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 단재고 5년 동안 준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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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교’ 단재고 5년 동안 준비했는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5.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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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눈앞인데, 교육감 바뀌자 ‘원점’에서 다시?
단재고 개교 1년 연기, 교육과정 재편성 논란
교육청 “입시불리” VS 교육단체 “오히려 유리”

미래형 공립 대안고를 꿈꿨던 단재고의 운명이 보수 교육감 당선으로 하루아침에 뒤바뀌게 됐다. 충청북도교육청은 20242월 단재 신채호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단재고를 개교할 계획이었다. 이는 초중등교육법 603항에 의한 각종학교로 이미 전국에 공립 22개교, 사립 28개교가 운영 중이다. 당장 지난해엔 경기도에서 신나는 학교가 개교했다. ‘각종학교는 국어와 사회 과목의 50%이수 요건만 충족하면 졸업장을 준다. 실험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

 

충북교육연대는 17일 충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재고를 입시 중심이 아닌 공립 대안고등학교 본래 취지에 맞게 2024년 정상 개교하라고 주장했다.
충북교육연대는 17일 충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재고를 입시 중심이 아닌 공립 대안고등학교 본래 취지에 맞게 2024년 정상 개교하라고 주장했다.

 

공교육 대안학교의 마지막 퍼즐

 

충북 진천 문백엔 이미 은여울중학교(2017)와 은여울고등학교(2021)가 개교해 운영 중이다. 괴산 목도에는 전환학교인 나루학교가 올해 개교했다. 나루학교는 총 24명이 정원이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진로 탐색을 하면서 보내게 된다. 내년 개교를 앞 둔 단재고는 대안교육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단재고가 들어서는 옛 가덕중은 지금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지만 충북도교육청은 단재고의 개교 1년 연기 및, 교육과정 전면수정을 예고했다. 교육부 또한 충청북도 교육감의 재량에 맡긴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재고는 5년 넘게 준비한 프로젝트였다. 2018년에 충북형 공립 대안고 설립 TF’가 꾸려졌다. 충북대안교육연구회가 발족해 교사들 200여명이 참여했다. 이후 20206월에 교육과정 사전 공모제에 당선됐고, 그해 12월에 자체투자심사 및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2번 실패하고 난 뒤 어렵게 허들을 넘었다. 교육과정에 대한 승인도 이 때 같이 받았다.

교육부 승인을 받은 후 2021년엔 대안학교 학생 및 교사 등 사용자들이 직접 대안교육 공간 설계에 참여했다. 예를 들어 가덕중의 교실 벽을 허무는 등 대안교육에 맞는 설계안을 짰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기존 일반학교처럼 만든다면 다시 부순 벽을 세워야 할판이다.

 

단재정신 살린 미래교육

 

단재고는 학년당 2학급, 16명 총 6학급이다. 3년이 지나면 총학생수는 96명이 된다. 이를 두고 단재고를 준비한 교사들은 “96명의 학생에게 96개의 프로젝트 수업이 펼쳐진다라고 설명했다. 단재고는 미래학교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혁신적 실험 모델로 공교육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

하지만 보수성향의 윤건영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당장 단재고의 교육방향을 문제삼았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TF를 해체하고 새로운 팀을 짜서 교육 과정을 전면 재구성을 할 것이다. 개교가 1년 늦춰진다라고 짧게 말했다.

단재고가 입시에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은 교육청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도교육청은 지난해까지는 학교자치과에 대안교육팀을 따로 운영했지만 올해 해체했다. 이 업무를 맡았던 파견교사들도 모두 현장으로 돌려보냈다. 지금 이 업무는 중등교육과 진로진학팀 장학사 한 명이 맡고 있다.

단재고 교육과정을 짤 때 참여한 충북대안교육연구회 한 회원은 윤 교육감이 AI교육을 강조하는 데 이것은 형식에 불과하다. 본질은 아이들이 불확실성이 커지는 사회에서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게 필요하다.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공부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전임 교육감의 전유물이 아니다. 탑 다운 방식이 아닌 바텀업 방식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단재고 교육과정이 입시에 불리하다는 교육청의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국내 입시전문가및 교육부 컨설팅을 받았고, 이들은 단재고의 교육과정이 오히려 입시에 유리하다고 자문했다라고 덧붙였다.

단재고 교육과정에 참여했던 모 교수 또한 지금 시대 새로운 학교모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국내외 대안학교를 탐방하고 자체 연수도 진행해왔다. 이미 진학을 염두한 학부모들도 있었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미룰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교육시민단체들은 교육청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이어 지금 1인 시위를 도교육청 앞에서 펼치고 있다.

충북교육연대는 17일 충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교육청은 언론에 일방적으로 개교연기를 발표하며 새로운 공교육에 대한 시민의 기대감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있다교육과정이 미비하다는 도교육청의 주장은 앞에서는 맞춤형 교육과 학생주도 수업을 말하면서 뒤로는 경쟁교육을 추동하려는 자가당착적인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건영 교육감은 후보 시절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통한 신뢰받는 공교육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교육감 스스로 공교육의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길 바란다며 단재고를 입시 중심이 아닌 공립 대안고등학교 본래 취지에 맞게 2024년 정상 개교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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