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직 교체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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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직 교체로 될 일이 아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4.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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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선임기자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일부 정무직 교체를 단행했다. 그는 “취임 1년된 시점에 교체하려 했지만 전문성과 개관성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조기에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도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당하고 나면 장관을 교체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취임 후 여러 구설수에 올랐던 김 지사도 정무직 변화로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무직은 정무직일 뿐이다. 물론 정무직 공무원들이 지사의 뜻을 도민과 도의회, 언론에 잘 설명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보다는 지사의 언행이 더 중요하다. 그 동안의 문제는 모두 김 지사에게서 나왔다. 김 지사는 24일 친일파 관련 발언과 산불 술자리 참석 등에 대해 거듭 사과한 뒤 그간 충북도지사가 얼마나 엄중한 자리인가를 깨닫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 말이 맞다. 도지사는 무겁고, 책임이 많으며 아주 조심스런 자리다. 도지사의 말 한마디, 글 한 줄의 무게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 그간 김 지사의 언행은 너무 가벼웠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설화(舌禍)와 필화(筆禍)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말과 글은 자주 문제가 됐다.

몇 십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여러 가지 변화와 개혁을 단행하고 싶었던 그는 취임 후 많은 것을 쏟아냈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차없는 도청, 출산육아수당, 의료비 후불제, 청남대 활성화, 못난이김치 등. 앞으로 이를 추진할 시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로 인한 잡음 또한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일부 도민들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아직 개념조차 선명하지 않고, 말만 요란했던 차없는 도청은 실패로 끝났다. 출산육아수당도 당초 계획에서 대폭 후퇴했고, 청남대 활성화도 말이 너무 앞선다. 못난이김치는 이런 저런 말이 많이 나오는데 당초 취지를 벗어난 것 같다”고 말한다.

정치인 출신 도지사가 취임한 뒤 충북도는 ‘동네북’이 됐다. 그간 친일파 관련 발언, 산불 술자리 논란, 오송 AI 바이오 영재고 등 김 지사의 언행에 따라 여기저기서 얻어 맞았다. 청주시내 한복판인 충북도청 서문 앞을 가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이 곳은 지금 진보 보수파의 격전장이 됐다. ‘굴욕적 강제징용 정부해법 폐기! 윤석열 김영환 사죄하라!’ ‘민선8기 충북 투자유치 순항, 대규모·첨단우수기업 중심 투자유치 30조 달성’ ‘청년과 도민을 위해 노력하는 김영환 도지사를 응원한다’는 현수막이 걸리곤 했다. 거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단체가 진보에 맞서 현수막을 걸었는가 하면 갑자기 투자유치 30조 달성 운운하는 문구가 등장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어쨌든 충북도민들은 피곤하다. 김 지사의 설화 및 필화사건으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자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이로 인한 시간 낭비와 행정력 낭비도 크다. 정치에 흔들리는 도정을 바라봐야 하는 충북도 공직자들도 힘들 것이다. 김 지사는 도의회를 설득해 67억여원의 예산을 살려야 하는 게 급선무지만 이 참에 도지사라는 자리가 얼마나 엄중한 것인가를 알고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이는 정무직 교체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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