출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의혹과 함께 적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매매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해 받은 대출금을 잔금이 아닌 중도금으로 낸다는 게 사회 통념상 가능한 일이냐는 거다.
데오로글로벌은 2021년 10월 8일 OK저축은행 등 6개 저축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으로부터 340억 원을 대출받아 이 중 264억 원을 1, 2, 3차 중도금으로 납부했고 현재까지 잔금은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금 340억 원은 데오로글로벌이 납부한 계약금(64억 원)과 중도금(264억 원)을 합친 328억 원을 103.6% 초과한 것이어서 자기자본 한푼 들이지 않고 거대한 유통상업용지를 집어 삼킨 꼴이라는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은 오송역세권내에 추진중인 오송지역주택조합의 토지대금 납부를 예로 들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오송지역주택조합은 체비지인 공동주택용지의 토지대금 880억 원 중 480억 원(54.5%)을 자체 조달해 조합에 납입했다. 나머지 매매잔금 400억 원(45.5%)에 대해서만 부동산 담보신탁계약 형식으로 대출받아 토지대금 전액을 납부했다.
A 조합원은 “이처럼 잔금 정도만 체비지 담보 대출로 가능한 것이지 중도금을 위해 매매목적물을 담보로 해 대출받는 게 정상이냐”고 반문했다.
“조합장 약점 잡고 조종하나”
자칫하면 조합이 체비지 소유권을 상실할 위험도 없지 않다.
조합은 중도금만 받고 체비지인 유통상업용지의 소유권을 대주단의 신탁대리인인 KB부동산신탁사로 이전했다. 만약 매수인인 데오로글로벌이 잔금을 내지 못하거나 중도금 대출 이자를 못 낼 경우 대주단이 체비지를 처분하면 소유권을 잃게 된다.
조합원들은 또 대주단에 대해서도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체비지인 유통상업용지의 감정가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몰라도 데오로글로벌의 자기자본 비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데오로글로벌이 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대출금을 지원해준 것은 분명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유통상업용지의 잔금 마련을 위해 조합과 데오로글로벌이 손잡고 일반상업용지로 변경하는 내용의 실시계획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데오로글로벌 측이 조합장의 약점을 잡고 뒤에서 조종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조합 감사 2명도 조합장의 불법 담보제공 중도금 대출로 340억 원 손실과 14억 3000만 원 금품수수의혹 등 중대한 불공정 사안이 발생했다며 지난 3일 임시총회 소집 요구 안내문을 전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박종일 조합장은 체비지 담보제공은 정상적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이어서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박 조합장은 “중도금 대출을 위한 체비지 담보제공 행위는 도시개발사업 업계에서 관행이고, 적법하다는 법률자문까지 받았다”며 “계약 내용에 매수인인 데오로글로벌에 금융협조키로 돼 있고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토지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조합이 담보제공을 하게 됐다”며 “일각서 주장하는 불법·배임행위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