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하늘정원 하려면 제대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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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하늘정원 하려면 제대로 해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5.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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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실내정원 설치 이어 ‘하늘정원’ 조성 위해 바닥공사 시작
현재 도민의견 분분, ‘추후 후생복지관 지어 건물 세 개 연결’ 관건

 

충북도청 신관 실내정원
충북도청 신관 실내정원

 

공공기관 옥상정원 붐
충북도는 추진 중

 

충북도는 최근 신관 1층 로비와 휴게실에 실내정원을 설치했다. 이어 신관과 동관에 옥상정원인 ‘하늘정원’을 조성하기 위한 바닥 구조공사를 시작했다. 이런 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긍정 평가를 내리지만, 다른 측에서는 예산낭비 내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비판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정원이 직원용이 아닌 도민들의 휴식공간으로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몇 년전부터 정부는 탄소중립과 미세먼지 저감 등을 위해 공공기관 실내외 정원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그래서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지에 실내정원과 옥상정원이 많이 들어서는 추세다. 일부는 이 취지를 살리고 주민들에게 정원을 개방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간이 아니고 장소도 협소한 곳에 설치해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충북도는 신관 실내정원과 서관 수직정원 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 신관은 도의회와 민원실이 있는 건물이다. 102㎡의 로비에는 실내 벽면녹화와 수평정원이 들어섰고, 민원실 앞 휴게실은 벽면녹화와 모스형 입체패널 등으로 장식했다. 휴게실 면적은 31.5㎡. 아울러 서관 서측 외벽 380㎡에는 수직정원을 조성했다. 이 곳은 조형프레임과 주목, 미측백, 수호초 등으로 장식했다.

충북도는 이미 민선7기 때인 2021년부터 생활밀착형 실내외 정원조성을 추진했다. 도는 같은 해 9월 생활밀착형 실내정원, 실외정원, 스마트가든 등 3개 사업에 국비 40억원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국비를 포함 85억원을 투입해 충북대병원, 제천시민문화타운 등 4곳에 실내정원을 조성하고 청주 동부창고, 영동역 광장, 괴산 국립호국원 등 9곳에 실외정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도청사 내 실내정원 계획도 이 때 나왔다.

충북도 관계자는 “신관 실내정원 두 군데와 서관 외벽 수직정원 사업에 국비와 도비를 합쳐 9억3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실내정원을 신관에 만든 이유는 도민 이용시설인 민원실이 있기 때문이다. 정원은 도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물에 물을 주는 방식은 화장실에 연결된 자동화시스템이라고 한다.

그래서 신관 1층 로비와 민원실 앞 휴게실의 표정이 바뀌었다.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옹기종기 앉아 담소를 나눴다. 한 직원은 “무표정했던 청사 내부가 크게 달라졌다. 식물과 꽃을 보니 좋다. 식물이 생기를 잃지 않게 관리하는 게 관건일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아직 홍보가 덜 돼 도민들은 별로 없는 편이다. 서관 외벽은 창문을 제외한 왼쪽 벽면을 식물로 장식해 수직정원을 만들었다. 서관은 서문을 향하고 있어 상당로를 오가는 도민들의 눈에 자주 띄는 곳이다. 전국적으로는 서울시청, 천안시청, BNK 부산은행 본점, 여수 이순신도서관, 완주군립 콩쥐팥쥐도서관, 한국소비자원 등이 실내정원을 조성했다.

 

충북도청 서관 실내정원
충북도청 서관 실내정원

 

옥상정원 1, 2단계에 10억 들어가

 

문제는 옥상정원이다. 충북도는 동관 옥상 500㎡와 신관 옥상 600㎡에 정원을 조성한다. 두 개의 건물은 현재 복도로 연결돼 있다. 두 개 옥상을 합쳐봐야 1100㎡ 밖에 안된다. 더욱이 동관에는 현재 엘리베이터가 없다. 충북도의회는 엘리베이터 설치 예산 5억원을 싹둑 잘라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원성을 샀다. 이들은 지난 9일 도의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엘리베이터 설치를 촉구했다.

이 때문에 옥상정원은 직원 내부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그러자 도는 신관 뒤에 후생복지관을 지어 신관-동관-후생복지관을 연결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후생복지관 옥상 700여㎡를 연결하면 약 2000㎡가 된다는 것이다. 이범찬 충북도 청사시설팀장은 “1단계로 신관+동관 옥상에 국·도비 5억5000만원을 들여 하늘정원을 조성할 것이다. 다음 달 중순이면 도민들에게 개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 하면 좁아 2단계로 후생복지관을 지어 연결할 것이다. 후생복지관 하늘정원 조성비는 4억6000만원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청과 상당공원을 구분짓던 담장을 이미 헐었다. 1, 2단계가 마무리되면 도민들은 상당공원 쪽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늘정원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4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후생복지관은 주차시설, 구내식당, 카페, 휴게시설 등이 들어선다는 것.

일이 이렇게 되자 옥상정원의 성공 여부는 후생복지관에 달렸다는 여론이다. 후생복지관이 예정대로 건립되고 도민들이 상당공원 쪽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면 옥상정원 이용률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도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려면 어느 정도 면적이 돼야 하는데 신관과 동관 만으로는 부족해 정원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충북도도 이 점을 도의회에 강조해 예산 승인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후생복지관이 건립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 도민은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에 가봤다. 여기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야 할 점이 있지만 일단 길이가 3.6km에 달하니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식물도 다양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청 옥상은 신관+동관 면적이 1100㎡ 밖에 안돼 너무 좁을 것 같다. 도민 휴식공간이 되려면 넓고 시원해야 하며 주차공간이 넓어야 한다. 요즘 갈 데가 많은데 웬만큼 잘 해놓지 않으면 있으나마나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도청 서관 외벽의 수직정원
충북도청 서관 외벽의 수직정원

 

“정원보다 기후위기 대비가 급해”
 

그런가하면 박종순 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도청내 나무를 잘라 그늘을 다 없애고 실내외 정원을 만든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많은 돈 들여서 인위적인 정원을 만들기보다는 나무 잘 키우고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충북도는 도민들에게 기후위기, 지구온난화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 이를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충북도의회는 오는 9월경 열릴 2차 추경 때 동관 엘리베이터 예산을 세울 예정이다. 노금식 행정문화위원장은 하늘정원이 마무리 되는 것을 보고 2차 추경 때 예산을 수립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도의회에서도 하늘정원 조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가장 걱정한 것은 안전성이다. 건물이 오래돼 안심을 못 했는데 안전진단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음은 동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시설인데 이를 필요한 곳에 기증하기로 했다. 도민들을 위한 정원이 되려면 주차타워를 갖춘 후생복지관을 지어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넓은 구내식당과 휴게시설, 주차타워가 필요한 만큼 후생복지관을 지어야 하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도청과 상당공원 사이 울타리 제거, 담장 철거, 청내 잔디광장 조성, 옥상 하늘정원 조성 등을 통해 구도심을 활성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옥상정원이 명실공히 도민들의 정원이 되려면 사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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