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에 빠져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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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에 빠져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간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5.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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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 생 들깨기름 생산해 일본 등지에 수출하는 정훈백 ㈜코메가 대표
"6차산업에 관심 많아 국제들깨세미나, 들깨박물관, 들깨투어도 해보고 싶다"

 

경희대 사이버대학원 관광경영 전공한국농수산대 졸업 음성군 귀농귀촌협의회장 역임 ㈜코메가 대표
정훈백 (주)코메가 대표. 경희대 사이버대학원 관광경영 전공, 한국농수산대 졸업, 음성군 귀농귀촌협의회장 역임, 대한민국 신지식농업인 375호

 

정훈백(64) ㈜코메가 대표는 기름집 아들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도와 기름을 짜곤 했다. 우리가 먹는 들기름과 참기름 말이다. 한식 조리를 할 때 없어서는 안되는 게 이 기름이다. 어머니가 옛날 전통방식으로 기름을 짰다면 지금 정훈백 대표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들깨기름을 제조한다. 그리고 들깨와 들깨기름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이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정 대표는 국제들깨세미나, 들깨박물관, 들깨투어도 시도할 계획이다. 그는 이렇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

정 대표는 지난 2003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생 들깨기름 생산을 시작했고, 2013년 충북 음성군 생극면으로 이전했다. 20년 동안 오로지 들깨만 연구했다. 들깨 농사를 짓고, 이를 가공하고, 이와 관련된 일을 찾아나섰다. 이런 노력 끝에 그는 지금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됐다. 이런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코메가’는 들깨를 볶지 않고 저온압착해 생 들깨기름을 생산하는 업체다. ‘코메가’라는 상호는 한국에서만 들깨를 재배하고 여러가지 기름 중 특히 오메가-3가 풍부하다는 점에 착안해 ‘코리아+오메가’에서 따왔다고 한다. 정 대표는 한국에만 있는 들깨를 가지고 생 들깨기름을 만들어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한다. 한국의 들깨를 전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이다. 들깨의 ‘화려한 변신’을 일으킨 주인공인 셈이다.

19일 오후 충북 음성군 생극면으로 달려가 정 대표를 만났다. 시골 한적한 동네였을 생극면 이진말길 주변에는 지금 한창 건축붐이 일었다.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섰기 때문. 이 단지를 지나 맨 꼭대기에 ‘코메가’가 있었다. 그는 이 곳에서 두 아들과 함께 일한다. 옆에는 소박한 집도 있다. 입구에는 ‘생 들깨기름 母心’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한 때 카페를 운영했던 건물은 교육장이 됐다.

그는 지난달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World OKTA)가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수출상담회에 참여해 1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충북도와 (재)충북테크노파크는 도내 12개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무역사절단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

 

들깨밭에 선 정훈백 대표
들깨밭에 선 정훈백 대표

 

코메가 제품 생 들깨기름
코메가 제품 생 들깨기름

 

- 왜 들깨인가, 아니 들깨에 천착하게 됐는가 

“내게는 들깨와 관련된 일화가 많다. 외할아버지께서 한의사를 하셨는데 평소 들깨 말씀을 많이 하셨다. ‘들깨를 가까이 하라’고 하시곤 했다. 어머니는 기름집을 운영하셨다. 일본의 한 식물학자는 ‘가장 좋은 작물이 들깨다. 그건 한국에만 있다’고 말했다. 나는 ‘코메가’를 창업하기 전 항공업무를 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그 때 일본 출장을 자주 다녔다. 그런데 일본의 큰 식품회사 사장이 ‘GNP가 올라가면 농업이 중요해진다’고 말씀하셔 농업에 뛰어들기로 마음 먹었다. 들기름을 생산해 외국에 팔기로 했다. 어머니한테 배워 기름짜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단 외국에 나가보니 외국인들은 볶은 기름보다 생기름을 먹었다. 그래서 생 들기름 생산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해외수출을 염두에 두고 생 들기름을 만들었나

“그렇다. 생산품의 대부분을 수출한다. 나는 지금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외시장으로 나가라고 한다. 세계 5대양 6대주를 상대로 파도를 겪으면서 개척할 필요가 있다. 해외로 나가면 시장이 넓다. 처음에는 일본에만 수출했으나 지금은 홍콩, 대만, 러시아,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지로 확대했다. 모두 생 들기름을 안먹던 나라들이다.”
 

