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르네상스 시대가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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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 르네상스 시대가 와야 한다
  • 김태경 미트마케터
  • 승인 2023.05.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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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는 마이야르 반응 최적화된 요리법
한류 열풍과 더불어 음식문화 재조명돼야
불고기 사진 /사진=픽사베이 

 

조정래의 장편 소설 한강을 보면 독일에 광부로 파견되었던 이들이 삼겹살과 맥주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 중반쯤인데 소설을 잘 살펴 보면 그 당시의 삼겹살 소비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그들은 한바탕 축하를 하고 잔디밭에 둘러앉았다. 그들이 준비한 것은 다진 고추에 버무린 돼지고기 삼겹살과 맥주 그리고 김치였다. 돼지고기와 맥주는 모든 한국 광부들이 최고로 치는 음식이었다. 그 두가지는 몸에 들어가 쌓인 탄가루를 해독시키고 걸러내는 데 특효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두 가지는 광부들이 독일을 천국처럼 생각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너무나 비싸 함부로 먹을 엄두를 낼 수 없었던 것들이 독일에서는 너무나 싸서 맘놓고 먹고 마실 수 있었던 것이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의 한강에서 알 수 있는 건 1960년대 삼겹살은 지금처럼 소금에 찍어 먹는 시오야끼 스타일이 아니라 양념을 해서 구워 먹는 고추장 불고기 스타일이라는 거다.

 

첫 삼겹살 식당도 양념육?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삼겹살 식당이라는 청주의 딸래집 만수네에서도 간장 양념을 하고 불판에 구워다는 설이 있는데 초기 삼겹살의 소비는 양념육 형태가 아니었을까 한다.

우리가 지금처럼 고기를 구운 후 양념을 하는 건 해방 이후에 1960년경 한우 로스구이부터 시작된 구이 문화다. 지금은 한우 투뿔 등심 구이도 삼겹살 구이도 다 로스구이의 한 형태다.

로스구이는 미국의 스테이크의 한국형인 셈이다. 해방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미국의 스테이크 문화가 한국에 전파된다.

당시의 한우는 일소였기 때문에 미국산 소고기보다 마블링이 적고 질겼다. 두툼한 스테이크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스테이크는 요리시간도 길었다. 성격 급한 우리하고는 맞지 않는 요리다. 스테이크를 우리 고유의 테이블 바비큐로 만들어서 먹었던 것이 로스구이였다.

로스구이는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감칠맛을 극대화해 준다. 마이야르는 반응 온도를 변화시킬 때 아미노산과 환원당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 반응으로 1912년에 발표됐다. 미국 농림부에서 일하던 존 호지(John E. Hodge)는 마이야르 반응을 구체화하여 그 메커니즘을 1953년에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 건식 조리법의 스테이크가 맛있는 고기라는 걸 미국은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 건식조리법의 요리를 하는 고기의 부위는 근내 지방이 많다. 우리가 투뿔 등심, 삼겹살을 유독 좋아하는 건 이런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마이야르 반응을 대대적으로 미국에서 홍보한 건 미국산 소고기가 유럽의 소고기보다 마블링이 좋아서다. 미국산 소고기를 수출하기 위해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소고기 소비의 50%를 햄버거 패티같은 갈은 고기로 소비한다. 살코기에 적당한 지방을 첨가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돼지고기의 70%를 햄 소시지로 소비한다. 이 역시 살코기의 지방을 얼마든지 첨가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갈은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 지방이 적은 한우부위는 삶거나 끓여서 먹는다. 돼지고기 역시 햄, 소시지로 소비하는 것은 30% 미만이다. 저지방 부위는 늘 남아서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또한 투뿔 등심이나 삼겹살은 술안주로는 매우 훌륭하지만 밥 반찬으로는 별 인기가 없다. 지난 30~40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최고 인기가 있었던 삼겹살, 한우 투뿔 등심 등의 소비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이제 미국식 고기 소비 문화인 로스구이 보다 우리 민족이 즐겼던 불고기 문화에 대해서 새롭게 조명하고 불고기 르네상스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다.

프랑스의 문화비평가이자 경제학자 기 소르망은 한국이 외환위기에 처하자 한국이 겪는 위기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만한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 상품이 없는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BTS, 오징어게임등을 비롯한 한류 문화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문화 부흥기가 불고기 문화를 세계화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일 수 있다. 간장 양념의 국물불고기는 육수를 품은 고기임에도 고온에서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이 충분히 일어난다. 또한 고기에서 배어나온 육수가 국물받이에 모여 야채에서 배어나온 글루탐산과 조화를 이루어 밥을 비벼먹기에 극상의 감칠맛을 제공한다. 인류가 찾아낸 소고기 요리 아니 육류 요리의 최고가 불고기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불고기는 언양, 광양, 봉계, 서울, 사리원식등 이야기를 하지만 아마 전국의 양반집에는 나름 전해 내려오는 불고기 비법이 있을 것이다. 아니 맛의 절반은 추억이라고 우리모두 엄마의 손맛 가득한 불고기의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태경 미트마케터
김태경 미트마케터

이번 기회에 충청도에도 불고기 특구 하나쯤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청주의 간장 삼겹살도 어쩜 불고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로스구이와 불고기 이야기를 해 본다. 불고기의 가치가 재평가돼 불고기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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