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막걸리 맛보러 세계인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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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막걸리 맛보러 세계인들이 온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6.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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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구 단양 대강양조장 대표, 연 2000~3000명 외국인에게 강의
외증조부부터 4대 째 막걸리 빚어…충북도 백년소공인 지정

 

 

조재구 대강양조장 대표/ 1964년 생/ 서울대 농대 산림자원학과 졸업
조재구 대강양조장 대표/ 1964년 생/ 서울대 농대 산림자원학과 졸업

 

충북 단양군은 아름다운 곳이다. 관광 단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소백산과 맑고 푸른 물이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이 그 중심이다. 여기에 1경 도담삼봉부터 8경 상선암까지 단양8경이 이름을 올리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고수동굴이 등장한다. 요즘 현대인들은 이런 자연을 보면서 만천하스카이워크를 타고 단양강 잔도의 아찔함을 즐기러 이 곳으로 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먹을 게 빠지면 서운하다. 단양은 전지역이 석회암지대라 마늘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옛날부터 단양육쪽마늘이 유명하다. 먹을거리가 풍부한 구경시장에 가면 마늘을 활용한 마늘바게트, 마늘순대, 흙마늘닭강정 등이 날개돋친 듯 팔린다. 여기저기 소문이 많이 나서 줄을 서야 살 수 있다.

이런 단양군에 대강양조장(대표 조재구)이 있다. 단양군 대강면 대강로에 위치해 지명을 땄다. 외증조부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현 조재구(59) 대표까지 4대가 막걸리를 빚는다. 그 만큼 역사가 오래된 국내 대표적인 양조장 중 한 곳이다.

요즘은 나들이 다니기 좋은 계절이라 단양군에 관광객이 몰리고, 대강양조장에는 한류바람을 타고 막걸리 체험을 오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연 2000~3000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시대가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와인투어, 사케투어만 있는 게 아니다.

대강양조장은 “단양은 예로부터 물과 산세가 좋기로 유명하다. 술의 근원이 되는 물이 좋고, 바라보는 산세가 좋고,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교역과 교통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구름도 쉬어가고 나그네도 쉬어가니 자연스레 주막거리가 성행했고 술은 맛있어야 했다. 바로 그 곳에 대강양조장이 있다”고 소개한다. 단양군 대강면은 영남, 충청, 강원을 이어주는 죽령의 어귀에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 그러니 주막이 생겼고 술 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충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지난해 10월 13일 단양 대강양조장, 청주TS텍, 충청판지 등 3곳을 백년소공인으로 추가 선정했다. 현재까지 충북 백년가게는 총 88곳, 백년소공인은 33곳이다. 이런 곳은 대를 이어 운영된다. 지난 5월 26일 조재구 대표를 만났다.
 

외국인들의 막걸리 체험
외국인들의 막걸리 체험

 

-먼저 양조장의 역사부터 소개해달라

“1918년 외증조부께서 충주 수안보면에 ‘수안보양조장’을 창업했다. 할아버지는 장인댁에서 술을 빚었다. 아버지는 교사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1969년 충주 소태면에 ‘소태양조장’을 창업했다. 그후 1979년 단양으로 와서 ‘대강양조장’을 인수하셨다. 아버지는 양조장 운영하시는 게 꿈이었다. 어린 시절 양조장에서 놀아 생활 자체였다고 한다. ‘대강양조장’은 1930년대부터 있었다고 들었다. 나는 서울에서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9년 단양으로 내려와 술 빚는 것을 배웠다. 당연히 할 일이라 생각했다. 2011년에 대표가 됐다. 4대가 줄곧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내게 딸이 둘 있는데 지금은 공부 중이고 가업을 물려받을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막걸리 체험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다.

“우리 양조장은 2014년부터 외국인 관광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요즘은 경북 안동과 충북 단양을 연계한 한국문화 체험 관광 프로그램으로 온다. 보통 한 번에 25명, 연 2000여명이 방문하는데 점점 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폴란드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다녀갔다. 이들이 오면 술 빚는 체험을 하고 술 맛을 본 뒤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만족도가 높다. 물론 내국인 관광객도 연 2000~3000명 방문한다.”

이를 증명하듯 대강양조장은 홈페이지에 ‘막걸리체험’ 코너를 만들고 신청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디지털 혁명으로 전세계 어디나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보니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이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고 찾아오는 시대가 된 것이다.
 

-2013년에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 1호로 선정됐다고 하던데

“2013년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유통공사가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시작했다. 양조장의 역사, 관광요소, 경영자의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했다. 우리가 제1호로 지정됐다.”

