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20일 윤석열 퇴진 ‘야단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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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20일 윤석열 퇴진 ‘야단법석’ 
  • 안영민 전문기자
  • 승인 2023.05.04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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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은 파탄 경제는 침몰…정치는 실종 평화는 위기
외교는 굴욕 민중은 탄압…尹정권 탄생에 기여 참회
4월 13일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원회 기자회견 광경
4월 13일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원회 기자회견 광경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이어 불교계에서도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법회가 열린다. 정의불교평화연대, 교단자정센터, 불력회, 칠송회, 사단법인 평화의길 등 불교단체와 도정, 허정, 진우 등 개혁적인 스님들이 윤석열 정부에 죽비를 들기로 했다.

이들은 412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413일 서울시 장충동 우리함께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준비위는 이날, 520() 오후 3시 서울 숭례문과 시청 앞 광장 사이 태평로 일대에서 열리는 촛불집회 본무대에서 시국법회를 연다고 밝혔다. 시국법회는 5시에 열리는 촛불집회 사전행사로 진행할 예정이다.

야단법석은 대개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모습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지만 실은 불교 용어다. ‘야외에 단을 쌓아 불법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뜻의 야단법석(野壇法席)’인데, 사람이 들끓는 상태에 비유하게 된 것이다.

이날 시국법회가 거리에서 열리고,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낸다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으로 모임을 강조하기 위한 작명으로 보인다.


정부와 조계종단의 밀월관계 참회

이번 시국법회와 관련해 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 공동준비위원장인 도정 스님(제주 남선사 주지)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보면서 불교계에서도 뭔가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에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공감해 시국법회를 추진하게 되었다면서 이번 시국법회는 지난 대선 직전 스님들의 63%가 반대함에도 승려대회를 강행, 사실상 윤석열 정권 탄생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조계종단을 대신해 국민에게 참회하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조계종은 문화재 관람료 문제 논란 과정에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봉이 김선달발언을 구실로 민주당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당시 정청래 의원 본인은 물론,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거듭 사과를 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민주당을 규탄하는 승려대회를 강행해 사실상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이러한 종단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가 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던 진우 스님(동국대 교법사)최근 윤석열 정부 들어 각종 불교 문화재 관련 예산이 대폭 증액되고 있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 지지의 대가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와 조계종단의 밀월관계 중심에는 자승 전 총무원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불교계의 정설이다. 조계종단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멘토로 다들 천공을 거론하는데, 자승 전 원장과 윤 대통령 부부가 훨씬 밀접한 사이라고 귀띔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지난 1년 동안 자승 전 원장이 회주(會主)로 있는 봉은사를 방문해 조언을 구하는 등 자승 전 원장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29일 이태원 참사 직후 윤석열 정부가 위기에 빠지자 자승 전 원장이 직접 나서서 조계종 차원의 대규모 위령법회를 여는 등 측면에서 지원하고 나섰다.

당시 위령법회에 대해 진우 스님은 위패도 영정도 없는 헛제사로 불교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형식이라고 지적하며, “위패와 영정이 없으니 당연히 죽은 이의 혼이 깃들 수 없는데, 종단이 직접 나서서 이런 거짓 제사를 벌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무능, 무책임 규탄 시국선언

명진TV에서 진행한 시국법회 관련 생방송에 출연한 진우, 허정, 도정 스님과 진행을 맡은 안영민 사무처장(왼쪽부터)
명진TV에서 진행한 시국법회 관련 생방송에 출연한 진우, 허정, 도정 스님과 진행을 맡은 안영민 사무처장(왼쪽부터)

이런 불교계 현실에서 시국법회를 준비하려니 어려운 게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시국법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종린(불력회 대표) 법사는 승가든 재가든 조계종단을 장악하며 상왕 노릇을 하는 자승 전 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시국법회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선뜻 참여하기를 꺼리는 스님들과 재가단체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종린 법사는 도박, 은처, 성추문 등 각종 비리 논란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종단 권력승들의 부정과 윤석열 정부와 야합한 정치승들의 행태에 비판적인 불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기에 시국법회가 여법하게 성사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국법회 행사의 기획 연출을 담당하는 이태범(정의평화불교연대 사무총장) 집행위원도 시국법회인 만큼 현 시국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불교 형식을 적절히 포함해 불자들의 긍지와 자부심도 함께 담아낼 예정이라면서 이번 시국법회의 하이라이트로 참여단체 회원들이 한 달 동안 손수 제작한 연꽃등 1000개를 시민들에게 나눠 주는 장면을 꼽았다.

이태범 집행위원은 “520일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연등행렬이 벌어지는 날이라 시민들에게 노란색 연꽃등을 나눠주면서 부처님의 참다운 자비 정신도 되새겨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국법회에서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의 시국선언문도 함께 발표된다. 시국선언문에는 현 시국에 대한 불교계의 입장과 윤석열 정부의 무능, 무대책, 무책임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승가를 대표해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허정(전 불학연구소 소장) 스님은 부처님은 전도선언에서 수행자들이여, 많은 이들의 이익을 위하여, 행복을 위하여, 세상을 연민하여 길을 떠나라!’라고 천명하셨다면서 많은 이들의 이익과 행복은 개인적인 이익과 반대되는 공익(共益)을 말한다. 세상을 연민하라는 것도 세상의 아픔에 공감하고 공익적인 입장에 서라는 것이다. 시국법회는 이러한 관점에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민사회운동의 대표적인 원로이자 불교계의 개혁파 스님으로 꼽히는 명진(평화의길 이사장) 스님은 현재 강원도에서 봄철 안거(安居) 중인데, 수행을 마치는 대로 조만간 시국법회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명진 스님이 나서게 된다면 시국법회에 큰 힘이 실릴 것이며, 시민사회가 중심인 촛불세력과 불교계의 연대 활동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원회는 5201차 야단법석을 마친 뒤, 지역을 순회하며 야단법석을 개최하고, 11월경에 서울에서 다시 대규모 시국법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영민

1998년 월간 말지 기자로 언론 활동을 시작해 민족21에서 10여 년간 기자, 편집국장, 대표를 역임한 남북관계, 평화통일 분야 전문가. <아버지 당신은 산입니다> <행동하는 양심> <행복한 통일 이야기>를 썼고, 현재는 사단법인 평화의길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면서 평화의길 유튜브 방송 <명진TV>를 총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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