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불시착했나…카자흐스탄 ‘망기스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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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불시착했나…카자흐스탄 ‘망기스타우’
  • 김상욱 전문기자
  • 승인 2023.04.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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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스의 보고 카스피해 인근 유목민 아다이人들의 땅

신 실크로드 기행

마치 화성의 표면 같은 보지라 골짜기 입구 전망대에서 여행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상욱
마치 화성의 표면 같은 보지라 골짜기 입구 전망대에서 여행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상욱

중앙아시아의 거인으로 불리는 카자흐스탄은 세계 9위의 광활한 국토를 가진 나라다. 서유럽 면적과 비슷한 크기에 그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남부에는 천산산맥이 동에서 서로 뻗어있고 그 기슭을 따라가는 실크로드에는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역사 유적이 있다.

북동부에 위치한 알타이 산맥은 유목민의 본향이기도 하다. 만년설을 간직한 천산과 알타이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골짜기를 따라 아름다운 계곡과 호수를 만들고, 초원을 적시며 말과 양을 살찌운다. 4월의 초원에는 튤립이 피어나 이곳이 원산지임을 증명하고 붉은 양귀비꽃이 초원을 붉게 물들이는 5월이면 여행자들이 카자흐스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카스피해에서는 요트와 해수욕, 하얀 모래사장을 즐기고, 인접한 망기스타우는 태초 모습이 이런 것이었구나싶은 신비로운 풍경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이뿐만 아니라 고려인을 비롯한 130여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다민족국가 카자흐스탄에서는 다양한 민족 음식들을 쉽게 맛볼 수 있다.

카스피해와 카자흐스탄 망기스타우의 위치.
카스피해와 카자흐스탄 망기스타우의 위치.

새로운 실크로드 기행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은 과거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땅이었고, 그 역사적 유적지들이 많이 남아 있다. 흔히들 오아시스와 사막과 낙타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들로 상징되는 실크로드 이미지를 파괴하는 것으로부터 신()실크로드 기행을 시작한다. 실제 실크로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오아시스길 외에도 훨씬 더 많은 다양한 길이 존재했다. 동서교역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남북교역로와 교차로를 만들어가며 세계사의 굽이굽이 마다 변화의 진원지 역할을 해 왔다.

유럽에서 가장 긴 강인 볼가강과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우랄강이 모두 흘러드는 카스피해와 그 주변 지역은 유목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특히, 겨울이면 혹한이 몰아치는 카자흐 초원에 비해 거대한 온도 조절기 역할을 해주는 카스피해 덕분에 그 주변 지역은 수많은 북방 유목 부족들의 겨울 숙영지로 활용됐다.

그래서 카스피해는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장벽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이동 루트였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역의 길이었다. 이를 우리는 초원의 길이라고 부르고 있다. 초원의 길의 하이라이트 격인 카스피해에서 신실크로드 기행의 1막을 올리려고 한다.

아다이 인들의 땅인 망기스타우는 원래 바다였다가 융기하해 육지가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땅이 조개가 섞인 퇴적암으로 되어있다. 사진=김상욱
아다이 인들의 땅인 망기스타우는 원래 바다였다가 융기해 육지가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땅이 조개가 섞인 퇴적암으로 되어있다. 사진=김상욱

저가항공도 뜨는 다양한 하늘길

한국에서 출발한다면, 중앙아시아 항공허브인 알마티까지 와서, 카자흐스탄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카스피해의 항구도시 악타우로 와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카자흐스탄 알마티까지 오는 직항노선은 아시아나 항공과 카자흐스탄 항공사인 에어 아스타나가 운항한다. 두 항공사가 주 6회 운항하므로 거의 매일 항공편이 있다고 보면 된다. 항공시간은 6시간이 소요된다. 알마티에 도착해서 시내를 여행할 겸 하루를 묵고 카스피해로 떠나는 국내선 항공기를 타는 편이 더 낫다.

악타우까지는 에어 아스타나 외에도 저가 항공사인 스캇 항공이 뜨고 있고, 알마티에서 서쪽으로 정확히 3시간 10분을 비행하면 바다와 같은 카스피해가 발아래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반도가 몽땅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인 카스피해는 둘레만 7000km로써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이기도 한 카스피해를 고대 그리스인들은 히르카니아해로 불렀고, 중국인들은 청해라고 했다. 예전에는 모스크바를 포함한 이 일대가 바다였으나 지각변동으로 카프카스산맥과 망기스타우 지역이 융기되면서 카스피해는 지중해와 흑해로부터 분리돼 육지에 갇힌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는 엄청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이는 분쟁의 씨앗이기도 한데, 카스피해를 둘러싸고 있는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5개국은 서방에서 제기하는 호수, 바다 논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 형님 격인 러시아의 묵인하에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카스피해는 남쪽, 즉 이란 쪽으로 갈수록 수심이 깊고 물이 깨끗하고 북쪽은 반대로 수심이 낮고 원유가 많이 매장돼 있다.


1000개의 겨울숙영지라는 뜻

카자흐스탄의 망기스타우 지방은 카스피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그루지아 등 카프카스 3개국을 합친 면적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광활한 지역이다. ‘1000개의 겨울 숙영지라는 뜻인 망기스타우는 아다이인들의 땅이다.

아다이는 카자흐민족을 구성하는 대, , 소 주스(부족 개념) 중 크세() 주스에 속하는 씨족인데, 몽골 고원보다도 더 척박한 이 땅의 주인이다. 아다이인들은 기골이 장대한 몽골인의 외모와 흡사한데, 강인한 이들은 대대로 유명한 바트르(전사)를 많이 배출했다. 그들이 사는 땅은 마치 화성에 불시착한 듯한 신비로운 자연경관을 간직한 곳이긴 하나 그만큼 척박한 땅이라는 의미이다.