이 사업은 양조장을 체험관광이 결합된 지역명소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올해까지 총 55곳을 지정했다. 농식품부는 체험 프로그램 개발, 홍보, 지역사회 연계 관광 상품화 등을 지원한다. 조 대표는 “여기서 선정되고 담당자들과 함께 일본 사케투어를 했다. 일본에는 250년 된 양조장도 있었다. 또 오래된 양조장에는 박물관이 있었다. 일본을 다녀온 뒤 느낀 게 많아 우리 양조장도 소규모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강양조장의 생산 제품
대강양조장의 생산 제품

 

-한 때는 막걸리 붐이 일지 않았나. 요즘은 어떤가

“양조장 운영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흑자가 나야 계속 운영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면 단위 양조장은 거의 다 문을 닫았다. 시골에서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고 트렌드도 자주 바뀐다. 그래도 우리 양조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열심히 하시며 역사를 이어와 다행이지 그렇지 않은 곳은 힘들다.” 조 대표는 지금도 직원 4명과 함께 술을 빚는다. 그도 술을 만든지 20년이 넘었다.
 

-대강막걸리는 ‘노무현 막걸리’라고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단양 한드미마을을 방문했다가 대강막걸리 맛을 보신 뒤 좋아하셨다. 그래서 2005~2008년 청와대 만찬주가 됐고, 1주일에 1~2번 납품했다. 비서실에서 갑자기 술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내가 배달을 간 적도 있다. 외국에서 손님이 오셔도 이 술로 건배를 하셨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귀향한 뒤 열린 퇴임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막걸리 2000병을 선물했다. 그랬더니 얼마 후 내게 인삼을 보내셨다. 그걸로 술을 담갔는데 아직 개봉하지 않았다. 뜻 깊은 날 개봉하려고 한다.”

조 대표에게 대강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느냐고 묻자 “이낙연 전 총리가 좋아하셨다. 민주당 당 대표 때는 봉하마을에 참배하러 갈 때 우리 막걸리를 가지고 가시곤 했다”고 전했다.
 

-대강막걸리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소백산 지하 400m에서 나오는 천연 암반수로 만든다. 꼭 전통방식으로 하고 80~90년 된 항아리를 사용한다. 현대화된 스테인리스 용기는 쓰지 않는다. 그리고 생막걸리는 살균을 하지 않아 효모가 살아있다. 전세계 유일하게 효모가 살아있는 술이다. 생막걸리는 소백산의 깨끗한 물로 빚어 톡 쏘면서도 부드럽다. 1일 생산량은 2000병 정도 된다.”
 

-대강양조장 생산 제품에는 어떤 것이 있나

“막걸리는 거르는 방법과 희석 여부에 따라 탁주, 동동주, 청주로 나눈다. 생막걸리, 검은콩 막걸리, 복분자 막걸리, 오곡진상주, 소백산 신선주, 청동동주가 있다. 소백산 신선주는 1994년 단양지역 가양주를 재현한 것이고, 검은콩막걸리는 2003년 국내 최초로 특허를 취득했다. 6월 중에는 흙마늘을 이용한 막걸리를 출시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나는 단순히 술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고 우리의 전통을 잇고 문화를 계승하겠다는 일념으로 일한다. 그래서 그동안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앞으로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인들에게 맞는 막걸리를 생산해 200년 이상 가는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강양조장 전경
대강양조장 전경
옛날 건물 그대로인 체험관
옛날 건물 그대로인 체험관

 

대강양조장의 어제와 오늘이 한 눈에
그 옛날 금고·전화기·막걸리병·포스터·항아리 진열

조재구 대표는 양조장 한 켠에 소규모 박물관을 만들었다. 그 옛날 술을 빚던 각종 도구와 항아리, 주전자, 자전거, 병, 통을 보관한다. ‘대강양조장’이라는 상호가 찍힌 통을 매단 짐 자전거도 있다. 술 배달을 가던 모습 그대로라 웃음이 절로 난다. 옆에는 조촐한 술상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100년이 다 돼가는 금고와 전화기, 수첩, 거울, 주판도 있다. 금고는 일제 강점기 때 구입한 일본제품이라고 한다. 1970~1980년대 막걸리 홍보 포스터와 밀주단속 때 받은 당시 자료도 보관 중이다. 그동안 대강양조장 술을 담던 용기도 모두 일렬로 세워놓아 그 자체가 역사였다.

그는 “아버지가 버리지 않고 창고에 모아 둔 물건들이다. 일본 사케투어를 갔을 때 역사를 존중하는 것을 보고 자극받아 2014년에 작은 박물관을 만들었다. 옛날 물건들을 모으니 콘텐츠가 됐다. 이것은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대강양조장의 역사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그 옛날 막걸리를 배달하던 자전거
그 옛날 막걸리를 배달하던 자전거
소규모 박물관 안의 오래된 물건들
박물관 안의 오래된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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