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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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15
  • 이재표
  • 승인 2023.04.21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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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오민심 후보 인구증가 역행 선언이라는 지역신문 헤드라인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사설 제목은 비꼬는 게 능사라는 듯 철모르는 초보의 철없는 한담이었다. 사설은 민충북도의 수부(首府)인 민충시마저도 인구소멸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시장 후보란 사람이 막말로 시민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힐난했다.

며칠 전 TV토론회에서 오민심 후보가 민주시의 인구를 인근 단월, 인산, 천남, 안부 등으로 분산해서 삶의 질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지역언론이 보인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민충북도의 인구는 10년 전 162만 명까지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주춤주춤 뒷걸음질하기 시작하더니 155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단월, 인산, 천남, 안부군은 3만 명 이하로 감소했고 그나마 민주시 인구만 보합세였다. 하지만 민주시의 합계 출산율은 0.65로 도내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른 시군의 인구가 유입되면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인구감소에 소멸’ ‘멸절’ ‘실종등 섬찟한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부류는 정치인과 공무원이었다. 그들은 개인의 삶의 질이나 행복보다는 자신의 지역구와 승진 자리에 관심이 훨씬 더 많았다. 언론은 또 그들의 얘기를 받아썼다. 선거 판도를 전망하면서는 오민심 후보가 양당 구도에 싫증을 느낀 유권자들에게 잠시 어필했으나 최근 말실수를 연발하면서 부풀려진 거품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선거를 불과 한 달여 남겨놓고 나온 KBS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예측을 완전히 뒤엎었다.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김만수 현 시장은 31%, 가까스로 1위를 지켰다. 거품이 사라질 거라는 오민심 후보가 2위였다. 오 후보는 28%, 김 시장과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나민호 평민당 후보 22%, 남우상 국력당 후보는 7%에 머물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로 줄었다.

오민심 후보는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했을 뿐 어떤 계산도 하지 않았다. 아니 유불리를 따질 능력도 없었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사였기에 단월군에서 태어났고 인산군에서 초등학교 3년을 다닌 까닭에 친구들의 얘기를 귀담아들었을 뿐이다.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낼 무렵 오민심 후보는 학습지 교사로 일했는데, 정작 집에 아이들을 가르칠 시간적 여력은 없었다. 다른 학습지 교사가 집에 와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아이들은 태권도, 피아노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았다.

그때 고향 단월에서 농촌 산단 공장에 다니면서 애들을 키우는 친구가 들려준 얘기에 늘 부러움을 느꼈다.


한 학년이 열 명이니까 방과 후에도 학교에서 장구도 치고 피아노도 배우고 연극도 하느라 다섯 시가 넘어야 집에 오잖아. 동네 학교가 폐교돼 먼 데 학교를 다니는 게 문제인데, 그 대신 스쿨버스가 다니니까 등하교를 걱정할 것도 없고.”


단월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 민주시내 초등학교로 전학 온 오민심 후보는 늘 아이들을 농촌으로 유학 보내고 싶은 꿈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남편에게 가끔 혼잣말처럼 얘기했지만, 그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여보 우리 아이 낳으면 초등학교는 시골로 유학 보내자. 고등학교는 민주시에서 가르치고, 대학은 서울로 보내고. 그리고 본인들이 공부 더 하고 싶다면 유학 보내면 되지 뭐.”


단월의 옛 친구는 가끔 전화를 걸어와 동네 인구가 줄면서 이제는 밥도 마을회관에서 같이 해 먹고 귀찮고 힘든 일들은 공동으로 해결하니까 한 동네가 사촌이고 가족이 됐다고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언론도 이해불가라는 오민심 후보 돌풍을 예리하게 분석한 사람이 있으니, 민주시민참여연대의 김근민 국장이었다. 정확히 D-30일이 되는 날 아침 김근민 국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누나 내가 왜 지지율이 올라가는지 비밀을 알아냈어. 합계 출산율로 보면 20년 전부터 민주시 인구는 줄어야 돼. 그런데 20년 동안 외려 20만 명이 늘었잖아. 이유가 뭐겠어? 유입인구가 30만 명도 더 되는 거야. 어디서 왔겠어? 단월, 인산, 천남, 안부 다 이런 데 겠지. 그리고 불과 300년 전인 영조 8년의 조선인구가 727만 명이야. 지금의 6분의 1이지. 그래도 누가 소멸이니 멸절이니 얘기했겠어? 누나 말이 다 맞아.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행복하면 되는 거야!”

*다음 호에 16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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