망기스타우는 원래 바다였다. 그래서 다양한 조개 자국이 선명한 퇴적암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이를 잘라서 건물을 짓거나 담장을 칠 때 사용하는 벽돌로 활용하고 있다.

카스피해와 망기스타우에서는 어딜 가나 낙타를 흔히 볼 수 있다. 사진= 김상욱
카스피해와 망기스타우에서는 어딜 가나 낙타를 흔히 볼 수 있다. 사진= 김상욱

망기스타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낙타다. 넓디넓은 망기스타우 반사막(스텝)에 가장 최적화돼, 말이나 소가 견디기 어려운 혹독한 조건에서도 버틸 수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카라반(隊商)그저 낙타를 따라갈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실제로 낙타는 물이 없어도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탐지기 역할까지 한다. 아다이인들은 선조들이 낙타의 생리를 이해하고 이를 잘 다룸으로써 실크로드를 오가며 동서 교류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망기스타우는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원유 산지이기도 하다. 석유 수출항으로 알려진 카스피해의 항구도시 악타우와 유전 도시인 쟈나오젠이 알려져 있다.


외국인 관광객 끊이지 않는 곳

동시에 태초의 신비로운 자연경관이 보존돼 있어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보지라골짜기와 공의 계곡그리고 지글간등이다.

마치 화성 표면을 연상시키는 보지라는 사실 바닷속의 맨 밑바닥이었다. 이곳에서는 영국에서부터 자신의 차량을 직접 운전해서 오는 이들도 만나볼 수 있고, 프랑스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이, 독일이나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트레커, 배낭족들도 만날 수 있다.

보지라 계곡의 모습. 사진=김상욱
보지라 계곡의 모습. 사진=김상욱

보지라 골짜기 입구에 우뚝 솟은 송곳니 같은 바위는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4월부터 관광시즌이 시작되고 한여름이 시작되기 직전인 6월까지 또는 9월과 10월이 여행하기에 좋은 시기로 추천된다.

망기스타우 여행에 참가했던 권윤희 씨는 우주 다큐에서 봤던 화성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사진을 보고 지인들이 깜빡 속기도 했다고 전했다. 독일 뮌헨에서 온 야콥(27) 씨도 보지라 골자기의 풍광을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말만 연발했다.

악타우에는 보지라 골짜기로 여행자들을 안내할 가이드와 튼튼한 4륜구동 차량이 준비돼 있는데 이들은 보지라 골짜기에서 야영하면서 밤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을 보라고 권한다. 당연히 여행 비용에는 이들이 준비하는 망기스타우식 저녁 식사와 야영 장비 임대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거기에 더해 야외에서의 만찬을 더 멋지게 만들어 줄 와인 한 병을 준비해서 내놓는 센스도 갖추고 있다.

공의 계곡에는 둥근 바위들이 무수히 깔려 있다. 사진=김상욱
공의 계곡에는 둥근 바위들이 무수히 깔려 있다. 사진=김상욱

공의 계곡은 신이 자신이 가지고 놀려고 만든 공깃돌을 뿌려놓은 듯한 둥근 바위들이 무수히 널려있는 곳이다. 지름이 2m 이상 되는 수많은 둥근 바위들은 지구별이 아닌 은하계의 한 혹성인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공의 계곡 위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내려가 보길 권한다.

지글간은 카스피해 해변의 땅의 일부가 100~200m 아래로 주저앉아버림으로써 만들어진 거대한 절벽지대이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그 아래로 내려갈 수가 있는데, 수백만 년 전, 땅이 꺼지는 순간 놀란 동물들이 혼비백산하여 남긴 발자국이 당시 진흙밭이었던 토양에 새겨졌다가 바위가 되어 여행자들을 감탄시킨다.

이외에도 여행자들에게 따뜻한 차이(홍차)를 내놓은 베켓 아타, 콕칼라 계곡, 세르칼라, 바닥에 누워도 옷에 흙이 묻지 않는 말라버린 호수, 티라미수, 사하라 사막을 닮은 투예수사막 등은 여행자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게 만든다. 특히, 베켓 아타 모스크는 절벽 꼭대기에 서 있는데, 전 세계에서 온 순례자들이 신성한 수피 베켓 아타의 이름을 딴 이 사원을 방문한다. 카자흐인들에게 베켓 아타는 예언자이자, 물리학, 천문학 및 수학자였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이 모스크가 천문대였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베켓 아타 사원에 들른 여행자들은 누구나 따뜻한 차이(홍차)를 대접받을 수 있다. 사진= 김상욱
베켓 아타 사원에 들른 여행자들은 누구나 따뜻한 차이(홍차)를 대접받을 수 있다. 사진= 김상욱

또한 망기스타우에는 고대 카라반들이 쉬어갔던 카라반 사라이유적지가 카스피 해안을 따라서 무수히 많다. 카라반들이 물품을 하역하던 곳, 이들이 생선을 저장하던 창고, 숙소 등의 유적지가 곳곳에 남아 있다.

카자흐인 쩨그란(42) 씨는 우리는 예로부터 손님을 환대하는 전통이 있다면서 신비한 대자연과 함께 카자흐 유목민의 풍습과 문화를 경험해 보라고 권했다.

김상욱

알마티국립대 조선어과 교수로 카자흐스탄 땅을 밟은 지 29년. 한글 동포신문 주필이고 연합뉴스를 통해 중앙아시아 5개국 뉴스를 전하고 있다. EBS ‘세계테마기행’에 여러 차례 출연했고 KBS ‘1박2일’에서도 고려인 강제이주에 관해 이야기했다. 부부사진전 ‘카자흐스탄’을 열었고, 사진집 <카자흐스탄>과 공저로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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