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글 편지를 관광자원으로 (상)- ‘나신걸 한글편지’ 보은과 끈끈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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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글 편지를 관광자원으로 (상)- ‘나신걸 한글편지’ 보은과 끈끈한 인연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5.18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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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훈민정음 반포 후 1490년대 쓰인 첫 편지 보물로 지정
보물 지정에 만족할 게 아니라 보은 관광 활성 계기 삼아야 ‘여론’

 

보물로 지정된 첫나신걸 한글편지 일부분
보물로 지정된 첫 나신걸 한글편지 일부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 ‘나신걸 한글편지가 지난 39일 보물로 지정됐다. 나신걸 부부 묘가 보은 선산에 안장되면서 보은과의 특별한 인연이 됐다.

앞서 대전광역시는 2019613일 나신걸 한글편지를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해 줄 것을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3년여에 걸친 전문가 조사와 자료보완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29일 보물 지정 예고를 했고, 두 달 반 만에 보물로 지정했다.

나신걸 한글편지는 1490년대에 쓰인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이자, 훈민정음 반포의 실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기록유산으로 평가된다.

조선시대판 사랑과 영혼으로 1586년 쓰인 경북 안동의 원이 엄마 편지보다도 90년 정도 앞선 한글편지다.

현재 대전 유성구 상대동 대전역사발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대전시립박물관이 관리하고 있다.

안정나씨 대종회는 지난 9일 보은군 탄부면 매화리 안정나씨 회덕파 선산에서 나신걸 한글편지의 보물 지정을 기념하는 고유제(告由祭)를 지냈다.

이 자리에는 안정나씨 종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보은군수, 보은군의회의장, 보은군교육장 등 정작 지역을 대표하는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아 보물 지정 기념 고유제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에 보은군 관계자는 행사 초청을 받지 못해 행사가 열리는지 몰랐다고 했고, 대종회 관계자도 종중 행사로만 여겨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신걸 한글 편지’ 보물 지정 기념 고유제가 지난 9일 보은군 탄부면 매화리 안정나씨 회덕파 선산에서 열렸다.
‘나신걸 한글 편지’ 보물 지정 기념 고유제가 지난 9일 보은군 탄부면 매화리 안정나씨 회덕파 선산에서 열렸다.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을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은에 있는 안정나씨 회덕파 선산에 나신걸 부부 묘가 안장돼 있고, 보물 지정 기념 고유제를 계기로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주(69·한문학 박사·전 중원대 교수) 구곡 전문가는 나신걸 한글편지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내걸고 속리산 법주사와 속리구곡을 연계해 보은 관광을 다시 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153,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에 있는 안정나씨 회덕파 종중14기는 대전시의 토지수용정책에 따라 이장이 불가피했다. 이때 나신걸(羅臣傑 1461~1524)과 부인 신창맹씨(新昌孟氏)를 포함한 묘 14기가 이장한 곳이 바로 보은군 탄부면 매화리 선산이다. 보은군과 나신걸 한글편지의 끈끈한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이장 과정에서 미라 상태의 묘 4기가 발견됐고 전통 복식 등 총 356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그중 나신걸 부인 신창맹씨(온양댁)의 묘에서 41점의 유물과 피장자의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2장의 한글편지가 발굴됐다.

편지 내용에 1470~1498년 동안 쓰인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가 적혀 있는 점, 안정나씨 7세 회덕파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하급 군관(軍官)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라는 점을 들어 이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편지는 아래위, 좌우에 걸쳐 빼곡하게 채워 썼고 모친과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 철릭(조선시대 무관이 입던 공복(公服)) 등 필요한 의복을 보내주고, 농사일을 잘 챙기며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당부가 주를 이룬다.

 

안정나씨 회덕파 선산에 세워진 비(碑)
안정나씨 회덕파 선산에 세워진 비(碑)

 

남성들도 한글 사용 익숙

 

이 편지는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불과 4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지역과 하급관리에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조선시대 한글이 여성 중심의 글로 인식된 것과는 달리 하급 무관 나신걸이 유려하고 막힘없이 쓴 것을 통해 남성들도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나신걸 한글편지는 상대방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조선 초기 백성들의 삶과 가정 경영의 실태, 농경문화, 여성들의 생활, 문관 복식, 국어사 연구 가치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훈민정음 반포의 실상을 알려주는 언어학적 사료로서 학술적·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출토된 복식은 부산대 한국전통복식연구소에서, 한글편지는 국가기록원에서 각각 수습해 보존 처리과정을 거쳐 안정나씨 대종회 명의로 대전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지난 324일부터 528일까지 대전역사박물관에서는 박물관 속 작은 편지라는 주제로 나신걸 한글편지 보물지정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안정나씨 대종회 나기황(68· 시인) 감사는 나신걸 한글편지의 주인공들이 보은에 잠들어 있다는 것만으로 보은군은 또 하나의 명소를 품은 셈이라며 보물 지정에만 만족할 게 아니라 관광자원화하는데 보은군 등 지역사회와 대종회가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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