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두 동강 내는 고속도로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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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두 동강 내는 고속도로 절대 안 된다”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5.0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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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강내면 당곡리 주민들, 신설 세종~청주고속도로 4년째 반발
직선 고집한 한국도로공사 돌연 S자 노선으로 변경 주민 반발 격화
주민들, 지하터널만이 해결책...예산타령 하려면 아예 건설 백지화하라

 

한국도로공사가 세종~청주고속도로를 신설하면서 마을을 두 동강 내는 노선을 고집해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당곡리 마을 전경
한국도로공사가 세종~청주고속도로를 신설하면서 마을을 두 동강 내는 노선을 고집해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당곡리 마을 전경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 지하터널을 뚫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고속도로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라. 그러면 돈 한 푼 안 들어가 예산 타령 안 해도 된다

마을을 두 동강 내는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당곡리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세종~청주 간 신설되는 고속도로가 마을 한복판을 치고 나가 반 토막 나는 것을 막기 위해 4년째 한국도로공사와 싸우고 있다.

이 마을 이흥기(77) 이장은 아무리 국민생활 편의를 위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한다 해도 마을 한가운데를 치고 나가는 고속도로는 절대 안 된다도공이 이러한 주민들의 요구를 끝까지 무시한다면 주민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사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와 도공은 세종시 연서면 가룡리~청주시 남이면 척산리 19.4(4차로)를 잇는 세종~청주고속도로2조 원을 들여 2030년까지 신설할 계획이다. 세종 구간은 10.3, 청주 구간은 9.1이며 교량 37, 터널 5, 지하차도 1, 출입시설 JCT 2, IC 2, 영업소 등이 들어선다.

이 사업은 2019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지역균형발전 사업에 선정된 뒤 2020년 전략환경영향평가공람과 주민의견제출,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사업은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고속도로 신설 왜 반대하나

 

당곡리 주민들은 2020년 말쯤 세종~청주고속도로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두 동강 내는 노선이다.

당곡(唐谷) 마을은 신라시대부터 당나라 군대가 주둔했다는 설화가 내려오는 곳이다. 주민들은 마을을 피해 노선을 정할 수 있는데도 굳이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노선을 택했다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생존권 파괴노선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고속도로가 애초 민가에서 23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하루 3~4만 대가 시도 때도 없이 다닐 텐데 피해는 주민 몫 아니냐마을을 두 동강 낸 고속도로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도공이 왜 무리수를 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주민들은 국회,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청와대·국민신문고에 국민청원과 민원서 제출(20213), 한국도로공사 주민의견서 제출(202112), 국민권익위원회 민원서 제출(20225) 등을 통해 당곡리 통과노선의 변경을 요청했다.

주민들은 마을을 양분하는 노선 대신 마을 뒤 마봉산 터널 마봉산 능선 우회 마을 지하차도를 요구했다. 이후 주민들은 최종적으로 마봉산 능선 우회도로로 일원화해 도공 측에 전달했다.

주민들이 이 안을 택한 것은 농경지 훼손과 경관 파괴. 공해발생(소음, 대기질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 마봉산 쪽에 사는 최모 씨 등도 자신들의 집을 치고 나가도 좋다면서 능선 우회도로 노선을 지지했다.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는 거부당했다. 되레 도공은 선형을 S자로 확정해 주민들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이흥기 이장은 도공 측은 군사시설이 있는 세종시 송용리는 지하차도로, 강내면 저산리 통과노선에 대해선 다른 마을 주민들이 동의했다면서, 그 사이에 있는 당곡리 노선은 주민 요청을 반영해 마을 북쪽으로 통과하는 선형(S)으로 변경했다고 한다그러나 당곡리 주민들은 결코 동의한 적이 없고 S자 선형도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도공이 독단적으로 확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주시 강내면 당곡리 주민들이 4년째 마을을 반 토막 내는 고속도로 노선을 지하터널로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주시 강내면 당곡리 주민들이 4년째 마을을 반 토막 내는 고속도로 노선을 지하터널로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하터널만이 해결책

 

당곡리 주민들은 도공 측의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노선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 그러면서 애초 요구대로 지하터널이 아니면 고속도로 건설을 저지하겠다고 천명했다.

주민들이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이유는 인근 지역 세종시 송용리 지하터널과의 형평성 때문이다.

도공은 세종시 송용리 통과노선으로 지하터널(1이상)을 택했다. 이 지역에 군사시설(육군 항공대 주기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하터널 지상엔 공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직선도로만을 고집하던 도공이 돌연 S자 노선으로 변경해 주민 요구를 모두 묵살했다그런 도공이 세종시 송용리는 지하터널로 노선을 변경해 형평성을 문제 삼는 당곡리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고속도로로 마을을 두 동강 낼 게 아니라 지하터널만이 유일한 민원 해소책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흥기 이장은 마을 통과 지하터널(420m)을 뚫는데 400억 원이면 족하다고 한다. 그런데 도공은 2조 원짜리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400억 원 예산 추가에 난색을 보인다예산 타령이나 하려거든 돈 한 푼 안 들이는 방법이 있다. 고속도로 건설을 백지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도로공사 이진구 차장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기자에게 홍보실을 거치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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