- 생 들기름을 국내 처음으로 만들고, 이 기름을 안 먹던 외국인들에게 팔았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생 들기름 제조를 혼자 개척해서 했다. 앞서 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모든 안내판을 혼자서 만들어야 했다. 오죽했으면 어머니가 그만하라고 했겠는가. 우리는 한식의 세계화를 주장한다. 한식을 해외에 소개하려면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안 돼있다. 우리끼리만 얘기한다. 들깨나 들기름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가 없어 고생했다. 이와 관련된 논문도 없다. 그래서 한국농수산대학에 들어가 공부했다. 자료부족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들기름을 팔기 위해 세계 40개국을 돌아 다녔다. 일본만 200번 갔다 왔다. 프랑스에 수출을 하고 싶어 갔더니 들기름이라는 ‘코드’ 자체가 없다며 거절했다. 이 코드를 만들어 달라고 프랑스 정부에 10개월 동안 요구해 간신히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곳이 일본이다. 일본에 팔면 전세계 어디든지 팔 수 있다. 한 때 일본에 생 들기름 붐이 일었다. 그랬더니 싼 기름을 팔아 먹으려고 하는 한국사람들이 몰려와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얼마후 이 사람들은 모두 빠져 나갔다. 아프고 힘든 얘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정 대표는 이 말 끝에 “일본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다보니 코메가 제품은 지금 최고가 됐다. 일본 정부에서 ‘기능성 표시식품’으로 지정받고, 일본 최고의 마트라고 알려진 곳에 들어가는 유일한 한국제품이 됐다”고 말했다. ‘생 들깨기름=코메가=정훈백’이 됐다는 것이다.
 

-생 들기름의 장점은 무엇인가. 특히 외국인들에게 어떤 점을 홍보하는가.

“외국에 올리브가 있다면 한국에는 들깨가 있다고 강조한다. 볶지 않고 저온압착 방식으로 제조한 생 들깨기름은 산화방지제 및 첨가물이 전혀 없어 선진국에서 선호한다. 이 기름에는 자연의 풍미가 그대로 담겨 샐러드와 함께 먹기 좋다. 그 중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지방산 오메가-3가 풍부하다는 점을 홍보한다. 농촌진흥청과 식품연구기관의 연구결과 기름의 최대 65%가 오메가-3라고 한다. 아침 공복에 한 숟가락씩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오메가-3를 섭취하게 된다. 또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고 DHA와 EPA가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준다는 점을 알린다.”
 

-충북 음성으로 오게 된 배경이 있는가.

“들깨작목반을 운영하려고 왔다. 음성군 생극면에서 220명, 보은군에서 68명 등이 현재 들깨 농사를 짓는다. 나는 이 들깨를 매입해 생 들깨기름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생산자는 안정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물건을 구매해 서로 좋다고 한다. 그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작목반을 구성했다.
 

코메가와 '母心'
코메가와 '母心'
교육장 앞에 세워놓은 세계의 도시 팻말
교육장 앞에 세워놓은 세계의 도시 팻말

 

- 들깨농사를 짓고, 가공하고, 이를 활용해 체험 관광 등을 만들면 6차 산업인데.

“나는 6차 산업에 관심이 많다. 농업의 융복합산업이다. 1차 생산, 2차 가공, 3차 체험 및 관광의 가치가 곱해져 6차 산업이 된다. 앞으로 들깨를 활용한 산업을 연구할 것이다. 요즘은 우리 교육장에서 들깨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농부, 공무원, 주부, 외국인 등 1년에 2000~2500명이 다녀간다. 그리고 국제들깨세미나와 들깨박물관, 들깨투어를 하고 싶다. 국제세미나는 국내외 학자들이 들깨를 연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수출하면서 연구 자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박물관은 들깨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집대성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 또 들깨투어는 들깨를 주제로 체험과 관광하는 것을 말한다. 외국의 와인투어나 올리브투어 같은 것이다. 농가에서 머물며 농가주인과 밥 한 끼 먹으며 얘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온 가족이 생 들깨기름 생산에 매달린다고 들었다.

“나는 모든 것을 총괄하고 아내와 아들 두 명이 같이 일한다. 아내는 기름 생산 및 품질관리, 장남은 행정·기획 일을 한다. 한국농수산대 특용작물과를 나온 차남은 들깨 농사를 짓는다. 기름집을 운영했던 어머니를 비롯해 3대가 같은 일을 한다. 기업인들 중에는 자기가 꽃을 피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꽃봉오리를 맺게 하고 후대로 넘길 생각이다.”
 

정훈백 대표의 호는 임자(荏子)다. 들깨라는 뜻이다. 그는 2015년 농식품부로부터 국내 유일 들깨분야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됐고, 생 들깨기름은 산자부로부터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뽑혔다. 아울러 벨기에로부터 2016~2020년 iTQi 국제미각상을 수상했다. 그에게 연간 수출액을 물었더니 일본 40만불, 대만 15만불 정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요즘 국내 인건비와 원료·부자재·운송비 상승으로 큰 고생을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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