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일! 기후정의파업이 만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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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1일! 기후정의파업이 만든 길
  •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 승인 2023.05.0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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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4, 4000여 명의 사람들로 조용했던 세종시가 시끄러웠다. 대개 일을 하는 금요일 오후, ‘기후정의파업을 위해 대전, 세종, 충남북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이들이다.

세종은 처음이라는 사람도, 주중에 수천 명을 모을 수 없다는 이들도 있었다. ‘반자본 대정부 투쟁을 내걸었으니 우려는 더 컸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기후부정의에 대한 분노는 목표 3000명을 훨씬 넘겨 사람들을 모아냈다.

기업들은 엄청난 흑자를 내는데, 정부는 시민들에게는 폭등한 전기, 가스 요금을 강요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이유로 혹한을 견뎌낼 시민들에게 필수적인 에너지 사용을 제한하려 했다. 기업들의 초과이윤에 세금을 매기고 특혜 요금을 없애라는 요구는 무시했다.

때마침 발표된 탄소중립기본계획의 기업 봐주기는 노골적이었다. 이전 정부의 특혜로 14.4%만 감축하면 되었던 산업 부문은 이번에 11.4%로 감축률을 더욱 낮췄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투자로 건설을 시작한 S오일 석유화학단지가 새로 배출할 연간 300t도 가능해졌다. 기후위기는 기업에게 아무것도 아니고, 시민에게만 재앙으로 다가온다.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할 이유가 넘쳤다. 오랜 시간 싸워 안된다고 최종 결론을 내었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좀비처럼 부활했다. 강원도지사가 조르고 대통령이 밀어대니,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뒤집었다. 제주 제2공항도 마찬가지다. 별달리 변한 것이 없는 환경영향평가 내용으로 환경부는 사업을 승인했다. 벌써 국립공원 인근 지자체들은 케이블카를 하겠다고 들썩거리고, 비행기를 더 타라며 신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은 가속도가 붙었다.

멸종 위기에 내몰린 설악산 산양, 회복 불가능하게 파괴될 제주도 숨골, 통째로 깎이고 메워질 가덕도 국수봉, 겨우 남겨졌지만 위태로운 새만금 수라 갯벌에 향한 생태학살을 막을 보호막을 하나씩 치우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윤이라면 기후위기도 생태학살도 무시한다.

분노하고 애달픈 사람이 연차 휴가를 내고, 가게 문을 닫고, 현장 학습 신청을 내고, 동료, 친구, 가족과 함께 또 혼자서 세종으로 몰려들었다. 탄소중립위원회, 산업부, 환경부와 국토부 청사를 찾아 행진하면서, 지역 곳곳에서 싸우는 이들의 사연을 나누고, 정부와 기업의 기후부정의를 함께 규탄하였다.

기후위기 시대에 존엄하게 살기 위한 사회 공공성 강화 그리고 자본의 이윤 추구로 확대되고 있는 생태학살의 중단을 요구했다.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라, 신규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 건설 중단하라, 송전탑과 양수발전소 건설 중단하라, 대규모 공장식 축산을 통제하라는 요구를 똑똑히 보라고! 청사정문과 울타리에 풀칠했다. 종이박스에 적어온 수많은 피켓, 흥겨운 타악기 밴드와 풍물패, 기후정의파업은 치열한 투쟁이자 또 즐거운 축제와 같았다.

행진의 마지막 지점, 3층 건물 옥상에서 커다란 현수막이 내려왔다. “기후위기, 우리가 대안이다! 기후정의, 우리가 길을 낸다!” 참여자들은 함께 다짐했다.

한 고등학생은 기후위기는 학교에서 선생님만 말하는 줄 알았는데, 많은 어른들이 함께 싸우는 걸 알게 되었다 했다. 청소년도, 노동자도, 농민도, 여성도, 청년도, 장애인도, 성소수자도, 누구도 외롭게 혼자 싸우게 놔둘 수 없다. 기후위기는 자본에 착취당하고 수탈되며 정부에게 버려진 모든 이들이 함께 싸우도록 만든다. 이제 가을에 다시 모이고 더 거대하게 싸워, 이 자본주의 성장체제를 흔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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