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철 박사 ‘改訂 朝鮮の 移出牛’ 충청리뷰에 공개
윤석열 대통령은 “100년 전의 일 때문에 일본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무릎을 꿇은 적도 없고 꿇을 생각도 없는데 말이다. 일제는 1871년부터 육군 참모국을 만들어 조선을 정탐했고, 1888년에는 침약 지침서인 ‘조선지지략’ 여덟 권을 냈다.
침략을 위한 준비과정이 이리 치밀했으니 수탈은 또 얼마나 집요했을까? 정삼철 충북학연구소장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 중에는 일제의 집요함에 소름이 끼칠 정도인 자료도 있다.
정삼철 소장이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충청리뷰에 최초 공개한 자료는 1927년 조선총독부 식산국이 발간한 <개정 조선의 이출우‧改訂 朝鮮の 移出牛>다. 한마디로 말해 조선의 한우를 일본으로 반출한 기록이다.
이 책의 권말에 부록 격으로 첨부한 지도에는 대정 14년(大正 14년, 1925년) 에 한우를 실어 낸 조선의 항구와 마릿수, 소를 들인 일본의 항구가 그림과 숫자로 표기돼 있다.
그해 반출량은 부산 3만830마리, 인천 6584마리, 원산 6309마리, 진남포 4216마리 등이다. 조선 소가 가장 많이 들어간 일본의 항구는 기타큐슈의 모지(門司)로, 무려 4만3978마리가 이곳을 통해 일본에 수탈된 것으로 획인됐다.
이 책에는 우리 소를 일본으로 들여가 현지화하기 위한 전략이 치밀하게 담겨있다. 그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전 지역의 소 부리는 소리를 조사해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이다. ‘앞으로, 정지,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등의 명령어를 지역별로 구분해 놓았다.
예컨대 ‘오른쪽으로’의 경우 충북은 “일루로”, 충남은 “이라”, 함경남‧북도는 모두 “우로”이다. 조선 소를 일본에 데려가서도 불편함이 없도록 부릴 수 있도록 지역별 명령어를 채록한 것이다.
정 소장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우리 소 350만 마리를 일본으로 반출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소의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는 김관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소가 일본으로 반출됐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어떤 기준에 따라 얼마나 반출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며 “일본이 우리 소를 어떠한 목적으로 어떻게 이용했는지까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관석 교수는 또 “한우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근방 국가에 널리 알려져 중국이나 여진족 등도 탐냈다”며 “소가 귀했던 일본에 가서도 육용이나 교배용으로 쓰이면서 일본 와규(和牛)의 근간이 됐을 것이다. 하루빨리 <改訂 朝鮮の 移出牛>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