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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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20
  • 이재표
  • 승인 2023.06.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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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 맞츰형 사회주택 100가구 공급 프로젝트

민주시의 도깨비시장은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사실 도깨비시장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민주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인 칠거리시장에 본격적인 장시가 열리기 전인 새벽 5시부터 오전 7시까지 두 시간 정도 큰길에 접한 가로에 열렸다가 사라지는 시쳇말로 떴다방이 도깨비시장이다.

인도 위에까지 좌판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고 도로 한 차선도 시장통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7시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을 되찾았다. 사람들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장시의 흔적마저도 깨끗하게 지워졌다. 그러니 민주시에 살면서도 오전 730분이 넘어서 출근이나 등교하는 사람들은 도깨비시장의 존재를 몰랐다.

도깨비시장의 정교한 질서와 짜임새는 상인들과 장꾼들만 알았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자리와 품목은 일정한 것이어서 식당 주인 대신 장을 봐주는 콜밴업도 톡톡히 재미를 봤다. 시래깃국이나 해장국을 파는 길바닥 식당이라든지 오토바이 다방 등 불과 세 시간짜리 장사들이 모두 도깨비시장 덕을 봤다. 똑순이 소리를 들어온 오민심 시장은 도깨비시장의 단골손님이었다.

근현대 시대극의 세트장처럼 되어버린 남문로를 힙(hip)힙문로를 만들자는 계획에도 도깨비시장의 작동원리를 가져왔다. 힙문로 조성을 위한 로컬크리에이터협의회에 도깨비시장 상인들도 초대됐다.

힙문로 도깨비시장 거리에는 낮 시간대에 200여 노점상들이 자리를 폈다. 이들은 오후 5시가 되면 정확히 철시하고, 해거름이 되면 힙문로 매직거리가 불을 밝혔다. 노점상들이 팔던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당일 소진하는 방식이었다. 청년들이 빚은 전통주와 수제 맥주로 집집마다 술맛이 달랐다.

남문로는 분지 지형인 민주시의 한복판에 있어 기울기가 없는 가장 평평한 땅이었다. 시장과 구도심 상가가 걸어서 10~20분 거리에 있었고, 시내버스가 꼬리를 물고 다니는 대중교통 핫플이었다.

오민심 시장은 청년과 신혼부부(비혼커플 포함), 노인들을 위한 사회주택을 남문로에 조성하기로 했다. 토지 소유주와 건물주 간담회를 필두로, 청년, 신혼부부, 노인들을 초청해 공청회를 열었다. 민주시 공무원 중에서 입담도 좋고 소통기술이 탁월한 공무원들을 선발해 공청회 전문 사회자의 임무를 맡겼다. 오 시장도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모든 공청회에 직접 참여했다.


한때는 민주시 최고의 번화가였는데 가게 비어있는지가 20년도 넘었어요. 건물 손보자고 해도 동네가 죽었으니까 그냥 아파트나 짓는다면 땅 팔려고 했던 거지.”

글쎄 여기에다 사회주택인가 뭔가 짓는다고 사람들이 오겠어요?”


오민심 시장이 토지주들을 설득했다.


여러분들은 땅만 민주시에 빌려주시면 됩니다. 집은 민주시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업체들이 건폐율을 높여 짓고 민주시가 만든 공공재단에서 임대 관리를 하겠습니다. 여러분께는 20년 동안 꼬박꼬박 임대료를 드리고, 20년 후에 다시 여러분과 계약을 연장하거나 저가에 매각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집을 지을까에 대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드럼세탁기나 건조기, 에어드레서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코인빨래방을 커피숍처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집밥 해주는 식당이나 공유주방, 1회용 용기 없이 밀키트 파는 가게, 한 끼 만큼 그때그때 쌀을 찧는 정미소도 만들어 주세요.”

솔직히 방은 하나면 되는데 손님이 오면 잘 데가 없으니 공동으로 쓰는 게스트하우스는 필수인 것 같아요.”


여기까지는 이미 구현되고 있거나 상상할 수 있는 얘기들이었다. “대가족 제도가 그립다며 다양한 세대로 입주자를 구성해 달라거나 동성 커플들만의 타운하우스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아예 동호인 모임을 구성해 올 테니 맞춤형 사회주택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도 들어왔다.

민주시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짓기 위해 토지주에게 줄 적절한 임대료 산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유형별 사회주택의 예시를 다양하게 만들어서 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작업 들어가도록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할 공공재단을 만드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오민심 시장은 일단 1차로 다섯 가구가 살 수 있는 사회주택 20100가구를 임기 내에 지어보리라 다짐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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