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의원 갑질 사태, 이어지는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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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의원 갑질 사태, 이어지는 파장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05.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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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A의원, 촉발…노조 성명서로 반발, 안해성 군의장 도마위에
안해성(왼쪽) 음성군의회 의장이 지난달 27일 강기해 공무원노조 음성군지부장을 만나 ‘갑질 의원’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의회 일부 의원들의 도 넘은 갑질이 파장을 낳고 있다. 해당 갑질 의원들을 넘어 의원들 사이에서도 안해성(국민의힘) 군의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6일 전국공무원노조 음성군지부는 ‘지방의원 갑질 규탄’ 성명문을 발표했다. 음성군노조의 성명문은 정제된 것으로 보이지만 공백을 제외해도 1970자의 많은 분량에다 구체적 내용도 담겨 있다.

성명서에서 가장 눈에 띈 사례를 추가 취재해 정리한 결과는 이렇다. A군의원(더불어민주당)은 부서장 등을 옆에 두고 정당한 업무 지시를 빙자해 직원에게 특정 업무의 처리 방향을 요구했다. 해당 업무는 음성읍 역말 도시재생사업 관련으로 지난 4월 구체적인 일시까지 지정돼 부군수실에 팀장과 직원이 불려갔다. 공무원들이 호출된 것을 부군수는 몰랐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날 부군수실에서의 대화 내용은 누군가에 의한 녹취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는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이어졌다는 게 노조의 조사 결과다. 자리에선 타인의 송사와 관련된 보도자료가 검토되고, A의원 본인이 수집한 자료를 언론사에 제공할 것이라 말한 것으로 성명서는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노조는 “정상적인 집행부와 의회의 상호협력·견제 관계를 넘어선 충격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제공할 것이라 한 그 자료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당당히 공문으로 수집한 자료인지, 본인의 그 행위에 직원(공무원)이 송사와 징계시비에 휘말린다면 당당히 의원 자신이 나선 일이라고 밝힐 것인지 돌아보길 바란다"고 강도 높게 해당 의원을 겨냥했다. 덧붙여 노조는 “우리 공무원노조 창립 21주년 이래 그러했던 의원은 본 바도, 들은 바도 없다”고 격앙된 입장을 나타냈다.

노조, 충북 전체 조사

성명서는 앞부분에서 전국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가 4월 21일 충북 시·군 기초의원에 대한 5가지 갑질 현황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해당 유형은 △퇴근 이후, 또는 주말 의원이 자료 제출을 독촉·강요 △공식적인 경로가 아닌 방식의 자료 제출 요구 △제공한 자료가 시·군의회 질의응답에 활용되지 않거나, 서류 유출 정황이 의심될 수준의 언론 보도 △부군수실, 국장실에서 또는 부서장 등을 등에 업은 시·군 의원의 업무지시 △일반적이지 않은 시·군의원의 친인척 인사 등으로 5가지다. 충북지역본부는 위 내용으로 하는 공문을 각 지부에 송부했다.

앞서 짧은 기간 동안 조사를 진행한 음성군노조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시행했음에도 접수 사례들이 양과 내용면에서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위 5개 사례 모두가 음성군 내에 만연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내용은 어느 의원이 어떤 사안에서 어느 시일에 벌어진 사건인지 구체적인 수준으로 다수 접수되어 성명문에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공직자로서 참담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의 성명문이 발표된 다음날인 4월 27일, 안해성 음성군의회 의장은 강기해 음성군노조지부장과 만나 화해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노조가 전날 해당 성명문을 사전에 음성군의회 등 외부에 알리지 않고 언론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안 의장이 강 지부장을 면담한 것은 자신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장, 비판 속 취재에 불응

두 사람의 만남 이후 노조는 “군의장실에서 노조의 성명문으로 촉발되었던 지방의원 갑질논란 갈등을 종결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노조는 “ 안해성 의장은 노조와의 면담에서 절차를 무시한 자료 요청으로 직원들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느낀 점과, 상급자를 옆에 둔 채 이루어진 업무 검토 요청은 업무 지시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노조와 직원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향후 법령과 규정에 따라 자료를 요구하고, 직원들이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는 등 재발방지에 대한 노조의 요구에 군 의장도 동의하고 약속하며 갈등은 일단락되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 외 성명문과 관련되어 있던 의원들 역시 개별적으로 음성군 노조 지부장과 면담하여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의 뜻을 전했다”며 행정업무 게시판에 게재된 성명문을 내렸다고 확인했다.

위와 같은 노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소 복수의 의원이 강 지부장을 만나 갑질 의혹을 시인했고, 안 의장 역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런 모양새가 도출되자 일각에서는 음성군의원들 전체가 노조에 무릎 꿇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사전에 협의도 없이 의장이 서둘러 사과한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의장의 이번 행보는 같은 당 소속의 B의원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강 지부장이 A의원 외에도 만났다는 또 다른 의원이 B씨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가능한 추측으로 보일 수 있다. B의원의 경우 평소 카톡이나 메일 등으로 직원들에게 자료요구를 하면서 재촉하는 등 규정에 어긋난 의정행위로 눈총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리뷰는 안해성 의장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몇가지 의견을 듣고자 접촉했지만 “연락을 주겠다”는 문자만 남기고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제9대 음성군의회는 정원 8명으로 국민의힘 5석, 민주당 3석으로 분포돼 있고, 조병옥 음성군수는 민주당 소속이다. 지난해 7월 출범 때, 안 의장의 성향 등을 감안하면 여소 야대 정국이지만 원만한 관계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국민의힘이 다수당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 다방면에서 연출돼 왔다. 이번 의원 갑질 논란에 대한 안 의장의 대처도 그 일환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안해성 의장의 향후 행보와 여야 관계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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