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험한 도청에 제물이 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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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험한 도청에 제물이 된 한국
  • 김종대 전문기자
  • 승인 2023.04.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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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우크라戰 이후에 1급 기밀종사자 130만 명”
주한미군 지휘체제 대통령실 벙커에…美요원도 근무
용산비행금지구역 무인기에 뚫리고, 방화벽 더 허술
미국은 자신들이 도청당할 가능성에는 극도로 민감하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미국은 용산 주한미군 기지 주변에 중국의 화웨이 부품을 사용하는 LGU+ 통신 기지국을 전부 철거하라고 요구해 수천 개의 통신 기지국이 뽑혀 나갔다. 사진은 도‧감청 이미지.
미국은 자신들이 도청당할 가능성에는 극도로 민감하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미국은 용산 주한미군 기지 주변에 중국의 화웨이 부품을 사용하는 LGU+ 통신 기지국을 전부 철거하라고 요구해 수천 개의 통신 기지국이 뽑혀 나갔다. 사진은 도‧감청 이미지.

잭 테세리아 일병의 기밀 유출 사건은 언제고 터질 만한 사건이었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이제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다. 미 정보 공동체의 폭발적 성장의 결정적 계기는 2001년의 9월의 뉴욕 테러였다. 사건 10년 후인 2011년에 1급 기밀을 수집하는 공동체는 1900개의 민간기업과 1300개의 연방조직이 참여하는 거대한 집단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번 기밀 유출 사건을 보도하는 미 언론에 따르면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1급 기밀을 취급하는 종사자는 10년 전에 비해 30만 명이 증가한 130만 명에 달하며, 34개 기관이 추가로 진입한다. 우리나라에 1급 기밀 취급 인가자가 100명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가히 가공할 정보 생태계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사라 모우티 기자는 정보 공동체는 안보 경제의 거대한 성장 동력이라고 말한다.

정보와 감시의 폭발적 성장을 경고하는 내부 고발도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 미 국가안보국(NSA)의 엔지니어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NSA가 프리즘으로 불리는 도청시스템으로 미국 시민과 전 세계 지도자를 무차별로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당시만 해도 미 NSACIA 예산의 3배를 사용하는 독보적인 도청 전문 기관이었다.


NSA 예산, CIA3

에실런으로 알려진 도감청 위성은 전 세계 감시 대상 인물의 음성 주파수에 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특정 인물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능동적 도청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2016년에는 플로리다의 한 정보분석센터에서 CIA의 사이버 감시 시스템인 볼트7(Vault7)에서 탈취한 비밀 문건 수천 건이 위키리스크에 폭로됐다.

이에 연방정부의 조사위원회가 구성돼 2017년에 보고서가 발간됐는데, 보고서에서는 사이버 보안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장 강력한 사이버 무기를 갖고자 하는 열망은 CIA의 직장 문화가 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보수집 수단을 남용하지 않으려는 자제력이 상실되고 더 강력한 정보수집에 대한 열망이 범람한다는 이야기다. 위키리크스는 이 보고서마저 빼돌려 공개했다.

CIANSA의 도청 방식과 전혀 다른 전자적 신호정보 수집체계, 즉 사이버 감시체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한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도감청에 특화된 빅데이터와 음성분석, 고성능 센서 확보에 주력했다면 CIA는 휴대폰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와 스마트TV에 음성 수집 기능을 내장해 증폭시키는 멀웨어(악성코드) 개발에 특화돼 있었다.

폭로 문건에는 특히 삼성 스마트TV가 실내에서 회의를 감청하는 마이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거대한 감시 국가(Surveillance State)는 기술 혁명으로 촉진되고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로 진화한다. 이는 시민의 자유와 국가 간의 신뢰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 일군의 양심이 내부 고발이라는 저항을 촉발했다.

공급자인 정보기관의 폭발적 성공은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 수요자들에 의해 촉진된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미국 내 모든 안보 기관이 일일 정보에 대한 요구가 급격히 증대되는 가운데, 미 정보기관은 기밀 분류와 공유 범위를 대폭 완화해 1급 기밀을 폭넓게 공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는 정보기관은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수집하려는 경쟁이 이어진다.

작년 8월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패배도 정보의 실패라고 진단하는 미국의 안보 엘리트들은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예산 경쟁에 돌입했고, 기밀 배포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용산은 최적의 정보수집 표적

이런 저자세라면 다른 국익이 걸린 의제를 제대로 협의할지 의심스럽다. 이런 태도가 왜 한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의제에 대해 미국에 제대로 할 말을 하지 못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런 저자세라면 다른 국익이 걸린 의제를 제대로 협의할지 의심스럽다. 이런 태도가 왜 한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의제에 대해 미국에 제대로 할 말을 하지 못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준다.

