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문화 슬세권, 출발은 지역서점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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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문화 슬세권, 출발은 지역서점으로부터
  • 천정한 문화잇다 대표,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외래교수
  • 승인 2023.05.0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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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지방시대 지역문화 정책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걸어서 15분 내 거리마다 문화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이 서점, 카페, 공방 등 일상공간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한다는 ‘15분 문화 슬세권(슬리퍼 차림으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권역)’ 정책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전국에 동네 문화공간을 1만 곳으로 늘리고 인구감소지역 이 문화, 관광 분야 공모사업에 지 원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슬세권 정책에 따른 실제적인 지원책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략 지역서점에 문화 활동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지역갤러리나 유휴공간을 발굴해 전시 및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독서인구 감소와 장기화된 출판시장 불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서점에게 반가운 정책임이 틀림없다.

이런 정부 정책이 나오기까지는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라는 일차원적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 독서 생태계의 출발지이자 지역민들의 일상적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곳, 지역문화가 만들어지는 구심점이 되는 곳으로 서점의 기능과 공간적 의미가 재해석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역문화진흥원 동네책방 지원사업과 대전광역시 지역서점 지원사업, 광주광역시 출판산업 발전방안연구에 컨설팅과 연구자로 참여하며 현 지역서점의 한계와 더불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점들 이 책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국의 소규모 동네책방들이 그동안 해온 다양한 활동사례와 성과를 지켜볼 때 서점이 슬세권 거점 공간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지역 밀착형 문화사랑방으로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역문화정책 차원에서 서점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분명 환영할만하지만, 서점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가능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 서점 및 대형서점의 독과점, 과다 할인 경쟁을 막기 위해 만든 도서정가제의 존치는 지역서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2014년 11월 이후 도서의 직간접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한 현행 도서정가제를 두고 국민적 이견이 자주 표출됐고 급기야 대통령실이 올해 초 국민토론 첫 번 째 주제로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 허용’을 잡으면서 정부가 11월 개정안 도출을 앞두고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후 전국적으로 동네책방이 급증했고 기존 서점과 차별화된 문화 실험이 이뤄지며 지금의 새로운 서점문화를 주도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도서정가제는 중소서점들에게 생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시장경쟁상품으로 보기보다 국가경쟁력에 필요한 문화콘텐츠, 공공재로 인식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또한 정부는 문화정책의 일관성, 출판콘텐츠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도서정가제가 존치될 수 있도록 국민을 설득하고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지역서점, 지역출판 활성화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 진흥 조례를 제정하고 특히 지역서점 인증제 도입, 지역 거점 납품, 지역화폐 도서할인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충북도는 지난 3월 ‘충청북도 지역서점 인증제 시행에 따른 행정예고’를 발표하고 7월부터 시행 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기회에 도내 서점 전수조사를 통해 정확한 현황 파악을 하고 향후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수립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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