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행정은 없고 정치만 ‘시끌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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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행정은 없고 정치만 ‘시끌시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4.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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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격전지 된 충북도, 총선 앞두고 더 격화될 것
김영환 충북도지사 친일파 관련 발언과 산불 술자리 논란 자초

 

박진희 민주당 충북도의원(왼쪽)은 김영환 지사가 행사 당일 폭탄주를 20여잔 마셨다고 동석자한테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진희 민주당 충북도의원(왼쪽)은 김영환 지사가 행사 당일 폭탄주를 20여잔 마셨다고 동석자한테 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일 동석했던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은 김 지사가 술을 안 마셨다고 반박했다.
반면 당일 동석했던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은 김 지사가 술을 안 마셨다고 반박했다.

 

충북도청 서문 앞이 정치의 격전장이 됐다. 서문 앞은 청주시내 한복판이라 과거에도 여러 현수막이 걸리고 집회 또한 자주 열렸다. 그런데 최근들어 더 심해졌다. 충북도가 시끄럽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4일에는 정의당 충북도당 등이 이 곳에 ‘굴욕적 강제징용 정부해법 폐기! 윤석열 김영환 사죄하라!’ ‘친일 굴욕외교 찬양하는 도지사 리스크에 충북도정 무너진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그러더니 4월 14일에는 (사)충북경제포럼이 ‘민선8기 충북 투자유치 순항, 대규모·첨단우수기업 중심 투자유치 30조 달성’, 충북자유아카데미가 ‘청년과 도민을 위해 노력하는 김영환 도지사를 응원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충북도는 시끄럽고, 도민들은 피곤
 

두 가지 현수막은 이렇게 다르다. 3월에는 진보계열 정당, 4월에는 충북도 관련단체와 보수단체가 걸었다. 한 쪽에서는 김 지사를 공격하고 한 쪽에서는 두둔한다. 3월부터 충북도청 내에서도 진보와 보수단체의 기자회견이 번갈아 열렸다. 이는 충북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를 자초한 것은 김영환 충북도지사다. 그러자 도민들은 “충북도의 행정은 간데 없고 정치만 남았다” “김영환 도지사의 가벼운 언행이 문제다. 이로 인해 충북도는 시끄럽고 도민들은 피곤하다”고 쏟아낸다.

지난 3월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나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려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규탄집회, 기자회견, 항의 등이 잇따라 열렸다. 이런 과정이 한동안 지속되다가 김 지사는 16일 이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도민들은 반쪽사과로 받아들였다. 김 지사가 “친일파라는 민감한 표현을 써서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도민들께 걱정을 끼친 것은 저의 불찰이다”고 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징용 제3자 배상안은 용기있는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역사에 남을 일을 했다. 통 큰 결단은 불타는 애국심에서 나온다. 나는 한일외교를 복원하고 미래를 향한 외로운 결단을 내린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제3자 배상안에 대해서는 부정평가가 더 높다. 충북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의 산불 술자리 논란이 불거지자 충북도정은 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3월 30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봉황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는데 인근 지역인 충주시에서 술자리를 가져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날 청년 간담회와 충주 시민단체 관계자 간담회가 충주의 같은 음식점에서 열렸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은 “술은 마시지 않고 물만 마셨다” “술은 마셨으나 한 잔이 안된다” 등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해명을 했다.
 

“도지사는 정치적 빌미 제공 말아야”
 

그러자 박진희 충북도의원(민주당·비례대표)은 12일 “김 지사가 약 2시간 동안 이리저리 옮겨가며 건배를 하고 폭탄주 20여 잔을 마셨다고 동석자들에게 들었다. 흥겹게 부른 노래도 두 곡이나 된다고 한다.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내팽개치고 새빨간 거짓말을 내뱉는 도지사에게 도민들은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산불이 일어난 와중에 술판을 벌였다면 도지사 자격이 없을 것이라는 지사 스스로의 말에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13일 발끈하며 거짓말로 도민을 기만하는 도지사는 사퇴하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12일 페이스북에 “최근 저의 말과 행동으로 큰 논란이 있었는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도민들께 걱정을 끼친 점 사과한다”면서 “저는 비서를 통해 현장을 보고받고 매뉴얼대로 움직였다. 산불이 났는데 본분을 망각하고 술판을 벌였다면 도지사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썼다.

김 지사의 친일파 관련 발언과 충주 음식점의 술자리 참석 논란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졌다. ‘나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김 지사가 올린 글이고, 술자리 참석 논란은 당일 행사 동석자 페이스북을 통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부 도민들은 “김 지사의 SNS 활동은 다소 과하다. 도정을 홍보하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 이 참에 중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으나 김 지사는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SNS로 인한 논란이 다시 생기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1년 후인 내년 4월 10일에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충북지역에서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쟁이 격화될 것이다. 지금도 김 지사의 언행이 도정 혼란을 야기하는데 선거를 앞 둔 시점에는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모 단체 대표는 “양 당이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놓고 정쟁을 일삼을텐데 사이에 낀 충북도는 얼마나 흔들릴 것인가. 그래서 도지사는 정치적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앞 날이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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