정보수집은 적성국이나 경쟁국에 국한되지 않고 테러와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의 의도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대한 조밀한 감시로 이어진다. 이번에 유출된 기밀 문건에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한국, 프랑스, 이스라엘, 튀르키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수록돼 있다.

2010년 매닝 일병 폭로 사건,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과 2016년 위키리크스 폭로, 그리고 이번 기밀 문건 유출사건을 종합할 때 용산에 대한 도청에는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대통령실 주요 직위자의 휴대폰,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사무실 내의 스마트TV를 마이크로 사용해 음성을 확보하고, 이를 실외로 증폭·변조하여 방사하면 외부의 고성능 센서가 이를 탐지하는 방식이다.

둘째, 주한미군의 지휘통제체제(CENTRIX-K)가 현재 국방부·합참과 대통령실 지하 3층의 지휘 벙커에 설치되어 있고, 실제 미군의 정보요원이 우리 시설에 들어와 근무한다. 미군 시스템과 한국 안보 기관과 시스템이 연동되는 지점에서 해킹 등으로 정보를 탈취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이번에는 김성한 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만이 아니라 국가안보회의(NSC) 회의록이 통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굳이 첨단 도청시스템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실과 국방부·합참 등 안보 기관의 내부 협조자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여 빼돌리는 인간정보와 신호정보의 혼합 방식이다. 기밀 유출 사건 직후 김태효 대통령실 안보실 1차장은 한미는 모든 영역의 정보를 공유한다며 사실상 정보유출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 차장 외에도 상당수 협력자가 자발적으로 정보제공에 응했을 가능성이 크다.

용산은 반경 200m 내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합참이 밀집돼 있다. 만일 내가 외국의 정보기관이라면 가장 탐을 낼 만한 표적이다. 게다가 기존 청와대와 달리 용산은 사방이 트인 데다가 고층 빌딩이 주변에 밀집돼 정보전을 수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이유 하나만으로 대통령이 집무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공간이다.

작년 12월에 북한 무인기가 침투했을 때도 안전하다던 비행금지구역이 허무하게 무너졌듯이, 통신의 방화벽은 더 손쉽게 무너질 것이다. 최근 미국의 도청은 민감한 전자적 도청 센서(TEMPEST)를 근접 거리에서 집중적으로 투입하게 되는데, 때마침 대통령 집무실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100m 거리의 미군 기지에 NSA의 정보분석 센터가 비밀리에 운용돼왔다. 바둑으로 말하자면 호구(虎口)에 해당한다.


사라진 정보 주권, 무너진 품격

정보에 대한 탐욕을 주체할 수 없는 미국은 자신들이 도청당할 가능성에는 극도로 민감하다. 2019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미국은 용산 주한미군 기지 주변에 중국의 화웨이 부품을 사용하는 LGU+ 통신 기지국을 전부 철거하라고 요구해 수천 개의 통신 기지국이 뽑혀 나갔다.

그 무렵 한국의 통신 3사가 세계 최초로 5G 통신을 상용화하자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 대사는 청와대를 찾아가 거의 막말로 중국 도청에 대한 통신 보안 대책이 모호하다며 격하게 항의했다. 지금 국내 통신산업에는 미국의 사사건건 간섭하는 행태가 걸림돌이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동맹론자들은 원래 미국은 도청을 한다”, “우리 정보기관도 도청한다며 미국의 행태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우리 정보기관의 도청은 미국의 최첨단 기술과 막대한 규모에 비하면 조족지혈 수준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청 문제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는 정부는 과거 미국에 격렬하게 항의했던 독일이나 브라질의 사례와 비교할 때 참담할 정도로 굴욕적이다. 이런 저자세라면 다른 국익이 걸린 의제를 제대로 협의할지 의심스럽다. 이런 태도가 왜 한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의제에 대해 미국에 제대로 할 말을 하지 못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준다.

1986년에 일본이 그런 안이한 자세로 덜컥 미국에 환율 절상과 반도체를 양보했던 플라자 합의를 성사시키고 잃어버린 40의 길로 접어들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미국의 속국이 될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김종대

병장 출신 군사전문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계 입문 전에는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원회와 국방부 장관 보좌관을 거쳤다. 2007년 말 외교‧안보월간지 ‘디앤디포커스’(디펜스21+)를 창간하고 편집장으로 기사를 썼다. 최근 유튜버로 맹활약 중이다. 저서로는 <서해전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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