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가난해서 더 빚지고 뜯기고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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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가난해서 더 빚지고 뜯기고 산다 ”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4.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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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은희 ‘내가 만드는 금융복지’대표
홍 대표 “취약계층에게 ‘금융복지’교육이 지금 절실하다”
전국에 15개의 금융복지상담센터 운영 중…충북은 전무
임은성 청주시의원 관련 조례 준비, 센터 필요성 제기해

코로나가 지나고 나니 그 기간 대출로 버텼던 이들이 봇물처럼 밀려오고 있어요. 코로나 기간 젊은 친구들이 주식이나 코인, 불법스포츠 도박을 많이 했나봐요. 20대부터 70대까지 상담 전화가 끊이지 않아요. 자영업자들이 특히 대출 돌려막기하면서 버텼는데, 이제 더이상 버틸 힘이 없는 거죠.”

취재를 하면서도 그의 전화기는 연신 울렸다. 채권자의 채권금액을 알려달라는 전화부터 각종 상담기관에서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들이었다.
 

홍은희 ‘내가 만드는 금융복지’대표

 

홍은희 내가 만드는 금융복지대표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아세요? 금융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거예요. 기초생활수급자들이나 차상위계층 중에 수급받는 돈 거의 전부를 보험이나 각종 렌탈비로 내는 이들이 많아요. 너무 기막힌 일이죠. 사회복지사 붙잡고 얘기해보면 금융에 대한 교육을 해주는 게 정말 필요하다고 해요라고 말했다.

그가 금융복지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2018년이었다고 한다. “한국커뮤니티케어 센터가 주최한 사회복지사 초청 행사에서 금융복지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어요. 그 때 왔던 강사의 첫 질문이 가계에 3개월 소득절벽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였죠. 그 당시 아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는데 머리를 해머로 맞은 기분이었어요. 복지를 전공하고 나름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산다고 한 사람도 막막한데 취약계층은 과연 어떠할까라는 생각이 스쳤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가 금융복지를 자신만의 길로 삼은 건 운명이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젊은 시절엔 금융기관에서, 이후 아이를 키우면서는 수학강사 및 진로강사로 일했다.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뒤엔 꽃동네대학에 입학해 석사까지 마쳤다. 그는 2018금융복지를 접한 뒤 그 일에 매진하기 위해 신용상담사, 금융복지상담사, 재무관리사 등의 각종 관련 자격증을 땄다. 금융복지는 한 사람의 신용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재무 상담 및 플랜을 짜야 하기 때문에 각종 전문지식이 필요한 일이다.

사회복지사로 이 일을 한다는 건 도전이었어요. 하지만 하면 할수록 정말로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져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정말 필요한 건 당장 이 아니라 에 대한 개념을 인식시키고 빚지지 않고 살 수 있도록 교육시켜주는 거예요. 이러한 교육을 학교에서 받지 못하다보니 지식의 격차가 빈부격차를 더 벌리고 있어요.”

그는 지난 47일 임은성 청주시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과 청주시의회 회의실에서 청주시 금융복지상담지원 정책 토론회를 벌였다. 이미 전국에 총 15개의 금융복지상담지원센터가 지자체 직영 및 위탁, 민간차원에서 개소돼 운영 중이다. 충북에는 단 한 곳도 없다. (도표 참조)

 

 

제도 있어도 몰라서 활용 못해

 

청주시의회 임은성 의원은 이에 대해 금융복지상담센터의 필요성을 절감해요. 적어도 상반기 내에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보호종료 아동들을 만나면 갑자기 큰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탕진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당장 센터설립이 어렵다면 시에서도 단계적인 금융복지상담을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혼자 이 일을 감당하기엔 한계를 너무 많이 느껴요. 전국적으로 센터가 설립돼 채무상담, 채무조정, 복지연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일단 금융복지를 알릴 수 있는 공공 플랫폼이 필요해요. 누구나 와서 상담을 받고 상황에 맞는 해법을 찾아나가야죠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사적 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의 각종 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공적 채무조정은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법적 채무조정은 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개인회생 및 파산 등의 조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소득정도 및 처한 상황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솔루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복지사가 이러한 복잡한 제도 및 내용을 알지 못해 제도가 있어도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2000조에 달한다. 전세보증금을 합하면 3000조원이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OECD국가 중 1위다. 그 중 금융기관 3곳 이상 다중 채무자가 450만명에 달한다.

홍 대표는 흔히 대출 돌려막기라고 하죠. 대출을 받다보면 보이스피싱의 표적이 돼요. 대출이 더 이상 안되는 상황인데도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가 오면 링크를 누르게 돼 있죠라고 설명했다.

돈이 없는 사람은 대출을 받고, 대출을 받다 보면 보이스피싱의 표적이 되고, 그래서 있는 돈 없는 돈 마저 잃게 되는 악순환의 구조. 그 구조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그는 일단 전국민에게 금융교육, 또 사회적 취약계층에겐 당장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단 가계마다 일년 소비규모를 파악하는 것부터 해야 해요. 보통 4인 가족일 경우 월 50만원 정도가 각종 경조사비 및 이벤트 비용으로 나가요.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가계부가 매달 펑크가 날 수 있어요. 누구나 필요욕구가 있는데 이를 절제하려면 우선 재정을 파악하는 것부터 해야 하고 규모에 맞게끔 계획을 짜야죠. 최소 3개월 치 생활비 유동자산을 확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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