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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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18화
  • 이재표
  • 승인 2023.05.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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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외곽개발이 멈춘 그 자리

2020년까지도 민주시의 국회의원 선거나 시장 선거, 심지어 시의회 의원 선거에 나오는 정치인들은 인구 100만 명의 광역시를 만들지 못할 거라면 특례시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시는 사유지인 공원 용지를 시간을 두고 매입할 수 있도록 도시공원 일몰제를 도입하고도 시행 20년 동안 단 한 평도 사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몰제 폐지가 다가오자 그냥 두면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일부라도 공원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대기업 시행사들과 손잡고 아파트를 짓자고 했다. 당시 막 시민운동을 시작한 오민심 시장은 도시공원 일몰제 관련 공청회에 갔다가 행정의 무책임함에 울분을 터뜨렸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공원 용지가 아니라 도로 용지, 개발 관련 용지였으면 이렇게 버려뒀겠어요? 20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이제야 일부라도 지키려면 아파트를 짓자는 건 직무유기 아닙니까? 산을 깎고 나무를 베는 건 쉽지만 산을 다시 만들고 나무를 키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10년 전부터 방치돼있던 구도심도 달라진 게 없었다. 민주시의 구도심에는 마흔 개 가까운 재정비 조합이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계획대로 추진된 곳은 서너 곳에 불과했다. 2014년 민주시와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민원군이 통합되면서 통합 민주시의 면적은 7500로 늘어났다.

그로부터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방불케 하는 외곽 난개발이 시작됐다. 이미 땅값이 올랐고, 지주와 세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구도심을 재개발하는 건 벌집을 건드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삼국시대부터 주요 거점도시였던 민주시 구도심은 각종 문화재와의 거리, 고도제한 규정이 곳곳에 인계철선처럼 그어져 있었다.


괜히 땅이라도 깊이 팠다가 문화재라도 나오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얘기도 흘러 다녔다. ‘미다스의 손들의 셈법은 보다 단순했다. 복잡하고 설득이 필요함에도 개발이익이 적은 구도심보다 규제만 풀면 땅값이 수십 배, 수백 배로 오르는 광활한 그린벨트나 절대농지를 바라볼 때 저절로 군침이 흘렀다. 문제는 산줄기나 냇물 등인데 산은 깎고 내는 덮으면 될 일이었다. 그래야 규모가 나올 것 아니겠는가!

그러다 보니 같은 아파트 단지가 다른 동에 걸치는 일은 흔한 일이 됐다. 새로 동경계를 긋고, 시의원 선거구를 획정할 때마다 토닥토닥 싸우는 것도 당연히 여기게 됐다.

구도심의 경우 6차선이나 8차선 큰길가에 있는 건물도 수십 년째 비어있기가 십상이었다. 페인트칠은 벗겨지고 심지어 유리가 깨진 채로 방치된 건물도 적지 않았다. 사연을 모르는 시민들은 행정기관은 도대체 뭘 하기에 도심 한복판에 있는 건물을 방치하느냐며 기가 막혀 했다.

오민심 시장을 향해서는 구도심을 살린다고 약속했으니 어떻게 할 건지 뾰족한 신의 한 수를 내놓으라는 다그침도 있었다. 오 시장이 구도심 지역을 돌며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지주나 건물주들은 이미 슬럼화된 구도심을 떠난 지 오래였다.

그들은 전통적인 부자였다. 그곳의 건물세는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어차피 묵혀둔 곳이니 나중에 다시 볕들 날까지 버티기로 기다린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 공청회를 열어도 그들은 나오지 않았다. 구도심에서 살거나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이었다. 오 시장은 그들이 구도심의 운명과 함께 서서히 매장되고 있음을 느꼈다. 민주시 관계자 회의에서 오민심 시장이 역설했다.


“10년 전에 100만을 목표로 했던 민주시 인구는 되레 5만 명이 줄어 이제 80만에 턱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구도심을 재구성할 기회는 이미 잃었습니다. 새로운 땅은 단 한 평도 택지로 만들지 않겠다는 제 공약은 이제 보니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 공약은 10년 전에 나왔어야 했습니다. 10년 전에 외곽개발을 멈추고 구도심을 손봐야 했습니다. 아파트를 전제로 한 민주시의 도심 재개발은 전면 중단을 선언합니다. 대신 소규모 단위로 청년과 신혼부부, 노년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주택 중심의 도심재생을 추진하겠습니다. 관제탑은 우리 민주시정입니다. 이와 같은 사업의 모델이 될 대상 사업부지를 찾아봅시다.”


공무원들은 오민심 시장을 근심스러운 눈길로 흘깃거렸다.

*다음 호에 19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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